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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처럼 보이려 삭발 … 홍석천 등과 ‘무모한 형제’

[홍병기의 CEO 탐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봉진 (주)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42)의 명함에는 ‘대표이사’란 직위 대신 ‘경영하는 디자이너’라 적혀있다. 재미와 행복을 디자인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을 담은 이 회사는 독특하고 유쾌한 마케팅으로 국내 1위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한다. 지난해엔 매출 1625억원, 영업 이익 216억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배달 음식인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기 위해 이 회사가 와인 소믈리에를 본떠 만든 ‘치믈리에’자격증 시험에는 대학 수능시험 전체 응시자 수에 맞먹는 57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젊은 세대 사이에 감각적인 감성 경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 대표를 만나 유별나고 이색적인 기업문화의 원천을 들어봤다.
 
김봉진 대표는 ’항상 재미있고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김봉진 대표는 ’항상 재미있고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벌여놓는 일들을 보면 세상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는 뭔가.
“평소 사진을 많이 찍는다. 군에 가서도 사진병 출신이었다. 주로 회사 직원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 사진을 주로 찍는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이름을 외운다. 출력된 사진에다 내 사인을 해서 선물로 준다. 그러면 기억에 오래 남더라. 이게 나만의 조직관리 방식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궁금한 게 무엇인가.
“음… 세상사가 궁금해서 책을 이것저것 많이 본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런지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책을 읽을수록 내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 요즘엔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다.”
 
 
두 딸에게 요리해 줄 때가 가장 행복
 
그렇다면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한가.
“주말에 두 딸(14살, 9살)에게 요리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거나 받았을 때도 행복하다.”
 
배달 음식 앱 CEO인데 요리를 직접하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 오므라이스를 가장 잘 만든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등록해 요리를 배웠다. 신입 사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나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스테이크나 떡갈비 등을 요리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제는 사내 전통이 됐다.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어린 시절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접하고 미술을 제일 좋아하게 됐다. 고흐의 불꽃 같은 삶에 이끌려 그렇게 살기를 꿈꿔왔다. 예고에 진학할 형편이 되지 않아 수도공고에 들어갔다. 전자과 전공이었는데 맨날 꼴등이었다. 학교엔 미술 과목이 없어 독학했다. 그러다 고3 때 대학로 디자인학원에서 배운 솜씨로 서울예대에 들어가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창업을 결심한 동기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명문대 출신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게 내가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남 탓을 하진 않았다. 어느 날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요즘 배달 앱이 자리 잡으면서 아파트 상가 안내 책자나 전단지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았나. 시대의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기업 경영이란.
“시대마다 좋은 회사의 정의는 바뀌었다. 이제 기술의 변화보다 가치관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다. 일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기술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에 대한 기대감보다 일한 만큼 대우받는, 공평한 배분을 중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영이란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변화 속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본사 직원만 1000여 명에 가까운 큰 기업으로 발전했다. 경영 관리 비결이 있을 법하다.
“평소 땀 흘리는 활동을 싫어하는 편이라 월급쟁이 시절부터 체육대회나 회식 모임을 싫어했다(웃음). IT 기반 업무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비로소 조직에 공헌하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는 업무 외적인 소통보다는 실력을 일과 성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요즘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이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직원 평균 나이가 30대 초반인 회사를 경영하는 데 왜 고민이 없겠는가. 일에 대한 생각이 우리 세대와는 다른 것 같더라. 회사에 대한 헌신보다는 자기에 대한 자율성을 허용해주길 원한다. 10년 뒤엔 이런 개인주의 성향이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모아서 성과를 내는 게 경영이다. 회사나 경영자가 이런 현상을 외면하지 말고 인정하고 여기에 더 적응해야 할 때다. 이제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서 일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회사 내부를 둘러봤는데 분위기가 재미있다. 이런 재미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선 사람들이 사회적인 통념에 따라 비슷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자기만의 개성이나 정체성에 솔직해졌으면 한다. 그러면 이 세상에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다양한 스토리가 넘쳐날 것이다. 그게 바로 재미있는 삶일 것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치믈리에’라는 이름도 중의적 의미를 가진 언어의 유희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봉진 대표의 사원증 사진.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위트와 재치가 엿보인다.

