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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삼청동에서 꼭 봐야 할 미술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앞 마당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민들레'. 민들레 홀씨처럼 모인 수 천개의 식기들이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피어났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앞 마당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민들레'. 민들레 홀씨처럼 모인 수 천개의 식기들이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피어났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요즘 걷기에 딱 좋은 날씨죠? 
서울에서 고궁 나들이를 비롯해 산책과 전시 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네를 꼽는다면 단연 삼청동입니다. 그래서 지금 놓치기 아까운 전시를 여기 모아봤습니다. 
 
절제된 선과 색에서 만나는 깊은 울림
윤형근이 1980년 5월 광주 소식을 듣고 그린 작품 '다색'.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이 1980년 5월 광주 소식을 듣고 그린 작품 '다색'.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 회고전=올해 열린 여러 전시 중 많은 미술 기자들이 가장 좋아한 전시를 꼽는다면 아마도 윤형근 회고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단색화의 거목'으로 불리는 윤형근(1928~2007)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대형 화폭에 담긴 색과 면으로 남다른 깊이의 울림을 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윤형근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답이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싹 빼버린 추상회화”에 있다고 생각했다지요. 이 전시는 그렇게 화폭 안에서 자신의 답을 찾아간 한 예술가의 초상을 묵묵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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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환기(1913~1974)의 제자이자 사위였다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번 전시에선 김환기의 영향이 짙게 보이는 초기작과 자기만의 화풍을 밀고 나간 후기작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보러 가신다면 그 중   ‘다색’이라는 작품을 눈여겨 봐주세요.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이 그림은 1980년 6월에 그린 것입니다.  작가가 5월 광주 소식을 듣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당으로 나가 그렸다고 하는 데요, 화면을 채우고 있는  비스듬히 쓰러지는 듯한 큰 기둥이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형상으로 비칩니다. 당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린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은 작품입니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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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비와 빗자루도 '작품'이 되나요?
 
국립현대미술관 '민들레' 작품 앞에 선 최정화 작가. [사진 이은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민들레' 작품 앞에 선 최정화 작가. [사진 이은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최정화-꽃, 숲=요즘 삼청동 거리를 걷다 보면 꼭 보게 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 전시된, 아주 특이하게 생긴 거대한 조형물이죠.  최정화(57) 작가의 '민들레'라는 설치 작품입니다. 높이 9m, 무게 3.8t에 이르는 이 조형물은 가까이 다가가 보면 더 놀랍습니다.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그 소재들이 바로 남의집 부엌에서 출동한 식기들이라는 점에서요. 그러니까 전국 각지에서 모은 냄비가 여기에 모여 '꽃'이 된 겁니다. 작가는 지난 3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를 돌며 시민들로부터 생활용품을 기증받는 공공미술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Gather Together)를 벌였는데, 여기서 얻은 약 7000여개의 식기가 작품에 쓰였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삼청동에 나들이 가셨다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꽃, 숲' 전은 꼭 봐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은 이 전시를 놓치지 말라고 귀띔해주고 싶습니다. 친근하고, 재미있고,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현대미술을 만날 기회입니다.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빗자루, 풍선 등 일상의 저렴한 물건들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최정화 작가의 감각과 재치를 축제처럼 즐겨야 합니다. 
 
마당에 있는 '민들레'가 전부가 아닙니다. 미술관 내부의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작가가 각지에서 수집해온 물건이 '꽃'처럼 피어난 140여 점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낡은 나무 빨래판이 얼마나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는지, 밥상과 솥, 항아리가 모여 어떻게 꽃이 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우리나라 중진작가 한 명을 뽑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최정화 '꽃, 숲' 전은 이 프로젝트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내 마음의 산과 바다, 그리고 빛
[사진 국제갤러리]

[사진 국제갤러리]

유영국 '색채추상', 국제갤러리 2, 3관=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아온 유영국(1916~2002)의 작품 14점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추상화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유영국의 그림을 보고 나면 그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화폭에 보이는 것은 점과 선과 면, 색 등 극도로 단순화된 요소이지만,  그 안에 산과 바다 등 우리에게 친근한 자연 풍경이 펼쳐져 있거든요. 마음을 훅 들어오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풍경과 색입니다. 
 
