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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해설로 뜬 최용수 “손흥민도 코너 몰리니 솔선수범”

[스포츠 오디세이] 축구중계 스타 된 ‘독수리’
서울 연희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최용수는 ’해설을 해 보니 안정환·이영표가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신인섭 기자

서울 연희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최용수는 ’해설을 해 보니 안정환·이영표가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신인섭 기자

“내가 살면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일곱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송 해설이었다. 나는 욕 잘하고, 사투리 많이 쓰고, 감정 통제가 안 된다. 방송사에서 제안이 왔을 때 ‘왜 내가 해설을 해야 되냐’고 거꾸로 물어봤다. 출국 사흘 전부터는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막상 현장에 가서 풀냄새를 맡으니 실전에 강한 DNA가 살아나고 몸속의 축구세포가 배양되는 느낌이 들었다. ‘까짓것, 내 스타일대로 할란다’ 마음 먹으니 의욕이 살아났다.”
 
‘독수리’ 최용수(45)는 여전히 씩씩했다. 선수 시절 투혼 넘치는 플레이로 골을 펑펑 터뜨렸고, 지도자가 돼서는 2012∼16년 FC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1일 끝난 아시안게임에 SBS 해설위원으로 데뷔해 구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아재 해설’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2002 월드컵 미국전 제 모습(골 찬스에서 실축)을 보는 것 같네요” “제가 선수 때는 생각지도 못한 플레이를 하네요” 같은 ‘셀프 디스(자기비하)’ 가 인기 비결이었다. 지난 18일 서울 연희동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배부른 X들 대표팀에 뽑으면 안 돼
 
SBS 중계 부스에서 해설하는 최용수 위원. [중앙포토]

SBS 중계 부스에서 해설하는 최용수 위원. [중앙포토]

해설 데뷔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했나.
“전에는 이영표(KBS 해설위원)한테 ‘아유 이런 삽자루야. 해설하려면 좀 똑바로 해’ 했고, 안정환(MBC 해설위원)한테는 ‘정환이 너 임마 말 좀 해라. 전후반 합쳐서 도대체 몇 마디 하나’ 하고 놀렸다. 그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야, 어떻게 해야 되노’ 물었더니 걔들도 걱정되는지 30분 이상씩 설명해줬다. ‘절대 애매하거나 답답한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마라’고 하더라.”
 
셀프 디스로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선수가 골 찬스에서 똥볼을 차는 순간, 황선홍 선배를 먼저 ‘소환’했다. 사실 황선배가 나보다 공중볼을 많이 띄웠잖나. 선홍이 형은 편안하게 축구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하더라. 해설 잘하라고 물회까지 사줬는데…. 나 자신도 인정을 좀 해야겠다 싶었다. 2002 월드컵 때 내 실수로 미국전 날린 게 사실이니까. 요즘 사람들, 특히 공인(公人)들은 인정을 안 해요. 쿨하게 인정하니까 시청자들이 오히려 확 다가서더라.”
 
칭찬한 선수가 많았다.
“손흥민은 희생·헌신, 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했다. 원래 그런 선수가 아니었는데 코너에 몰리니까 솔선수범하더라. 확실히 사람은 배가 고파봐야 한다. 대표팀에도 배부른 X들이 있다. 그런 애들은 뽑으면 안 된다.”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에서 손흥민의 PK 실수(골대 맞고 나온 공을 이재성이 골로 연결)에 대해 “고급 전술이에요”라며 감싸줬는데.
“아시안게임 경험하니 여유가 생겨서 애드립도 하게 되더라. 손흥민이 새 감독 앞에서 실수한 거 아닌가. 그걸 에둘러 말한 거다. 손흥민은 그렇게 지켜줘야 할 선수다. 축구인이 축구인을 사랑하고 아껴주지 않으면 우리 설 자리가 어딘가.”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의조는 상당히 밝다. 스트라이커들은 ‘내가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찬스 한두 번 놓치면 불량세포가 이미 자리잡는다. 의조는 사고나 몸 자체가 경쾌하다. 동료를 활용할 줄 알고, 끊임없는 스킨십으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매우 스마트하다. 분명히 더 성장할 선수다.”
 
황희찬(22·함부르크)은 욕을 많이 먹었다.
“모든 걸 내가 해결하겠다는 중압감이 경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희찬이가 아시안게임 기간에 팀의 질서를 깨는 행위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대표팀에 들어오면 우리 축구문화에 흡수돼야 하고 배려와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내가 해결하겠다는 자신감과 배짱은 높이 사고 싶다.”
 
