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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끝나자마자 당협위원장 교체, 신인 문턱 낮추겠다

[김진국이 만난 사람]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
자유한국당이 위기다.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정의당에도 뒤진다. 9월 11~13일 조사에서도 정의당은 12%, 자유한국당은 11%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은 40%다. 집권 초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반사이익을 챙기지도 못한다. 아직도 비교가 안 된다.
 
당의 중심이 없다. 전직 대표는 ‘막말’로 희화화됐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왔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참모 출신이다. 남북문제로 주도권을 틀어쥐고 가는 민주당을 견제할 엄두도 못 낸다. 탄핵으로 시작된 보수 몰락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당권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18일 "강력하게 싸우는 것보다 국민이 원하는 부분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싸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생각의 전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18일 "강력하게 싸우는 것보다 국민이 원하는 부분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싸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생각의 전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이런 한국당의 살림과 개혁작업 실무를 맡은 김용태(50) 사무총장을 18일 만났다. 소장파가 없는 한국당에서 그가 소장파 대표 격이다. 의원회관 그의 집무실 앞에는 큰 파일들이 장벽처럼 꽂혀 있었다. 파일마다 회차와 날짜가 적혀 있다. 그는 만나자마자 그것부터 자랑했다.
 
“9년이 넘게 민원의 날을 하고 있습니다. 2주마다 한 번씩 190차까지 했죠. 지금까지 다녀가신 분이 2만5000명 정도 됩니다. 한 번 할 때 보통 30~35팀 정도 오시는데요. 그 과정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 시민들의 어려움을 배웁니다.”
 
양천구 을은 역대선거에서 현 여당이 유리했다. 그런데도 3선을 한 밑천이 이 파일이다. 집무실 책상 옆에는 마라톤 사진이 잔뜩 붙어 있다.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건강을 지키겠다며 혼자 약속한 일이다. 일 년에 예닐곱 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하프코스를 뛴다. 평소에도 매주 50㎞를 달린다고 한다.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대패한 이유가 뭡니까.
“가장 큰 이유는 세상 흐름을 몰랐던 겁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저희 주장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드시 북한을 칠 것이다. 북한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어떤 타협도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그걸 막아보려고 했습니다. 국민은 불안하셨을 겁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거기에 공포와 위협을 가했던 것이죠. 경제도 무작정 ‘문재인 포퓰리즘이 잘못됐다’가 아니라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이대고, 대안을 내놓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그냥 ‘공격이 최우선’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비대위서 기본과 원칙에 따라 교체
 
보수 분열 탓은 없나요.
“일부 영향도 있지만, 득표 전반을 봤을 때 이미 그 선을 넘어섰어요. 더구나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죠. 수많은 언론, 전문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경고를 그냥 ‘거짓이다, 사기다’라고 치부했습니다.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 것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데, 선거의 기본조차도 지키지 않은 최악의 아마추어들이 치른 선거였습니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빠져도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못 챙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짓을 되돌아보면 이만큼 나온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국민한테 비판받아 마땅하고, 쌉니다. 국민이 자유한국당에 보내는 가장 중요한 비판이 뭡니까?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노회찬 의원은 그 정도 액수 가지고도 자살로써 자기 당에 누를 끼치는 것을 막고,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뭐 했습니까?”
 
그는 대여 투쟁 방법도 비판했다.
 
“저희가 잘 싸우고 있지 못합니다. ‘세게’, ‘강력하게’보다 ‘잘’ 싸우지 못하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잘 싸우는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것이죠.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이나 드루킹 사태…. 강력하게 싸우기는 했죠. 그렇지만 잘 싸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잘 싸운다는 것은, 국민이 아픈 부분, 국민이 원하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서 전선을 짜고 싸웠어야 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전선에서 싸운 겁니다.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입니다. 그런 다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업고,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자는 겁니다.”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고 하셨는데, 누가 어떻게 져야 합니까.
“책임질 만한 분이 통감하고 스스로 물러나 주시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그게 안 될 때는 비대위에서 기본과 원칙에 따라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선거와 관계없이 할 수 있나요.
“당협위원장은 매년 선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당협위원장은 최고위원회, 즉 비대위원회 결의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하기 위해 당무 감사를 매년 실시하도록 당헌·당규에 정해져 있습니다. 권한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행사해서 필요한 부분은 교체하겠습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기준은 뭡니까.
“당 지도부의 독단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할 겁니다. 신인이 들어올 수 있는 문턱을 낮춰 형평성 있게 가면 교체가 원활할 수 있을 것이고요. 배심원 평가는 단순하게 현재 인지도보다 과거의 행적, 특히 현역의 경우 여기에 집중되지 않겠습니까.”
 
