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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의 시시각각] 강남 부동산 사다리 걷어차기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김종윤 논설위원

김종윤 논설위원

부동산 시장은 세 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 돈·세제·수급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으로도 돈이 몰려 가격이 뛴다. 이땐 돈줄을 조여야 한다. 대출 등을 규제하는 이유다. 투자(또는 투기) 심리가 발동해 초과 수요가 붙으면 심리를 꺾어야 한다.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그래서 나왔다. 여기까지가 수요 억제책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게 공급 대책이다. 부동산도 상품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오른다. 집을 많이 지어 수급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9·13대책의 마침표인 주택 공급 방안이 발표됐다. 수도권에 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했다. 성패 여부는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쉽게 말해 집값 불안의 진원인 서울 강남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느냐이다.
 
강남 집값이 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역설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크다. 강남은 인프라·학군 등이 좋아 소비자가 선호하는 곳이다. 가격이 비싼 이유다. 그러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강남 3구에는 일부 그린벨트 지역을 빼고는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다. 오래된 집을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다.  
 
정부가 이걸 규제해 주택 공급량을 제한한다. 투기 수요가 달라붙어 집값을 더 뛰게 한다는 이유를 대지만 이건 특혜다. 정부가 강남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걷어찬 꼴이다.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예전에 강남에 입성한 사람만 과다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강남 집값을 떠받치는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정부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을 책임진 정부 쪽 인사의 인식은 정반대였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해 8·2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직접 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강남에는 집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포함해서 연말이나 내년에 입주할 물량이 사상 최대치다. 최근 강남 재건축은 지난 몇 년 평균의 3배까지 허가됐다. 단순히 수요 공급 문제가 아니다.” 김 수석은 “지금은 불을 끌 때”라며 공급 부족 문제를 일축했다.
 
이제 수치를 보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료다. 지난해 서울에 새로 들어선 집은 6만8000가구다.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멸실된 집은 4만7000가구. 2만1000가구만 순증했다. 5년 평균 순증 주택 수(4만6000가구)에 못 미친다. 강남 4구에는 지난해 1만5000채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지만 멸실된 아파트는 1만7000채나 됐다. 오히려 줄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6년 기준으로 96.3%(국토교통부)다.
 
강남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노력도 사실상 실패했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자. 서울 외곽이나 강남권 인근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한 결과 강남 수요를 분산했나. 오히려 신규 ‘로또 수요’만 창출했을 뿐이다. 판교, 위례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이번 공급 대책에도 미니 신도시 조성계획은 있지만 강남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없다. 팥고물 빠진 찐빵 격이다.
 
강남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높여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의무 공급 등의 방법으로 적절히 환수하면 된다. 이번에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올렸다. 추가로 짓게 되는 주택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조건이다. 주거지역이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사업성이 좋아져 집값이 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공급을 이길 장사는 없다. 아무리 투기꾼이 끼어들더라도 공급 물량이 충분하면 시장은 균형점을 찾는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로 가야지 왜 산으로만 가는가. 
 
김종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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