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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지켜본 中 외교부 간부 “이젠 미국이 성의 보여야”

중국 외교부 내 지한파인 당량(唐亮)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 부처장. 조진형 기자

중국 외교부 내 지한파인 당량(唐亮)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 부처장. 조진형 기자

 
 중·미 무역전쟁, 북한 비핵화 등 대외 현안을 관장하는 중국 외교부는 요즘 남북정상회담(9월 18~20일)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첫날(18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 양측이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한파’ 당량 동북아시아과 부처장 인터뷰
“북 비핵화 노력 충분했다”
"시진핑, 한반도 정세 고려해 방북"

 
 중앙일보는 18일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의 당량(唐亮·39) 부처장을 만났다. 아시아 파트 ‘실무 책임자’이자, ‘지한파’로 꼽히는 그는 본지 기자와 만나기 직전까지 “남북 정상회담 TV 생중계를 시청했다”고 했다. 그만큼 이번 회담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의미다.
 
 북한 청진(淸津) 주재 중국 영사관(2005~2006년), 한국 주광주 중국총영사관(2007~2012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탕 부처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오늘(18일)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외교부 실무자로서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조금 전까지 TV에서 문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 이번 회담은 아주 역사적이다. (한반도 분야) 실무 담당자로서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올 들어 남북정상회담이 벌써 세 번째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성공적이다. 작년 이 맘 때 북한은 핵 실험을 했고 한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거의 전쟁 직전의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번 회담 이후로) 남북의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구체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북 관계에 있어 문 대통령의 ‘속도’가 적절하다고 보나. 
“북한의 개혁이 맞물려야 한다. 적대적 관계 완화는 물론이고, 자원 재배치·외부 투자 유치 등이 잇따라야 한다. 북한 역시 이런 방향으로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개혁 과정은 빠르지 않을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북한에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야 한다. 한국전쟁이 7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전시 상태인 건 말이 안된다. 현 시점에서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은 (남북 정상의) 종전선언 발표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나.
“중국은 항상 남북 관계의 발전을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부턴 6자 회담 참가국 모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신뢰 프로세스에 적극 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환영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극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환영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극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현재 북·미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최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인하는 (미국) 언론 보도가 여럿 나온다. 신뢰키 어렵다. (미국 내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를 예로 들어보자. 이 매체는 북한 위성사진 몇 장만 보고 막 얘기한다. 결코 전문적인 정보라고 볼 수 없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건, 전세계가 북한 풍계리 핵시험장 폭발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군 전사자 유해 역시 수십 구가 본토에 송환됐다. 중립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이 취할 행동은 다 취했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응해 미국이 보여준 성의가 무엇이 있나. 북·미 회담(싱가포르)에서 여러 합의를 봤지만 미국이 취한 구체적 행동은 없다. 한반도 문제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길 바란다면 북한과 상호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 행동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고려할까. 북한의 9·9 열병식에 참석 안했던데.
“전례를 살펴보라. 역대 북한 열병식에 중국 최고 지도자가 참석한 적이 있나. 시 주석의 방북 계획은 내가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시 주석이 방북에 있어 한반도 정세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반면 남북 관계가 시 주석의 (방북)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중국은 북한과 일 대 일 관계를 우선시했다. 다른 이의 눈치를 본 적도 없다. 문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 눈치 봐서 북한에 방문한 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알기로 시 주석의 일정은 상상 이상으로 빡빡하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크에서 열린 동방 경제포럼 때도 시 주석의 일정이 꽉 차 있더라. ”
 
18일 본지 조진형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당량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 부처장(왼쪽). 이번 인터뷰는 중국 신화통신사와 한국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18일 본지 조진형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당량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동북아시아과 부처장(왼쪽). 이번 인터뷰는 중국 신화통신사와 한국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지원한단 설도 있다.
“대북 지원을 늘린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과 중국은 원래 우호 관계다. 양국 간 협력이 활발한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다만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가 엄격해져, 예전처럼 (북·중 관계가) 긴밀하다고 보긴 어렵다. 대북 지원이 늘었다는 근거나 자료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중·미 관계는 어떤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말하겠다. 그다지 좋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반대파로부터 받는 압박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는 것 같다. 중국과 무역에 관세를 매기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별개로 중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국으로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것 말이다.”
 
-중·미 무역전쟁은 계속될까.(※당 부처장은 무역 전쟁을 ‘무역 마찰’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대미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분명한 건 미국이 먼저 무역 마찰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외교부 안의 북미국, 상무부와 국무원 경제연구소가 이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 한 가지 첨언하겠다. 이달 초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과도 비슷한 의견을 나눈 것 같던데, 무역 마찰은 세계 경제의 가치 사슬에 결코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은 함께 대응해야 한다.”

 
-북한 청진 영사관 근무(2005~2006년)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당시 북한 경제가 유독 어려웠다. 겨울만 되면 감자·배추 등 모든 음식이 얼어붙었다.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마당에, 구제역이 발생해 북·중 국경선까지 통제돼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한국 광주 영사관 근무 시절엔 원없이 홍어를 먹었다.(웃음)”
 
베이징=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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