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추석 날 오후 3시, 아들은 사위로 며느리는 딸로 바뀐다

길안내 빅데이터 분석 <상> 추석 풍속도
민족의 대이동. 추석의 또 다른 수식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3664만명이 이동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다. 이들은 추석 연휴 5일간 어디로 향했다 무엇을 하고 돌아오는 것일까. 중앙SUNDAY 탐사보도팀은 ‘카카오내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길안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2017년 9월 30일~10월 9일) 사람들이 어디를 방문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심층분석했다. 카카오내비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직장인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이다.

 
 
시가는 추석 전날, 처가는 추석 당일 방문

 
회사원 최필재(36·남)씨의 이번 추석 이동거리는 약 400㎞에 달한다. 추석 전날 부모님이 사는 충남 부여에 내려가 하룻밤을 보낸 뒤 당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충북 청주에 있는 처가로 향할 계획이다. 처가에서는 저녁 식사를 한 뒤 잠을 자고 이튿날 서울로 돌아온다. 최씨는 “매 명절마다 부모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처가에 들른 뒤 집에 온다”며 “명절 당일 오후가 아들에서 사위로, 아내는 며느리에서 딸로 바뀌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시가를 먼저 갈 것인가, 처가를 먼저 갈 것인가’는 명절마다 반복되는 논쟁적 의제다. 카카오내비 길안내 빅데이터는 최씨처럼 ‘시가 찍고 처가행’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 이동 경로임을 보여준다. 카카오내비 길안내 건수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비게이션에 ‘본가’ ‘부모님집’ 등 남자 쪽 부모의 집을 목적지로 길안내를 받은 사람들은 추석 하루 전날인 10월 3일 오전 10시~11시에 가장 많았다. 이튿날인 추석 당일 오전 11시 무렵도 길안내 건수가 많았다. 반면 ‘처가’등 여자 쪽 부모의 집을 의미하는 키워드로 운행한 숫자는 추석 당일 오후 3시에 정점을 찍었다. 같은 날 오후 4시와 오후 2시가 뒤를 이었다.

 
날짜별 길안내량 데이터에서도 같은 결과가 포착된다. 시가의 경우 추석 이틀 전부터 평상시 대비 길안내 건수가 급증하다 하루 전에 정점을 찍고 당일부터는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처가의 경우 추석 전날까지만 해도 평상시와 큰 차이 없는 비슷한 길안내 수를 유지했으나 추석 당일에는 직전 주 토요일(9월 23일 기준)대비 7배 이상 길안내 건수가 늘었다. 급증 추세는 이튿날까지 이어진 뒤 다시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카카오 모빌리티 데이터랩 김정민 연구원은 “방문시간대를 놓고 보면 추석 전날 시가에 갔다 차례를 지내고 처가에 간 뒤 귀경하는 명절 이동 경로가 카카오내비 주 사용층인 30~40대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先)시가 후(後)처가’ 패턴이 여전히 가부정적 명절 문화의 단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습학원 원장인 이영주(38·여)씨는 이번 추석에도 전날 시댁에 가서 다음날 오후까지 머물다 부모님 집에 잠시 들른 뒤 돌아올 계획이다. 이씨는 “명절은 시가에서 보낸다는 전통적 정서가 강해 결혼 후 단 한 번도 명절 때 부모님집에서 잠을 잔 적이 없다”며 “시가에서 쉴 틈 없이 일하다 부모님 집에 들러 반나절 정도 이야기 나누다 돌아오는 게 명절 코스”라고 말했다.

 
실제 어느 장소를 방문한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까지 시간을 측정한 체류시간 조사에서 추석 당일 시가(274.6분)에 머문 시간도 처가(246.1분)보다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차례 준비 등의 가사 노동은 여성 몫이라는 사고를 가진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예전과 같은 명절을 보내는 방식을 지지하는 세대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인 탓에 세대와 성별간 충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길안내, 추석 당일이 평소의 2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길안내 건수를 장소의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평상시에 비해 추석 당일 ‘목적지’로 급상승하는 장소는 묘지, 요양원과 마을회관 등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 세분화하면 묘지·요양원 등은 당일 오전 11시, 마을회관은 오후 1시에 방문자 수가 정점을 찍었다. 명절을 맞아 부모님을 찾는 이동 흐름이 추석 당일에 집중된 결과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는 추석 당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달라진다. 추석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5일에는 골프장, 테마파크, 낚시터, 시장·마트가 평상시보다 길안내 건수가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카테고리로 등장했다. 골프장은 5일 오전 10시, 낚시터와 테마파크는 오전 11시, 시장·마트는 오후 6시에 찾는 사람이 많았다. 명절마다 특수를 누리는 영화관의 경우 추석 이틀 뒤인 6일에 길안내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오후 2시가 피크타임이었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길어진 명절 연휴가 성묘나 부모집 방문 등에 쓰는 시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반면, 여행이나 레저활동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데이터로 드러난 것”이라며 "모바일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연령층을 감안하면 미래 명절 문화가 더욱 ‘소가족 중심’ ‘레저·여가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휴기간 평상시 대비 길안내 빈도가 이례적으로(정규분포상 상위 2.5% 이내) 치솟은 분야(핫스팟)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전날인 3일에는 시장, 묘지, 납골당, 마을회관, 기차역 등의 카테고리가 핫스팟 명단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4일에는 거주지를 의미하는 아파트·빌라 등과 고속버스터미널, 묘지, 납골당에 사람이 몰렸다. 이틀 모두 명절 관련 장소라 분류할 만한 곳들이다. 하지만 명절 다음날인 5일에는 펜션, 여관·모텔, 시장, 횟집, 항구·포구, 관광명소 등이 핫스팟으로 분류됐다.

 
수도권 지역에 개별 지역명 핫스팟 분석(지도 참조)에서도 3일에는 묘지(39.6%)가 관광지(29.2%)보다 많았으나 5일에는 관광지(58.3%)가 묘지(26.2%)를 압도했다.

 
지난해 연휴 기간 열흘 동안 개별 장소 길안내 건수 절대량에 조사에서는 인천공항이 부동의 1위였다. 연휴 내내 단 한 번도 순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천공항은 평상시에도 길안내 건수가 많지만 추석 당일에는 평상시보다도 두 배 가량 치솟았다.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사상 최대인 100만 명이 해외로 출국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스타필드 고양과 스타필드 하남, 이케아 광명점, 롯데월드 타워& 몰 등 쇼핑몰도 길안내 상위 10위권에 지속적으로 머물렀다. 스타필드 고양이 추석 직전에 개관한 점, 도심 지역 백화점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대전현충원(3위), 이천호국원(4위), 용미리제1묘지(6위) 등이 상위권에 오른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공항과 쇼핑몰, 관광지에 대한 길안내 건수가 많았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명절은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원칙을 무조건 고수해야 한다기 보다는 개개인이 토론해서 민주적으로 모두가 만족스러운 명절의 전통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