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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절도범에게 물어보니... "문 따는데 5분 이상 걸리면 범행포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안전융합기술센터 연구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알루미늄 방범용 창살의 강도를 확인해보고 있다. 발로 찬 충격에 휘어진 창살을 손으로 분리하고 있다 [사진제공=KCL]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안전융합기술센터 연구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알루미늄 방범용 창살의 강도를 확인해보고 있다. 발로 찬 충격에 휘어진 창살을 손으로 분리하고 있다 [사진제공=KCL]

절도범 상대 국내 첫 설문·연구조사
 
절도범들은 가정이나 상가 등 범행 대상물(타깃·target)로의 침입에 ‘5분 이상’ 걸릴 경우 범행을 대부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아파트 고층이 저층보다 꼭 안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손쉬운 범행 장소를 선택하는 질문에 고층 세대로 답한 재소자의 비율이 높았다. 절도범 10명 중 5명은 건물 안으로 침입하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밖에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수법은 소음 발생 때문에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박현호 교수팀이 8월 29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소재 2곳의 교도소에 수감 중인 63명의 전문 침입 절도범을 대상으로 한 설문·연구조사 결과다. 응답자 중 상당수는 침입 절도 범죄 경험이 3회 이상인 상습범이다. 평균 신장은 170.6㎝, 평균 체중 73.1㎏이다. 실제 절도 재소자를 대상으로 침입범죄 포기시간, 침입작업 시간 등을 직접 조사한 국내 첫 사례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안전융합기술센터, (사)한국방범기술산업협회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3분만 뚫리지 않아도 23% 범행 단념
 
침입에 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 대부분 범행을 단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포기 시간 질문에 ‘5분 이상’이라고 답한 절도범이 66.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4분이 10.5%, 2~3분이 8.8%였다. 1~2분, 1분 이하는 7%로 같았다. 3분만 버텨도 10명 중 2.3명이 포기하는 것이다. 범죄과학연구소 김강일 수석연구원은 “방범창과 같은 범죄예방 시설이 5분 이상 뚫리지 않으면 침입범들의  범행의사를 단념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침입 자체를 아예 어렵게 하는 범죄예방 사업인 ‘타깃 하드닝(target hardening)’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2층 이상에 거주하는 입주민 상당수가 방법용 창살을 설치하지 않는다. *사진 속 아파트는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연합뉴스]

아파트 2층 이상에 거주하는 입주민 상당수가 방법용 창살을 설치하지 않는다. *사진 속 아파트는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연합뉴스]

 
"아파트 저층보다는 고층을 선호"


설문에 응한 재소자들은 아파트 저층보다는 고층이 상대적으로 범행하기가 더 쉽다고 꼽았다. 아파트 고층을 택한 응답자는 14.3%로 저층(11.4%)보다 2.9%포인트 높았다. 한국방범기술산업협회 김대용 이사는 “고층 아파트는 안전할 것이라는 방심에 베란다 창문을 잘 잠그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침입방법으로 ‘문단속이 안 돼 있는 곳을 노렸다’는 절도범은 39.6%로 집계됐다. 잠금장치를 부수거나 연 경우는 각각 24.5%와 22.6% 나타났다. 반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경우는 7.5%로 낮았다. 범행도구로는 드라이버나 파이프절단기 등 작고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침입 절도범이 도구로 아파트 출입문을 파손해 잠금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용인대]

침입 절도범이 도구로 아파트 출입문을 파손해 잠금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용인대]

 
절도범 절반, 3분 내 건물 '침입 성공' 
 
침입하는데 걸린 평균 소요시간은 3분 이하가 50%를 차지했다. 1분 이하는 13%, 1~2분이 14.8%, 2~3분이 22.2%였다. 침입구는 출입문이 53.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창문을 통한 침입은 30.6%로 집계됐다. 침입구가 창문이라고 답한 절도범의 절반 이상이 방범용 창살을 뜯거나 방충망을 찢고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방범시설의 침입저항 성능 기준을 제시할 뚜렷한 자료가 확보됐다”며 “앞으로 경찰청이 추진할 예정인 방범시설 검정제도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의 (재)도시방범연구센터가 절도 범죄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침입을 5분만 막아도 70%가 범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를 근거로 5분은 일본 내 방범시설 성능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당시 도시방범연구센터가 조사한 절도범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이번 용인대 연구팀의 표본(63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충남 공주시와 공주경찰서가 지난 7월 6일 200여세대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타깃 하드닝 사업을 벌였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공주시와 공주경찰서가 지난 7월 6일 200여세대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타깃 하드닝 사업을 벌였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2016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서 타깃 하드닝 시범사업이 이뤄진 바 있다. 혼자 사는 여성 등 범죄에 취약한 43세대에게 강화된 방범용 창살·방충망 등을 무상으로 설치해줬다. 지자체 예산지원이 아닌 한국방범기술산업협회의 기부방식으로 진행됐다. 타깃 하드닝 시범사업 이후 4건이던 침입 절도는 2016년 8월 10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동 전체의 침입 절도 건수는 84%(25 →4건) 줄었다. 지난 7월에는 충남 공주시와 공주경찰서가 범죄에 취약한 283가구를 대상으로 타깃 하드닝 사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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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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