언제 하나요.
“추석 지나서…. 정기국회가 있어서 현역의원에 대해서는 바로 실시하기 어렵고요. 원외 당협위원장부터 하고, 현역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량평가, 그 이후 정성평가를 하고…. 공고를 통한 인재 발탁도 하고, 그 뒤에 서로 비교 평가해서 뽑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여튼 추석 끝나자마자 바로 착수합니다.”
 
 
‘문재인 포퓰리즘’ 대안 없이 공격만
 
신인 발굴을 위한 다른 노력도 있나요?
“자유한국당이 2020년(21대 총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여성과 청년에게 열려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총선에 나갈 충분한 기회를 주고, 당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기준에 따라 신인 등용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새로운 가치’를 말씀하셨는데, 보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비대위에서 맹렬히 토론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유지와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서 관철되는 법칙과도 같은 거였죠. 우리가 보수의 대표를 자처하면서 과연 시장경제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 경제의 수호자로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확고부동한 정책들을 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반북, 반공, 한·미동맹’은 보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구분했다.
 
“그게 지금까지 잘 작동해왔습니다. 확실하게 유효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의 패권주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안보를 넘어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는 격동 상황입니다. 저희가 닫힌 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국민조차 ‘저 보수가 우리 개인과 공동체 삶을 지켜주겠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사회구조와 국민 가치관도 바뀌고 있습니다. 보수 세력이 견지해왔던 사회분야에서의 가치를 지금 우리 국민, 우리 자녀들에게 계속 전수, 강요할 수 있겠는가? 보수는 이런 부분에서 근본적인 생각의 전복이 필요합니다.”
 
한국당을 가장 먼저 탈당했다 다시 돌아왔는데, 상황이 달라진 게 있습니까.
“저는 한국당의 이념과 가치에 반대해서 탈당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저는 군이 나오거나 시위대가 청와대 안으로 들어갈까 봐 겁이 났습니다. 그것을 막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라고 생각했는데, 사퇴를 거부해서 그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탄핵 절차로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다들 주저주저하길래 제가 물꼬를 트려고 나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 분열, 대선 패배의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복귀할) 명분도 없고, 제 선택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수치스럽죠. 하지만 모멸과 수치를 딛고서라도 ‘문재인 국가주의 포퓰리즘’과 싸워야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왔습니다. 비판을 달게 받고, 그 책임을 지려는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보수 정치권에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 총장도 2016년 새누리당 대표로 출마했다가 중도 하차했는데….
“참 면구스럽습니다. 제 나이가 (한국 나이로) 51살. 서울에서 3선 했고, 국회 정무의원장을 했고, 지금 당 사무총장입니다. 그런데 저보다 나이 어린 지역구 국회의원이 우리 당에 김세연(46)·김성원(45) 의원 둘밖에 없습니다. 비례 대표를 다 포함해도 신보라(35)·전희경(43)·김현아(49) 의원뿐입니다. 마크롱(41) 프랑스 대통령이 몇 살인지 굳이 말 안 하겠습니다. 이게 우리 당의 현실입니다. 보수가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은 확실하고요. 2008년, 2012년, 2016년. 상대방을 완전히 배제하는 공천으로 지난 12년간 인재 발굴을 못 했습니다. MB 정권 때 형님정권, 만사형통, 박근혜 정부 때 친위세력이 당내 민주주의를 완전히 질식시켰습니다. 집권 세력 내부가 분열해 확장은커녕 친박에서 진박으로, 뼈박, 골박으로…. 세력 자체를 축소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우를 범한 겁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
대전고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에 5수 끝에 들어갔다. 대학 1학년 때 소련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 학생 시절 서울 동작갑 장기표 민중당 후보 선거를 도왔고, 김영삼 정부 때 이원종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양천 갑에서 내리 3선.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장을 역임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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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