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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鼠肚鷄腸<서두계장>

이제 추석(秋夕) 연휴다. 넉넉하고 여유로워야 할 때이건만 마음 편치 않은 이들이 유달리 많을 올해다. 최저나 최악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일자리 상황 때문이다. 특히 가장(家長)으로써의 짐이 가장 무거울 40대 연령의 취업자 수가 1991년 이래 가장 감소 폭이 크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원인으로 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 임금제’ 등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된다. 정책이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닐 게다. 선한 의도와 달리 결과는 흉측할 수 있다. 잘못된 것이라면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한데 놀라운 건 그 많은 문제 제기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정부 태도다.
 
행여 정부가 공재불사(功在不舍)의 믿음에 매몰돼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재불사는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말이다. 『순자(荀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천리마도 한 번 뛰어선 십 보의 거리를 갈 수 없고 아무리 더딘 말이라도 열흘을 가면 먼 곳에 도달할 수 있으니 성공이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騏驥一躍 不能十步 駑馬十駕 則亦及之 功在不舍)’. 중도 포기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겼다. 행여 정부가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효과가 날 것이란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이란 게 꼬이면 풀어야 하고 막히면 뚫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혜가 필요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인재부터 구해야 한다. 그래야 온갖 해법이 쏟아지지 않겠나. 이사(李斯)는 진시황(秦始皇)에게 많은 인재와 다양한 의견의 중요성을 ‘간축객서(諫逐客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태산은 한줌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클 수 있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진시황의 천하통일 위업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정부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똥 한 줌도 지니지 못할 정도로 속 좁은 쥐의 위와 닭의 창자 같다는 서두계장(鼠肚鷄腸)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터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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