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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속에 셰익스피어 메시지가 있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뮤지컬 ‘마틸다’가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마틸다’는 내년 2월 10일까지 5개월 동안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 ‘마틸다’ 비영어권 국가 첫 공연
제작사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캐서린 말로온 대표
"부당한 권력 지적하는 사회적 메시지 담아
격정적 연기·군무…한국 배우들 에너지에 놀라"

로알드 달의 동명 동화(1988)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는 139년 전통의 영국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만들어 2010년 RSC의 거점이자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공연되며 흥행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이미 전세계 800만 명의 관객이 이 뮤지컬을 봤다. 영국 올리비에상 7관왕과 미국 토니상 4관왕에 오르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비영어권 국가 중에선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공연 개막에 맞춰 방한한 캐서린 말로온(56) RSC 대표를 지난 14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예술행정 전문가인 그는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부대표를 거쳐 2012년부터 RSC 대표를 맡고 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공연되는 ‘마틸다’를 처음 본 소감은.
“한국 배우들의 에너지에 놀랐다. 퍼포먼스 수준이 대단했다. 격정적인 연기와 군무를 펼쳤다. 번역도 굉장히 영리하게 했다. 한국어 가사와 대사에서 영어가 들리는 것 같았다. 특히 알파벳을 순서대로 집어넣어 가사를 만든 ‘스쿨송’의 경우에는 한국말 속에 알파벳이 다 들어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국에서 번역 작업을 한 뒤 영국으로 보내 원 극본과 가사를 쓴 작가(데니스 켈리, 팀 민친)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작가들이 ‘같은 맛(same flavor)’이라며 감탄했다고 들었다.”
 
‘스쿨송’은 아이들이 영어 알파벳이 적힌 큐브를 순서대로 교문에 끼워 넣으며 부르는 노래다. “에이(A)구, 근데 지금부터 삐(B)지고 울지는 마라. 반항할 시(C), 죽이는 블랙코메디(D). 뭐, 이(E)미 니들 성적표는 에프(F)…”로 이어지는 한국어 가사에도 알파벳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킹키부츠’ ‘스위니 토드’ 등의 번역 작업을 했던 김수빈 번역가의 작품이다. ‘마틸다’의 대표 넘버 ‘약간의 똘끼(Naughty)’에서도 ‘노티(naughty)’와 어감이 비슷한 ‘똘끼’를 사용, 영어의 운율을 재치있게 살렸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RSC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극단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작품을 정하는 기준은.
“RSC는 매년 뮤지컬 한두 작품을 포함해 25∼30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중 절반 정도는 신작이다. RSC 작품의 60%는 셰익스피어 극으로 만든다. 나머지는 다른 극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데,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높은 퀄리티다. 연극적으로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즐겁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리려고 한다.”
 
‘마틸다’를 제작하게 된 과정은.
 “작가 로알드 달의 유족들이 만든 로알드 달 재단에서 먼저 의뢰가 왔다. ‘마틸다’의 메시지는 부당한 권력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통한다. 마틸다는 ‘그건 옳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라고 노래한다. ‘내 이야기는 내 손으로 바꿔야 한다’는 마틸다의 메시지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충고다. 또 로알드 달의 언어는 굉장히 풍부하다. 고상하고 세련된 문장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도 그렇다. 여러 면에서 RSC가 ‘마틸다’를 무대 위로 올린 건 잘 맞는 일이었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마틸다가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맞서 자신과 주변 인물을 변화시켜나가는 이야기다. 나쁜 교장을 몰아낸 아이들은 “두 번 다시 나를 짓밟진 못해. 싸울 거야! 자유로운 영혼 위해. 이건 우리의 권리” (넘버 ‘반란의 아이들·Revolting Children’ 중)라고 노래하며 격렬한 춤을 춘다. 어린이 관객들이 통쾌한 복수극에 신이 나는 동안, 세파에 시달려온 어른 관객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낀다. 말로온 대표는 “뮤지컬 ‘마틸다’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캐서린 말로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대표가 14일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의 공연무대를 배경으로 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캐서린 말로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대표가 14일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의 공연무대를 배경으로 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볼거리가 많은 디지털 시대에 무대 공연의 미래는 어떨까.
“‘함께 하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공연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2만7000명인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의 경우, 한 해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서 그중 100만명이 RSC의 공연을 본다. 극장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관객들에게 그 벽을 낮춰주는 게 우리의 과제다. RSC는 생애 첫 관람을 하는 관객들에게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주고, 16∼25세 젊은 관객들에게는 25∼30파운드짜리 티켓을 5파운드에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마틸다’도 관객층을 넓히는 데 효과가 큰 작품이다. 일단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를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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