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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중앙신인문학상] 현실의 틀 깨는 젊음의 패기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의 주인공들이 가려졌다. 시 부문은 오경은씨의 ‘계시’, 단편소설 부문은 정선임씨의 ‘귓속말’, 문학평론 부분은 정기석씨의 ‘느낌의 곤란함에 대한 몇 가지 명제-김상혁과 황혜경의 시를 중심으로’가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시는 821명, 단편소설은 1021편, 문학평론은 26편의 응모작을 대상으로 예·본심을 치른 결과다. 시 당선작, 각 부문 당선자들의 소감, 심사평을 소개한다.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들. 왼쪽부터 문학평론 부문 정기석씨, 소설 부문 정선임씨, 시 부문 오경은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들. 왼쪽부터 문학평론 부문 정기석씨, 소설 부문 정선임씨, 시 부문 오경은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 부문 당선작
계시     
-오경은
 
우울할 땐 은박지를 긁어요, 저마다 은박지와 동전이란 게 있잖아
스스로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꽝의 확률은 잊어라, 잊어라
 
맨발로 떠도는 광신도의 얼굴로
복권을 사는 사람들처럼
 
뭐라고 쓰여 있나요
당신도 내가 보고 있는 걸 보고 있나요, 아니겠죠
 
의심이 필요 없는 순간에 서로를 못 믿을 만큼 성실해본 적도 없으면서
 
새살이 차오르는 것처럼
 
긁은 자리가 다시 차올라요 
아무리 긁어도 찢어지지 않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외로움이 필요할 때마다 은박지가 벗겨진 자리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잊었다
 
가난을 동경하라
죽은 사람을 추종하라
지리멸렬한 영원을 꿈꾸라
 
수북이 쌓여가는 은박지 재, 빛나는 개미떼
 
알아듣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있어서 자꾸만 아름다워져 가, 초조해
 
저마다의 은박지와 동전이란 게 있어서
우리는 신이 되어 가고 있다
가난한 계시에 중독된
 
[시 당선 소감] 인생에서 받은 것을 다시 시에게로 …
시가 알려준 것을 인생에게로, 인생에게 받은 것을 다시 시에게로. 너에게로, 당신들에게로, 삶에게로, 죽음에게로. 그렇게 가까스로 나에게 도착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은 선택은 무엇도 하지 말라고 말해준 아빠 오영재, 나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 이선숙, 이해보다 사랑이 큼을 알게 해준 언니 오민아. 당신들 앞에서 언제나 마음보다 작은 사람이었기에 미안함과 사랑을 전한다. 김명인 선생님과의 사당동 거리, 이혜원 선생님의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 이영광 선생님께 받은 못 갚을 마음들.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홍창수, 박유희, 박형서 선생님께 감사를. 신용목, 하재연 선생님의 애틋한 기약에도 보답하고 싶다. 라라·원·나눔·지연·별·지호·지민·경민·정은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뜬금없이 뭉클해지는 현호·정균·용준·병덕·우석·승원·태선·송아·현경·셉·승훈·주영·명준. 스스로가 좋아지던 순간엔 언제나 당신들이 있었다.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분들 감사합니다. 내 몫의 작고 깊은 행복이 남아 있다면 그 모두를 나의 사랑, 나의 꿈. 고(故) 김태혁 여사께 바치고 싶다.
 
◆오경은=198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시 심사평] 지리멸렬한 삶에 대한 환멸과 위트
예심을 통과한 열다섯 분의 작품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지만, 확연하게 눈에 띄는 작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유은님의 ‘국경에 서서’는 같으면서도 다른, 나인 동시에 타자인 존재에 대한 사유를 “숫돌에 벼린 문장들”처럼 간결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관념적인 소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나머지 작품들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다.
 