유영국 작품은 멀리서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독자적인 화풍을 완성했다는 얘기인데요,  작가는 '산'을 모티브로 면을 분할하고, 그 면을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로 채웠습니다. 그 산을 에워싼 눈 부신 빛도 보입니다. 이 산이 아름답고 깊이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재현 그 이상이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는 선과 면, 색채 이러한 순수한 조형요소를 빌려 자신이 꿈꾸는 궁극적인 이상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유영국 작가는 강원도 울진 출신으로, 1938년 일본 동경문화학원 유화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홍익대 미대 교수로 강단에 섰습니다. 이번 전시에 나온 것은  유영국의 작업 중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1964년 이후의 작품 14점인데요, 특히 3관에 전시된 캔버스 작품 9점을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모던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통해 당시 원숙기에 들어섰던 작가의 추상 세계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귀하디귀한 우리 시대 여성 작가
윤석남, 자화상(2017). [사진 학고재]

윤석남, 자화상(2017). [사진 학고재]

윤석남, 자화상(2017, 한지에 분채, 137*93). [사진 학고재]

윤석남, 자화상(2017, 한지에 분채, 137*93). [사진 학고재]

윤석남 개인전, 학고재 신관=이제 드디어 우리 시대 여성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입니다. 그냥 여성 작가가 아니라 여성주의 작가라는 말이 더 맞겠네요. 윤석남 작가는 1982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강인함을 ‘어머니’로 상징화하는 작품을 해왔습니다.  그런데요, 이번 전시는 좀 다릅니다. 작가 활동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작가에겐 흥미로운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던 며느리이자, 딸을 둔 어머니로서 나이 40세 나이에 붓을 잡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점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4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이번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 작가는 신작을 모두 채색기법으로 완성했습니다. 채색화를 선보이는 것도 이번 전시가 처음입니다. 
 
 특히 작업실에서 자기 자신을 그린 자화상 작품들이 여러 점 눈에 띄는데요, 하나하나 모두 인상적입니다. 전통화 기법으로 작업실을 배경으로 작가는 정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데 그 강렬한 시선에 압도될 정도입니다. 여성 작가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전해져 오는 작품들입니다. 
 
 그의 회화 작품을 보다가 지하 전시장에 마련된 2018년 버전의 '핑크룸 V'를 포함한 대형 설치 작품 2점을 보면 또 한 번 놀라시게 될 겁니다. 강렬한 형광 핑크의 구슬이 깔린 공간에 마치 긴 발톱 달린 듯한 다리의 소파는 보는 이를 아찔하게 합니다. 작가는 화려하고 불안하게 펼쳐놓은 이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겨두었습니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자유로운 영혼의 흔적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차려진 설치와 퍼포먼스 '소멸'의 퍼포먼스 세트. [사진 갤러리현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차려진 설치와 퍼포먼스 '소멸'의 퍼포먼스 세트. [사진 갤러리현대]

이강소 개인전. [사진 갤러리현대]

이강소 개인전. [사진 갤러리현대]

 ◆이강소 개인전 '소멸', 갤러리현대=혹시 삼청동 거리를 걷다가 목이 마르면 갤러리현대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그 곳 1층에서 막걸리 한 잔을 사서 마실 수 있으니까요. 1층에 들어서면  70년대 선술집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 탁자와 의자가 관람객 여러분을 맞을 겁니다. 이게 뭐냐고요? 이강소(75) 작가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첫 개인전을 연 명동화랑에서 선보인 작품을 재현한 퍼포먼스 '소멸'의 세트입니다. 관람객이 여기 앉아 막걸리와 안주를 사먹는 순간 45년 만에 퍼포먼스는 다시 살아납니다. (막걸리와 안주 판매 수익금은 아동 복지 기금으로 쓰입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강소 작가의  70년대 대표작 10점을 모은 자리입니다. 이강소 작가는 회화와 조각, 판화, 비디오, 설치, 사진, 도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 들며 끊임없이 실험을 해왔는데요, 70년대에 그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체험을 주제로 이미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작가가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벌인 닭 퍼포먼스도 유명한데요, 이번 전시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우리들 생활의 한 단면을 뚝 잘라서 전시장 안으로 들여 왔다는 겁니다. 생활에서 분리해 다시 보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술집 탁자를 차지한 숱한 사람들이 그랬듯이, 우리 삶이란 수많은 것들이 왔다가 가고, 다시 오고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과정으로 채워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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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이 노련한 작가의 최근작을 보여주지 않지만, 그래서 더 신선합니다. 70년대에 주변의 무엇이든 작업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젊은 아티스트의 패기, '실존'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이야기를 쏟아냈던 자유분방한 정신을 2018년에 다시 만나볼 드문 기회입니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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