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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파는 패션쇼

가끔 패션쇼를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냐는 독자 문의를 받는다. 그런데 패션쇼란 그들만의 행사라, 초대되는 대다수는 바이어·기자 등 업계 관련자다.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트렌드에 맞춰 시장을 내디 보는 비즈니스의 장이라서다. 그래서 해외 빅 브랜드의 초대장에는 통상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박힌다. 물론 초대권이 있긴 하지만 패션 전공 학생이나 관련자가 아닌 경우 이 역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이 배타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런던패션위크에서 쇼를 하는 템퍼리 런던, 마리 카트란주 브랜드가 프론트 로 티켓을 최고 5000파운드(약 739만원)에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다. 영국패션협회가 돈을 내면 패션쇼를 볼 수 있는 ‘게스트 클럽 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두 브랜드가 협회와 손을 잡은 것이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이 패키지에 대해 쇼 참관은 물론 100여 개 컬렉션의 프리뷰를 듣는다거나 쇼장 인근에서 멋진 식사까지를 하나로 묶어 520파운드(한화 76만원)에 내놓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가 패키지의 경우 백스테이지에 가서 디자이너와 만나는 일 등 보다 특별한 이벤트까지를 포함한다.  
 
15일(현지시간) 런던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대신해 프레젠테이션을 벌인 런던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9 봄여름 컬렉션을 소개하는 행사임에도 프레스·바이어가 오는 첫 날을 제외한 나머지 이틀간은 일반인들에 티켓(7,5~15파운드)을 팔았다. ‘토실토실한 구름(Chubby Cloud)’을 시즌 컨셉트로 삼은 행사는 17세기 영국 신고전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방케팅 하우스(Banqueting House) 전시실 바닥 전체에 초대형 흰색 빈백을 깔았고, 관람객이 그 위에 누우면 천장의 루벤스 그림을 감상하는 이색 경험이었다(사진). 티켓을 사서 갈 경우엔 누워서 동화 구연을 즐긴다거나, 합창단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패션쇼를 상업적으로 변질시켰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주최 측에겐 명분이 있다. 영국패션협회 캐롤라인 러시 CEO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비영리 기관인 협회가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래서 좌석의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디자이너들만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안야 힌드마치 역시 수익금 전액을 역사적 궁 보전 자선단체인 ‘히스토릭 로열 팰리스’에 기부할 것임을 알렸다.  
 
‘티켓 파는 패션쇼’는 분명 놀라운 시도지만, 일단 손을 들어주고 싶다(제한적 인원과, 선의적 명분이라는 전제에서다). 패션쇼 본연의 효용가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쇼라는 콘텐트 자체는 누구나 전세계에서 인터넷만 통하면 볼 수 있게 됐고, 프론트 로는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어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장악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유통은 시즌이 아니라 주·월 단위로 시장에 나오는 드롭형이 대세다.  
 
하여 패션쇼도 달라질, 달라져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 패션에 관심 있는 대중을 더 끌어들여 홍보 창구로 삼고, 이들로부터 얻은 수익을 패션 시장에 선순환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네 서울패션위크라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시민참여형 패션축제’를 지향하고, 자금력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포진한 행사라면 티켓 파는 패션쇼를 마다할 이유가 뭘까.  
 
런던 글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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