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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때 반대했던 걸···" 난감한 민주당 전직 원내대표들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하던 걸 하라니 자존심이 상합니다.”(우상호)

“왜 자꾸 우리 내부 갈등 법안만 논의합니까.”(우원식)

“보수 정권의 재벌 중심 경제로 회귀해선 안 됩니다.”(박영선)

 
여야 지도부가 20일 통과시키기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개 발언을 한 3인은 전직 민주당 원내대표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영선(2014.5~2014.10), 우상호(2016.5~2017.5), 우원식(2017.5~2018.5) 의원은 홍영표 원내대표 이전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들의 세부적인 논리는 좀 다르지만 “그동안 반대했던 걸 어떻게 찬성해주라는 거냐”는 심리가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2015.5~2016.5)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앞에서 은산분리 완화 시도를 중단 촉구를 하다 제지하는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스1]

참여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앞에서 은산분리 완화 시도를 중단 촉구를 하다 제지하는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인터넷은행 법안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 규제개혁 1호’ 법안으로 지목했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우상호 의원은 “정부 공직자들이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도 맞고, 우리 식으로 혁신성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져와야지 왜 박근혜 정부 때 우리가 반대한 법안을 가져오는 거냐”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그의 ‘자존심’ 발언은 야당 시절 가장 선봉에서 싸웠던 전직 원내대표들의 의견이 ‘일부 반대’ 정도로 치부되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말도 나왔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주당의 입지를 애매하게 한 법안은 더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의료민영화’ 우려 등을 들어 반대했던 법안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당시엔 보건ㆍ의료를 들어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그것만 빼고 좀 처리하자’는 것으로 태세가 전환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법’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규제프리존법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원 몸싸움 방지 등을 담은 ‘국회선진화법’도 야당 시절엔 무기로 썼지만, 최근엔 “개정 해야 한다(송영길 의원)”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우상호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원내대표일 때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완화해주자는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와서 설명한 내용이 이번 법안에도 거의 그대로 담겨 있다”며 “정부에서 우리가 반대하던 법안들을 가져와 문 대통령을 팔아 해결하려고 하는 행태는 앞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여당이 됐으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한테는 좀 서운하다. 내가 야당 원내대표일 때 아무 논리 없이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냐”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홍영표 원내대표(왼쪽)가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홍영표 원내대표(왼쪽)가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집권 1기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도 비공개 의총에서 “왜 자꾸 우리 내부 갈등법안을 가져오느냐”며 “일자리와 국민 소득을 늘리는 경제 정책을 당이 리드하는 쪽으로 프레임을 바꿔 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우 의원은 “우리가 하지 말자고 했던 걸 다시 하자고 하면 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혁신성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선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 대기업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해소 등이 중요한데 그보다는 우리가 하지 말자던 것을 풀어주는 논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영선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를 완화하더라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34%까지 높이는 건 지나치고 25%고 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박 의원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3년 전 카카오 측이 저를 찾아와 은산분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예 계열 분리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아이디어를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계열 분리를 안 하고 이제 와 특혜를 달라고 한다”며 “재벌들이 해왔던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은 19일 정무위원회를 거쳐 2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큰 이변이 없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의원은 “법안이 부결되면 대통령과 당에 큰 피해가 오기 때문에 반대표를 부추길 생각은 없다”면서도 “홍영표 원내대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금 경고 사인을 보내두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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