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수족관 온도도 생선마다 달라야죠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59> 마포 ‘화랑해물’
우리술을 알리겠다고 ‘대동여주도’를 시작한 지 어언 5년. 처음에는 전통주를 파는 곳이 없어서 맛집 소개에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판매처가 많아졌다. 오늘 소개할 곳은 횟집인데 전통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횟집에서 전통주가 잘 나갈까? 작년 10월 오픈했는데 전년 대비 전통주 판매가 3배 이상 늘었단다. 마포역 4번 출구 뒷골목에 위치한 이곳의 옥호는 ‘화랑해물’. 평범한 횟집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곳곳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게 정면에는 ‘팔도 우리술’이라고 쓰인 대한민국 지도와 함께 ‘해물보국’이라는 간판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포스코 창업자 고 박태준 명예회장을 존경했다는 김성환(33) 대표가 ‘좋은 철로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정신을 오마주해 만든 것이다.  
 
작은 바 위로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제값받고 좋은 거 쓰자.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것이 진짜 해물이다! 제철 해산물과 전통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진짜 해물’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가게 앞에는 다양한 횟감과 해산물이 담긴 수족관이 여럿 놓여있다. 가게 내부에 놓인 테이블은 7개. 고객 29명을 받을 수 있는 아담한 규모인데, 수족관이 가게 평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꽤 크다.  테이블도 폭이 꽤 길다. 작은 테이블을 쓰면 몇 팀은 더 받을 수 있지만, 고객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이렇게 선택했다고.  
 
수족관 바로 뒤로 네모난 컨트롤 박스가 보인다. 수족관별로 온도를 각각 설정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광어는 13도, 능성어는 18도. 이런 식으로 생선마다 사는 온도가 달라요. 패류는 3~7도 사이로 훨씬 낮아야 합니다. 어패류를 함께 넣는 수족관은 물이 굉장히 지저분해요. 특성에 맞게 분류를 해야 하고, 물관리도 철저해야 합니다. 저희는 하루에 한 번씩 갈아주는데, 물에서 전혀 냄새가 나질 않아요. 이런 디테일에서 맛이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수족관별로 어류가 많이 없는 이유가 있다. “가끔 손님들이 장사가 안 되는 집이라고 오해하는데, 생선을 가득 담아두면 보기는 좋겠죠. 하지만 많은 생선이 한정된 공간에 살면 산소를 많이 쓰고, 배설물도 많이 나와서 물이 금방 나빠집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팔 만큼만 두고 팝니다. 그렇게 해야 수족관이 깨끗하고 선도 관리도 용이해요.”  
 
해산물 공수도 단연 중요하다. “언제 잡혔는지 알 수 없는 해산물은 쓰질 않아요. 해산물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신선도에서 바로 표시가 납니다. 살아있다고 다 선도가 좋은 것이 아니죠. 한 박스를 사더라도 하나하나 상태를 보고 필요한 만큼만 공수해 매일 거의 다 팔립니다. 대금은 물건을 받는 즉시 지불이 철칙인데, 그래서 중도매인이 한 마리라도 더 좋은 놈을 가져다주려고 합니다.”  
 
이곳에는 다른 횟집에서 쉽게 보기 힘든 어종이 많다. 참돔·능성어·쥐돔·병어돔·활 고등어·줄전갱이 등. 가장 비싼 돌돔은 육질이나 맛이 가장 뛰어나다. 비싼 만큼 버리는 부위가 없다. 껍질은 데쳐서 내고, 쓸개는 쓸개주로, 마지막에 맑은 탕까지 끓여서 낸다.  
 
바리과의 고급 어종 중 하나인 능성어는 선홍빛이 먹음직스럽다. 끓일수록 국물이 진하게 나와 탕으로도 즐기기 좋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줄전갱이는 방어에 버금가는 기름기와 고소한 맛, 광어의 식감을 가지고 있다. 광어는 2.5kg 이상 된 걸로 들여온다. 작은 광어에서 맛볼 수 없는 맛과 감칠맛이 있어 선호한다고. 해삼 내장인 고노와다와 함께 낸다. 그렇게 각각의 해산물에 대한 설명이 술술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세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여러 번 실패해봤기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겁없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했어요. 실력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래서 선술집, 이자까야도 운영해보고, 일식집, 스시 전문점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재료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해서 제값받고 좋은 물건을 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비싸더라도 좋은 걸 맛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흔한 술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전통주를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날 음식이기 때문에 약주나 증류주 위주로 구비했고요, 하나하나 맛보고 해산물과 페어링이 좋은 술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격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통주를 맛보러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김 대표에게 해산물과 어울리고 인기도 있는 전통주를 추천받았다. 우선 약주. 가장 인기 있는 술은 풍정사계 춘.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한미정상 국빈만찬 공식 건배주로 선정돼 품귀 현상을 빚은 술이다. 국내산 쌀과 직접 디딘 전통누룩으로 빚어 은은한 꽃향이 나며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 가득히 부드러운 풍미가 펼쳐진다. 궁중술로 불리는 민속주 왕주는 찹쌀과 멥쌀, 누룩을 베이스로 야생국화·구기자·오미자·솔잎·산수유·매실·홍삼이 가미돼 다양한 풍미를 자아낸다.  
 
증류주는 5종을 추천받았다. 마시면 신선이 된다고 해서 ‘제세팔선주’라는 별명이 있는 담양 추성주, 선비의 기개와 정신을 담아 솔잎과 송순으로 빚은 함양 담솔, 동학농민운동혁명 당시 녹두장군 전봉준이 마시고 기력을 찾았다는 정읍 죽력고, 쌀을 발효 숙성한 뒤 6년근 홍삼 농축원액을 블렌딩해 숙성한 논산 화주, 신선한 여주산 고구마를 선별한 후 전통 옹기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 여주의 려다.  
 
이 술들과 함께 꼭 맛보아야 할 메뉴는 제철을 맞은 ‘고등어 회’. 살아있는 고등어를 바로 회로 떠서 낸다. 생강이나 쪽파를 올리거나 취향대로 즐기면 된다. ‘해산물 모듬’은 가리비·딱새우·참해삼·돌멍게·비단멍게·거북손·전복·소라 등 각양각색의 해산물이 풍성하게 담겨나온다. 10월에는 방어와 삼치, 오징어, 꽃새우가 대기 중이다. 해산물과 좋은 우리술을 맛보고 싶은 분들은 도심 속 용궁으로 가보시길!  
 
▶ 화랑해물
해산물&전통주 전문점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4나길 12, 010-4892-8249
영업시간  평일 11:30 - 01:00, 주말 17:30 - 01:00
추천 메뉴  해산물 모듬 5만원, 활 고등어 회 5만원, 산더미 조개찜 5만원  
[점심메뉴] 간장새우밥·해물순두부·조개전골  
추천 술  <약주> 민속주 왕주(360ml) 8000원, 풍정사계 춘(500ml) 4만원
<증류주> 화주(375ml) 1만 8000원, 추성주(350ml) 2만 5000원, 담솔(500ml)  
2만 5000원, 려(375ml) 2만 5000원, 죽력고(700ml) 7만 5000원  
※ 콜키지 프리 가능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