김봉진 대표의 사원증 사진.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위트와 재치가 엿보인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사옥에는 온통 번뜩이는 재치와 장난기 섞인 B급 감성의 재미난 코드가 넘쳐난다. 예컨대 지각하지 말라는 근무수칙은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식이다.
 
나름의 생활신조가 있는가.
“‘오류가 없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늘 되새긴다. 맞다고 생각하는 것 안에는 오류가 숨어있다. 항상 검토하고, 다시 검토해야 한다. 내 생각만이 맞다고 자신만만하게 일을 대하지 말라는 말이다. 무슨 일이 안 될 땐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기업에 도전적인 상황이 수시로 일어나는 만큼 모든 것을 한 번에, 크게 준비하려 하지 말고 작게, 여러 번 계속해서 점검하고 두드려야 한다.”
 
일상생활이 궁금하다.
“아침에 출근하면 먼저 영어공부를 한다. 글로벌 시대 아닌가. 1주일에 2번씩 운동을 하며, 저녁에 술은 잘 안 먹는다.”
 
외모가 남다르다.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삭발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평범한 이미지로는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13년 전부터 머리를 아예 밀어버린 거다. 디자이너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기 위해 안경도 르꼬르뷔지에 스타일의 검은 뿔테만 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애창곡도 ‘뒤통수가 안 예뻐도 빡빡 밀어요’라는 가사가 나오는 ‘DOC와 춤을’만 부른다.”
 
그는 요즘엔 디자이너 이상봉, 연예인 홍석천, 혜민 스님 등 빡빡머리 인사들끼리 ‘무모(無毛)한 형제’라는 모임을 결성해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사람 골라 쓰는 시대 지나
 
나만의 애장품이 있다면.
“8년 전 창업할 때부터 써온 다이어리다. 해마다 똑같은 몰스킨 노트를 사서 정리한다. 주로 연필로만 쓴다. 연필을 깎을 때 사각사각하는 느낌을 좋아한다.”
 
김 대표는 “좋은 회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적혀있어 틈틈이 꺼내서 보곤 한다”고 했다.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 소통하는 회사, 가족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좋은 회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서비 무한 지급 등 눈길 끄는 복지제도도 그런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10년 후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자기답게, 재미있게 살았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회사의 궁극적인 끝은 망하는 것일 것이다. 기업이 하는 모든 일은 망하지 않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것이다. 나답게, 내 생각대로 해나가다가 망하더라도 명예롭게 망하자는 게 목표다. 생산자로서 인간은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생산 압박이나 업무 부담에 치여 불행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어야 한다.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세상에는 단 하나의 성공 방정식만 있는 게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래야 나중에 덜 후회할 것이다. 누가 시켜서 이뤄진 성공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질 않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기답게 살아라.”
 
[글씨로 본 이 사람] 신속·민첩한 진취적인 성격
김봉진 대표의 글씨

김봉진 대표의 글씨

김봉진 대표의 글씨(사진)는 글자 모서리에 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성격이 밝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속도가 빠르고, 현실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친밀하고 관대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ㅏ’자를 ‘ㄴ’처럼 쓰듯이 축약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글씨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두뇌 반응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행동이 신속하고 민첩하며, 활력이 충만한 진취적·역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려준다.  
 
‘ㅂ’, ‘ㅈ’ 등 첫 글자를 크게 쓰는 것은 과시욕이나 무대 기질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글자 가로 선이 긴 것은 인내력이 있고, 일을 완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라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김봉진 대표이사
1997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과 졸업
2002~2003 이모션 디자이너
2003~2005 네오위즈 디자이너
2008~2010 네이버 디자이너
2011~현재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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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