남수우의 ‘가장 바깥에 사는 손’은 가난한 산동네에서 병을 앓으며 죽어가는 삼촌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부재성을 손에 만질 듯 그려낸다. 신춘문예에 잘 맞는 세련되고 안정적인 작품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상투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오경은의 시들은 다소 거칠지만 세계와 정면으로 맞서려는 패기와 진지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디스토피아적인 현실 속에서도 끝내 길들여지지 않는 우울과 분노를 그의 시들은 품고 있다. 당선작 ‘계시’는 복권을 긁는 사소한 행동에서 깊은 슬픔을 읽어내며 “저마다의 은박지와 동전”에 주목한다. 지리멸렬한 삶에 대한 환멸과 위트가 자연스럽게 뒤섞이면서 개인적 고통이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걸 볼 수 있다. 
본심 진출자(15명) 
김가연 ‘아이트 벤 하두’ 외 4편
김웅기 ‘공방에서’ 외 5편
남수우 ‘가장 바깥에 사는 손’ 외 4편
박다래 ‘비닐하우스’ 외 5편
박현 ‘칠월’ 외 4편
신예은 ‘9월의 마라토너’ 외 4편
오경은 ‘계시’ 외 4편
오유영 ‘추락하는 것은 고양으로 간다’ 외 4편
유은님 ‘국경에 서서’ 외 4편
이윤 ‘미술 시간’ 외 5편
장희수 ‘우천으로 인한’ 외 4편
정규영 ‘부메랑’ 외 4편
조주안 ‘여의도공원’ 외 6편
차유오 ‘숨바꼭질’ 외 4편
최민지 ‘웰다잉’ 외 4편


본심 심사위원=김기택·나희덕(대표집필 나희덕)
예심 심사위원=문태준·조재룡
[소설 당선 소감] 좋은 질문으로 남는 작품 쓰고 싶다
저는 올해로 18년 차 라디오 작가입니다. 제가 쓰는 원고의 대부분은 질문입니다.  소설가가 된 지 오늘로 엿새째입니다. 좋은 질문으로 남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적었는데 너무 거창합니다. 꼭꼭 숨고 싶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다음 날, 새 소설을 합평 받았습니다. 역시나 다시 써야 합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새로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는 삶을 계속하라는 뜻이구나.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적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렵고 무섭습니다.  
 
매주 토요일을 함께 보냈던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문우들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특히 쉼표까지 읽어주는 스터디 문우들인 진·실·은·경·원·영과 영. 글쓰기 기술이 아닌 소설을 쓰는 자세와 즐거움을 가르쳐 주신 해이수·조해진·홍희정 선생님. 소설 강좌를 전전하며 들었던 조언과 격려들. 라디오를 통해 얻은 소중한 인연과 특별한 경험. 고민 상담소 학보사 후배들. 최근 에세이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엄마에서 문우로 거듭나고 있는 이혜신 여사님. 꼭 붙잡고 다시 용기 내봅니다.
 
◆정선임=1978년 인천 출생. 가톨릭대 국문과.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소설 심사평] 유머와 디테일, 이야기가 생생하다
중요하게 논의된 네 작품 중 ‘녹지공원에 간다’는 ‘나’가 친구를 만나 근처 녹지공원이 실은 호수였다는 걸 알게 되는 이야기로, 호수 위에 조성된 녹지공원에 물이 고이듯 ‘나’의 내부에 고인 증상이 발현하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과외’는 ‘나’와 ‘아이’의 과외 이야기를 다룬 단순한 소품인데, 이게 뭐라고 읽을수록 이상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작품의 규모가 작아 그 솜씨를 믿기 어려웠다.
 
