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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남북 평화모드 업그레이드, 그 선봉에 음악·공연 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8~20일 평양정상회담이 평화를 향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러한 희망의 맨앞에는 예능능이 있다. 지난 4월 평양 공연 '봄이 온다'는 곧 평화의 상징이었다. 음악·공연계는 앞으로도 평화분위기 조성의 선봉에 설 전망이다. 정치, 경제, 사회의 기저에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분단이 심화시킨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것이 우선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10월로 예정된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가을이 왔다'다. 평양예술단이 대한민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지난 2월 북의 현송월이 이끈 삼지연관현악단 무대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남북 화해무드가 절정에 달했고 이번 공연이 남북 문화교류의 본격 시발점이 될 것이어서 규모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월에 공연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공사 중이므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이번 공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10월은 공연계 대목이어서 대관이 쉽지 않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일정은 다 찼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0월9일이 비어있다.



평양예술단은 노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춤 등 복합공연을 하는만큼 여기에 걸맞은 체육관도 유력하다. 지난 2월 현송월이 둘러본 장충체육관을 비롯해 여의도 KBS홀, 잠실학생체육관 등도 고려 대상이다. 이번 평양예술단 역시 현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단 공연, 정례화될까



남북의 예술단 교환 공연 정례화는 '가을이 왔다'의 성패가 좌우할 듯하다. 남북관계의 얼음을 깬다는 의미의 '겨울이 간다' 등 계절 시리즈로 가능하다는 것이 공연계의 예상이다.



딱딱할 수 있는 정치군사회담에 음악과 공연은 적극 활용될 수밖에 없다. '봄이 온다'는 윤상 음악감독과 현송월 등 남북의 예술가가 중심이 돼 완성도와 전문성을 높이면서 대중이 공감할 여지를 넓혔다. 남북정상회담의 마중물 구실을 확실히 했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문화예술계 특별수행진도 작곡가 김형석이 중심이 됐다.



우선 남북은 양측에 친근한 레퍼토리로 화합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대극장에서 관람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우리에게 친근한 곡이 울려퍼졌다. '반갑습니다' '흑산도 아가씨'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다함께 차차차' '만남' '아침이슬' 등이다.



이전보다 한발 더 나아간 협연 형태도 기대된다. 다만 북측 곡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공연계 관계자는 "북측의 남측 음악 이해도에 비해 남측은 북측 음악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협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남측에서는 북측에도 잘 알려진 대중음악 가수부터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 이미자, 이선희, YB 등이다. 관심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아이돌이다. 남측은 '봄이 온다' 공연에 '레드벨벳', 이번 평양정상회담에 그룹 '블락비' 멤버인 래퍼 지코를 포함시키며 남측 아이돌 가수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돌은 '북한'과 '통일'에 무관심한 남측 10, 20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봄이 온다' 당시 아이린을 비롯한 레드벨벳 멤버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역시 지코가 같은 곳에서 냉면을 먹자 젊은이들 사이에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기도 했다.



평양정상회담 만찬에서 랩 가사가 주를 이룬 자신의 히트곡 '아티스트'를 부른 지코는 소속사 세븐시즌스를 통해 "아직까지 방북을 하고 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고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모든 장면들과 먹은 음식들이 한동안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무척이나 기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통공연·클래식·무용으로 공연 교류 확대



한편에서는 지난 '봄이 온다'에 이어 이번 문화예술계 특별수행원에 전통공연, 클래식, 무용 등 순수예술 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연은 비교적 준비 기간이 길고, 남북이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 차이도 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감안해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음악 전문가인 민경찬 한예종 음악원 교수도 "첫 남북 문화 교류가 시작된 1985년부터 전통공연은 항상 중심이었다"면서 "전통음악 등이 앞으로 남북이 교류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음악에 앞서 남북의 평화무드를 조성하는데 이바지한 클래식음악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2월 프랑스 출신 미국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끈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미국 오케스트라의 북한 연주는 전무후무한 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마젤은 공연 뒤 "'아리랑'이 미국인과 북한 사람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북한과의 평화에 일찌감치 관심을 쏟아온 지휘자다.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도 열었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밖에 클래식 음악계 곳곳에서 북한 끌어들이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오페라 연출자 아힘 프라이어가 한국의 공연제작사 월드아트오페라와 손잡고 11월 14~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선보이는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1부 ‘라인의 황금'은 북한 성악가 섭외를 추진하고 있다.



무용 분야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발레와 현대무용이 활발한 우리나라와 달리 북에서는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의 춤을 계승하는 등 전통무용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다녀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통일이 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한공연에도 긍정적



팝스타 내한공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팝시장의 규모가 작아 대형 팝스타의 내한공연은 일본·아시아 투어와 연계된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리처드 막스처럼 한반도 긴장 고조로 내한공연을 취소하는 사례는 더이상 없을 듯하다. 팝스타 내한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막스의 경우처럼 한반도 불안 요소로 내한이 번복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하기 때문에 평화를 중시하는 팝스타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당일 첫 내한공연한 미국의 감성 록 밴드 '원 리퍼블릭'의 보컬 라이언 테더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며 "오늘이 앞으로 100년, 1000년간 평화의 시작이기를"이라고 바랐다.



지난 4월 첫 내한공연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지난 내한 당시 들른 DMZ 사진 등을 게재했다. 1970년대를 풍미한 영국 펑크록의 전설적 밴드 '섹스 피스톨스' 원년 멤버인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 글렌 매트록은 지난 6월 '제1회 DMZ 피스트레인(Peace Train) 뮤직페스티벌'에 자청해서 참여했다.



◇남북문화예술교류, 과제는?



경계할 것은 상업성이다. 2010년 우드스탁의 창시자 아티 콘펠드까지 초청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평화 콘서트를 연다고 발표하며 이목을 끈 기획사가 부실한 행사 준비로 공연 1주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공연계 관계자는 "평화를 위한 록 콘서트, 클래식음악 공연을 연다는 명분을 앞세워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투자를 받으려는 일부 기획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문화예술을 쉽게 재단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의 문화예술이 이질적으로 변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니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개량 악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하는 북한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제한적이다. 전통음악과 함께 북한 작곡가의 곡이 주로 연주된다.



공연계는 일찌감치 북한에 주목했다. 현대무용계 한류스타 안은미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와 함께 지난 6월 '안은미의 북.한.춤'을 선보였다. 2014년 '제1회 북한음악 연주회'를 열었고, 북한 월간 '조선예술'에 게재된 악기 개량 관련 연재기사를 분석한 국립국악원은 올해 북한 음악 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예술단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7월 '공연예술 남북교류 아카데미'를 열었다. 서울예술단은 1985년 정부의 '민족대교류 선언'을 계기로 그해 9월 이산가족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동시 교환이 성사되면서 창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남북한 연극인들이 함께 하는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단체도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남북연극인교류추진위원회가 지난 7월 남북연극교류위원회로 간판을 걸었다.



북한을 소재로 하는 공연도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11월 6~24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하는 연극 연출가 이경성의 신작 '러브 스토리'는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연출은 "개성공단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그 공간이 어떻게 인간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감정을 발생시켰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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