만약 내가 맡은 팀에 황희찬이 있다면.
“힘과 스피드 같은 하드웨어는 정말 좋다. 소프트웨어 쪽에서 손을 좀 봐야 한다. 볼 터치나 방향 선택, 볼을 잡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미리 판단하는 것 등이다. 판단의 스피드가 연봉의 척도가 된다.”
 
1998 월드컵 당시 날렵했던 최용수의 모습. [중앙포토]

1998 월드컵 당시 날렵했던 최용수의 모습. [중앙포토]

욕 먹은 걸로 하면 장현수(27·FC 도쿄)를 빼놓을 수 없는데.
“장점이 많으니까 경기에 나오는 것 아니겠나. 경기 운영 능력이 좋고,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 패스)도 나쁘지 않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면 거품 물던 팬들이 환호하면서 자기 편이 될 거다. 칠레전 종료 직전 백패스 실수처럼 집중력을 툭툭 놓치는 부분은 멘털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벤투 감독의 새 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스태프 구성이나 일하는 방식, 역할분담 등을 보니 기대가 된다. 그렇다고 언론에서 또 앞서 나가는 건 위험하다. 슈틸리케 처음 왔을 때 얼마나 띄웠나.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어떤 내용과 결과를 보여주는가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벤투의 황태자가 될 만한 선수는.
“(한참 생각하다가) 정우영(29·알 사드)이 될 수 있다. 벤투 감독 현역 때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벤투가 전술적으로 중요시하는 자리인데 정우영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하더라.”
 
아시안게임과 벤투 ‘특수’를 K리그가 잘 살려야 할 텐데.
“K리그에서 좋은 선수들이 빠져나가 경기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요소가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이 이슈거리를 만들어 내고, 몸과 몸이 맞부딪쳐 처절할 정도로 싸워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역동적인 데 굶주려 있다.”
 
 
FC 서울 다시 오라면? 공정하게 경쟁
 
그는 서울 강남 한남대교 앞에 7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67억원에 산 빌딩을 헐고 새로 지었는데 현 시세는 150억대라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가 관리를 잘한 덕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 때 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1년 이상 현장을 떠나 있는 독수리는 풀냄새를 그리워한다. ‘FC 서울에서 다시 오라고 하면 어떡할 건가’고 물었다. “내 청춘을 바친 곳이다. 그렇다고 ‘여기는 나의 놀이터였으니까 내가 가야겠다’ 이런 생각 전혀 없다.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그는 답했다.
 
중국(장쑤 쑤닝)에서는 왜 1년 만에 잘렸는지 묻자 “좋은 질문 하시다가 왜 갑자기…”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책과 신문을 많이 읽는다는 그답게 준비된 답이 나왔다.
 
“중국에서는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혔다. 탄탄대로 아닌 나의 축구인생을 고맙게 생각한다. 쓰라린 경험을 하면서 단단해지는 거다. 인생은 레슨비가 필요하다.”
 
광고판 밟기, 뱃살텔리, 말 타고 입장 … 최용수는 세리머니 메이커
2002 월드컵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에서 최용수가 골을 넣은 후 웃옷을 벗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 월드컵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에서 최용수가 골을 넣은 후 웃옷을 벗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 아시안게임 결승전 한·일전에서 이승우(20·베로나)가 골을 넣은 뒤 코너킥 지점 옆 A보드 광고판 위로 올라가려 했다. 몇 번 미끄러졌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광고판 위에 서서 세리머니를 했다. 그가 밟고 올라간 광고판이 마침 일본 도요타였고, 20년 전 최용수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자흐스탄과의 1차전에서 최용수는 골을 넣은 뒤 광고판 위로 뛰어올라갔다. 순간 A보드가 내려앉으면서 최용수는 ‘꽈당’하고 넘어졌다. 희대의 황당 세리머니였다.
 
최용수는 “승우 세리머니를 보면서 역시 ‘원 팀’이라는 걸 느꼈다. 동료가 다리 잡아주고, 물건 치워주고…. 우리는 원 팀도 아니었고, A보드에 받침대도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고3 때 연·고전에서 골 넣은 선수가 응원단상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언젠간 나도 저걸 할 거야’라고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최용수는 2012년 K리그 올스타전 때 골을 넣은 뒤 웃통을 벗고 고함을 지르는 ‘발로텔리 세리머니’(사진)를 재현했다. 출렁대는 그의 뱃살을 본 사람들이 ‘뱃살텔리’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해 K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말을 타고 나타났다. 그는 “난생 처음 말을 타 봤는데 샴페인을 맞은 말이 놀라 뛰는 바람에 떨어져서 크게 다칠 뻔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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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