‘지정주차구역’은 ‘나’와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사람’과 예전 애인인 ‘너’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진행되는데, 이야기를 짜고 호흡을 조절하는 재능이 돋보이는 수작이었으나, 조금 더 정밀하게 조금 더 단단한 현실감으로 채워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귓속말’은 늙은 택시기사 ‘대수’가 아침에 먹었던 인절미의 출처를 밝히는 이야기로, 사건의 중심은 세 들어 살던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이지만, 다 읽고 나면 보청기를 만지작거리는 대수의 모습과 구청을 빙빙 도는 택시의 회전이 귓바퀴를 타고 빙빙 도는 여운을 남긴다. 보기 드물게 현실과 진지하게 대면한 작품으로 유머와 디테일과 이야기의 맛이 생생히 살아 있어 흔쾌히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본심 진출작(13편)
김보배 ‘콘 샐러드 피망 찾기’
김새이 ‘녹지공원에 간다’
김채린 ‘모르는 사람’
박다래 ‘다음에 놀러와’
송지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유은주 ‘과외’
이목영 ‘해변의 밤’
이원석 ‘지정주차구역’
임호수 ‘알레르기’
장지은 ‘정건설과 추문’
정선임 ‘귓속말’
정훈 ‘메리제인’
최유리 ‘적아(敵我)’
 
본심 심사위원=성석제·권여선(대표집필 권여선)
예심 심사위원=김도연·심진경·이신조·전성태·조해진
[평론 당선 소감] 청어와 꽁치, 과메기 맛을 생각하며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어졌다. 청어 포획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가면서 꽁치가 과메기의 주재료가 되었다. 그래서 청어 과메기를 두고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청어 과메기가 원조이고 더 비싸니, 으레 청어 과메기가 더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꽁치 과메기가 맛이 없었다면, 단순히 덜 비싼 게 전부였다면, 꽁치가 대중적으로 소비되지 못했을 것이다. 꽁치에는 꽁치의 맛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아버지께 들었다. 그리고 평론과 당선을 생각하면 이런 기억부터 떠오르는 것이다. 맥락은 비문학, 기름 냄새, 판단의 기준 등 여러 층위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소화하는 토대에는 부모님께 보고 듣고 배운 저런 기억들이 있다.
 
부모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문학에 있어 줄기가 되어주신 고(故) 장시기 선생님과, 김춘식, 박형준 선생님께, 부족한 글을 두고 고심하셨을 심진경, 조재룡 심사위윈님께, 마지막으로 늘 내게 예민한 감각이 되어주는 경(鯨)에게,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기석=1982년 포항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평론 심사평] 문학의 본질 건드리는 기본기 탄탄
월등히 돋보이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비평 대상의 선정에서도 이제 막 책 한두 권 정도를 낸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이나 환경, 문학사적 맥락에 대한 총체적인 비평적 시야를 갖춘 응모작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공간과 시간에서 떠도는 주체들’ ‘잔여된 자를 바라보기’ ‘일상의 형식, 은폐된 진실과 마주하기’ ‘느낌의 곤란함에 대한 몇 가지 명제’, 이렇게 네 편이다. 이 중 처음 두 편은 신해욱과 김금희에 대한 작가론인데, 이 두 글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 내지는 시대의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은 뒤의 두 편이다. 모두 자기 나름의 비평적 자의식과 해석적 언어를 갖추고 있었다. 그중 김상혁과 황혜경의 시를 다룬 ‘느낌의 곤란함에 대한 몇 가지 명제’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은 언어의 ‘불능성’과 재현의 한계를 ‘느낌’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민을 통해 드러낸 글이다. 다소 소박하다 해도 문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향해 돌진하는 이 응모자의 기본기를 믿어보기로 했다. 
문학평론 본심 진출작(4편)
박수호 ‘잔여된 자를 바라보기-김금희론’
이혜리  ‘공간과 시간에서 떠도는 주체들-신해욱론’
정기석 ‘느낌의 곤란함에 대한 몇 가지 명제
              -김상혁과 황혜경의 시를 중심으로’
황금하 ‘일상의 형식, 은폐된 진실과 마주하기
              -최정화, 김금희 소설론’
 
예·본심 심사위원=심진경·조재룡 (대표집필 심진경)
 
※단편소설과 문학평론 당선작 전문(全文)은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joongang.joins.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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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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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