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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게, 더 가까이서 속삭이는…당신만을 위한 고막 라이브

10일 서울 연희동 모텔룸에서 장기공연 '모노'를 시작한 장기하와 얼굴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10일 서울 연희동 모텔룸에서 장기공연 '모노'를 시작한 장기하와 얼굴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요즘 서울 연희동 소극장 ‘모텔룸’에선 밤마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한 사람씩 한산한 주택가 골목 사이로 들어온 관객은 조용히 헤드폰을 끼고 30석 남짓한 자리에 앉는다. 공연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슬그머니 들어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래의 첫소절을 “둠두둠 따라라”하고 툭 내뱉는다. 마치 비밀 지령을 받아 보물찾기하는 기분이랄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난 10일 첫선을 보인 공연 ‘모노’가 빚은 풍경이다.  
 
5집 앨범 ‘모노’ 발매를 앞두고 11월까지 9주 동안 펼치는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다른 문법을 차용한다. 통상 대형 무대에선 5~6곡씩 격정적인 밴드 연주에 맞춰 수많은 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 이어지기 마련. 반면 이곳에선 간간이 조신한 박수가 나올 뿐이다. 헤드폰을 벗는 순간, 음향 장비와 연결된 모든 소리가 차단되므로 한 음이라도 놓칠세라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장기하는 “함께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듯 노래하고 싶었다”고 공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우리 지금 만나’ ‘그러게 왜 그랬어’ 등 자기 인생에서 한 토막씩 길어 올린 이야기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귓가에 속삭이듯 ‘고막 라이브’를 선사하고 싶었단 얘기다. 매주 한 곡씩 5집에 수록될 신곡을 공개하는 한편 관객 반응을 반영해 선곡표도 새로 짠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멜론티켓에서 진행되는 그 다음 주 공연 예매는 몇 초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다.  
더 작게, 더 가까이 만나는 공연을 표방하는 영상 콘텐트도 늘고 있다. 음악의 소비 패턴이 음원 파일을 듣는 방식에서 관련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다변화되면서 아예 라이브 공연처럼 기획된 콘텐트가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2010년 나란히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을 시작한 CJ문화재단과 네이버문화재단이 최근 각각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신인 뮤지션을 ‘튠업’ 아티스트로 선발해 앨범 제작부터 국내외 진출을 지원해온 CJ문화재단은 지난 7월 유튜브에 ‘아지트 라이브 세션’ 채널을 열었다. 휴대폰 세로 화면 안에 담아낸 웹콘텐트 ‘세로 라이브’ 등을 기획한 스페이스오디티와 손잡고 휴대폰 화면 비율 16대 9에 맞춘 영상을 내놓은 것이다. 한 평(3.3㎡) 남짓한 크기의 박스 안에 들어선 뮤지션들은 곡의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공간에서 이색 무대를 선사한다.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세로 라이브’는 솔로 가수에 최적화된 포맷이라서 밴드가 많은 인디 뮤지션에 맞는 새 포맷이 필요했다”며 “공연장 이름인 CJ아지트에서 착안해 창고 작업실이나 연습실 같은 이미지로 시작했는데 점차 십센치의 ‘매트리스’는 침실, 아도이의 ‘그레이스’는 정글 등 음악마다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카이노 오와리, 빌리 아일리시 같은 해외 뮤지션도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  
 
지난달 시작한 네이버 영상 콘텐트 ‘온스테이지 2.0’ 역시 덜어내기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장소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온스테이지’와 달리 사각 프레임과 조명으로 무대를 최소화했다. 촬영도 원테이크로 진행해 날 것 그대로의 소리를 전한다. 집중도는 되려 높아졌다. 작은 휴대폰 화면 속에서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는 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음악 본연이 가진 매력에 집중한 덕분이다.  
 
아이돌에 집중된 한국 음악시장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보는 음악으로 넘어오면서 자본력 있는 대형 기획사와 인디 뮤지션의 격차가 더 커졌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콘텐트가 많아질수록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뿐더러 그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새로운 음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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