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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한복은 고궁 무료입장 제외? 말도 안 되는 발상

두 남자의 스타일 토크
한류 문화 덕분에 한복을 경험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개량 한복·퓨전 한복을 입은 관광객에 대해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말 것을 최근 문화재청에 요청하려 했다가 한복대여업체 등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한류 문화 덕분에 한복을 경험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개량 한복·퓨전 한복을 입은 관광객에 대해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말 것을 최근 문화재청에 요청하려 했다가 한복대여업체 등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추석은 어른들과 함께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서도 성묘나 가족나들이 등의 야외활동까지 겸하게 되는 독특한 명절이다. 심지어 몇 시간 이상 차에서 보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적절한 옷차림을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 남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많은 두 남자가 명절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헌(이하 신)=추석이 다가오면 즐겁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신경 쓸 일도 많아져서 골치가 아프다. 특히 친척들이 모이거나 처가에 갈 때면 옷차림을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너무 차려 입으면 불편하고, 편하게 입으면 예의 바르지 못한 것 같고.
 
남훈(이하 남)=명절엔 일단 복장보다는 가족끼리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특히 시댁에 가는 아내들은 우리보단 스트레스가 훨씬 많을 테니 여러모로 배려해줘야 우리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테고.
 
=그래도 명절이나 직장에서 각각 어떻게 옷을 입으면 좋을지는 언제나 궁금한 질문이었다.
 
 
니트에 가디건이나 재킷 걸쳐 입으면 무난
 
명절의상은 예절을 갖추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이면 된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니트가 어울린다. 터틀넥은 보온과 멋, 두 가지를 커버하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사진 남훈]

명절의상은 예절을 갖추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이면 된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니트가 어울린다. 터틀넥은 보온과 멋, 두 가지를 커버하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사진 남훈]

=음. 아직은 우리에게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말이긴 한데, 드레스코드라는 개념이 있다. 장소와 상황에 맞는 복장을 갖추는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한다는 의미다. 숙명적으로 여성들은 그런 드레스코드를 개인의 개성이나 시대적인 트렌드와 결합해서 잘 소화한다. 자신이 입을 옷을 스스로 선택하는 게 당연해서 뭔가 연습이 잘 되어 있는 것이다. 드레스코드를 해석하는 능력도 남달라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같은 옷을 입지는 않는다. 차별화가 DNA 속에 심어져 있는 것 같다. 반면 남자들이 입는 옷은 군대나 집단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집단성이나 사회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개성적으로 맘대로 입으라고 하면 남자들은 멘붕에 빠져버린다. 드레스코드라는 지침이 있어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물론 드레스코드를 지킬수록 예의 바른 복장에 근접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 추석에는 뭘 입어야 하나. 물론 집안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명절은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응대하는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불편한 일이다.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편안하게 즐겁게 지내는 게 중요하지. 그러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듯 정장을 차려 입을 필요는 없겠다. 추석은 계절적으로 가을이니까 그 정도 날씨에 맞는 재킷에 니트를 입으면 예절과 편안함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외출할 때 입었던 재킷은 실내에서는 벗으면 되고, 셔츠가 아니라 니트라면 딱딱하지 않은 캐주얼 복장으로 손색이 없다. 재킷이 익숙치 않은 분은 그 대신에 가디건이라는 대안도 있다. 복장의 전통은 집안의 어른이 중요한 잣대를 제시하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아버지들이 재킷이나 가디건, 니트와 셔츠 등 베이직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옷차림을 자주 보여주시면 자연스럽게 복장 교육이 되겠다.
 
=그런데 또 어르신들은 집안 행사든 결혼식이든 어디든 골프복, 등산복 차림으로 오시는 게 우리 현실이지 않나. 그렇다고 어르신들에게 옷 한 벌 해드린 적도 없는데, 골프복, 등산복을 집에서 왜 입느냐고 할 수도 없고. 아니, 사실 해드리고 싶어도 뭘 선물하면 좋아하실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등산복, 골프복이 되곤 하는데.
 
=아웃도어 의류는 원래 등산에 적합한 기능적인 옷인데, 이제는 등산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 레저, 여행 및 외출까지 모든 일상을 커버하는 복장이 되었다. 하지만 상황과 장소를 생각한다는 게 드레스코드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모든 장소에 다 통용되는 만능의 옷이 과연 있을까. 일상 복장에서 무채색으로 일관하는 남성들이 골프나 아웃도어 복장에서 과감한 컬러를 소화하는 모습에서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거기다 가벼워서 몸의 부담을 줄여주고, 땀을 배출하는 기능이 뛰어나 남녀 구분 없이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할 때 입는 옷과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캐주얼은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복은 운동할 때, 집에서는 편한 니트와 바지를, 외출할 땐 손이 잘 가는 재킷, 이렇게 나름의 몇가지 지침을 정해두시면 선택이 쉬워진다. 편하다고 운동화만 신으면 구두를 다시 신기가 어렵다.
 
=외국 영화 보면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모일 때 옷차림이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없다. 셔츠에 스웨터 한 장 걸쳤을 뿐인데.
 
=최근에 니트는 점점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나름의 의미와 매력을 얻어가는 것 같다. 원래 우리들은 영국 신사들처럼 겨울에도 니트를 많이 입지 않고, 보일러가 절절 끓는 실내에서 반팔 옷을 입는 걸 좋아했었다. 옷은 소재가 좋아야 한다고 강변하면서도 캐시미어나 실크가 들어간 니트의 가격엔 아연실색하고. 하지만 니트는 셔츠보다 착용감이 훨씬 편안하고, 조직감이나 컬러 때문에 누구라도 자신의 얼굴과 어울리는 스타일로 입으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무조건 비싼 소재의 니트를 입으실 필요는 없고, 울이나 면 소재의 니트들로 시작하면 된다. 브이넥, 가디건, 크루넥, 터틀넥 등 여러 종류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몇번 입어 보면서 거울 앞의 내 모습을 확인한다. 이때 주변의 반응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니트를 권해드리고 싶다. 터틀넥은 보온과 멋, 두 가지를 커버하는 훌륭한 아이템이라 블랙, 브라운, 네이비, 그레이, 베이지 등 기본적인 컬러들을 사두면 재킷 입을 때 아주 편리하다.
 
 
등산복·캐주얼 혼용 않듯 외출·실내복 구별
 
=예의를 차린다고 재킷을 입으면 또 성묘 가서 일 안 하려고 그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너무 소심한 건가. 올바른 성묘 복장이라면 어떤 걸까.
 
=성묘나 벌초, 거의 산속으로 진입해야 하는 이때야말로 아웃도어 복장이 절실하게 어울리는 시점이다. 산속으로 걸어가면서 구두 신으면 이상하고, 풀밭을 지나서 성묘를 하는데 울 재킷이 웬 말인가. 아웃도어 복장에 튼튼한 운동화면 된다.
 
=한복은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아니면 안 입게 됐는데,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으려면 또 너무 번거롭다. 결국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한복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나라의 고유한 복장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그 문화는 아쉽지만 국력에 비례하는 수가 많다. 영국이 전성기였을 때 등장한 슈트들이 전 세계로 보급되었고, 미국이 최강대국일 때 청바지와 티셔츠들이 남자들의 복장에 영향을 주었다. 한복의 섬세함과 컬러를 사랑하지만, 명절에 국한되어서 입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국력이 발전하고 한류 문화가 해외에 어필하면서 우리 한복을 경험해보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걸 보는 건 즐겁다.
 
=고궁에 한복을 입고 가면 입장료를 면제해줬는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개량 한복은 ‘국적불명’이라고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말이 있더라. 복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인데 너무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규정을 마련하는 분들이 연구와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옷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분들이 복장 규정을 작성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처럼 공무원들께서도 좀 편하게 일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니 ‘홈웨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는 좀 부족한 것 같다. 너무 직장에 얽매여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가.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는 건 자연스러운 사회의 흐름이라고 본다.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면 문화 수요가 증가하듯이, 그동안 너무 일에 매몰되어 온 우리나라 국민들의 현실은 적극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 여유에 관심이 늘어날수록 집에서 이뤄지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어 그런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집에서 입는 홈웨어뿐만 아니라 가구, 인테리어, 주방 기구 등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도구와 문화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잠옷도 운동복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잠옷을 갖춰 입으면 좀 유난 떠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시 강조드리지만, 갖춰 입는다는 의미를 너무 불편하게, 까다롭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셔츠에 타이를 입고 집 소파에 앉아 있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잠옷을 입고 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정도로 입고, 등산복과 캐주얼을 혼용하지 않듯이 외출복과 실내복 구별만 잘하면 된다.
 
신동헌·남훈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남성복 편집숍 알란스 대표
신동헌 스포츠투데이·에스콰이어 기자를 거쳐 남성패션지 레옹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놀거리를 섭렵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패션뿐 아니라 카메라·오디오·전자기타·자동차·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광폭의 취미를 자랑하는 순혈 마초다.
 
남훈 남자의 복장과 패션에 대한 연구를 삶의 목표로 삼은 클래식 슈트 매니어. 패션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기업과 협업해서 브랜드와 편집숍을 함께 만들었다. 자신만의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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