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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리스크 안고 간다" 투자자는 왜 쿠팡을 믿었나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에서 연재 중인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 VC 한 킴이 발굴한 한국의 유니콘> 중 '4회 몰입과 노력…쿠팡 김범석 대표 (1)'의 전문을 줄여 공개합니다.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의 더 많은 내용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안하면 아마존이 한다"… 투자자 한 킴은 왜 김범석 대표를 믿었나

쿠팡은 ‘문제적 기업인가’
 
2014년 미국 세쿼이아캐피탈과 블랙록 컨소시엄으로부터 각각 1억 달러(약 1123억 원), 3억 달러(약 3369억 원).
2015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231억 원).
 
글로벌 유수의 벤처캐피탈(VC)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은 벤처기업이 있다. 50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이제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 회사, 쿠팡이다.
 
투자 유치 실적만 놀라운 게 아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조6846억 원. 이커머스 업계 강자로 꼽히는 SK플래닛(9915억 원)과 이베이코리아(9518억 원)를 합친 것보다 크다. 사실 이 두 회사의 쿠팡의 매출은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SK플래닛과 이베이코리아는 물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이다 보니 거래액의 10~15% 선인 수수료가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반면 쿠팡은 직접 물건을 사 배송해 거래액이 곧 매출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의 2017년 거래액은 15조 원 규모로, 쿠팡의 거래액은 5조 원(쿠팡 역시 오픈마켓으로 판매되는 물건이 있어 거래액은 매출보다 크다) 규모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쿠팡의 놀라운 점은 창업한 지 만 8년 밖에 안된 회사가 3조원에 육박하는 물건을 직접 사고 보관하고 배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세도 놀랍다. 실적이 공개된 2013년 이후 쿠팡은 매해 말 그대로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회사에 2011년 초기 투자한 VC가 있다. 한 킴 대표가 이끄는 알토스벤처스다. 알토스벤처스는 김범석 대표가 쿠팡을 설립한 지 1년 만에 투자를 결심했다. 4년 뒤 소프트뱅크는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 원으로 봤다. 2018년 7월 현재 유통업계 1위 업체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6조1000억원가량인 걸 고려하면, 기업을 골라내는 알토스벤처스의 안목이 놀랍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쿠팡은 늘 ‘문제적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적자 때문이다.
 
쿠팡 영업손실

쿠팡 영업손실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쿠팡은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 아니, 남는 게 없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보고 있다. “매출이 많으면 뭐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말 현재 자본금은 -2610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6년만 해도 자본금 318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가지고 있던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2018년 1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3021억 원을 확보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빠져나왔지만, 적자 폭을 줄여 흑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 자본금도 곧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물론 자본금이 바닥나도 당장 망하는 건 아니다. 매달 엄청난 규모의 거래가 발생하고, 실제 물건값을 정산할 때까지 일정 기간 물건 판매대금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 운영은 가능하다. 하지만 매출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하면 제때 물건 대금을 정산할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부도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 ‘위험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한 킴 대표와 쿠팡 그리고 김범석 대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이야기가 빠질 순 없었다.
 
혁신으로부터 시작된 ‘예고된 적자’
 
쿠팡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알맹이 없이 덩치만 키우는 ‘위험한 회사’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쿠팡은 상장사가 아니에요. 일반 투자자들이 한 푼 두 푼 투자하는 게 아니란 얘깁니다. 똑똑한 투자자들이 쿠팡의 사업 구조와 실적 등을 보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걱정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미디어에선 걱정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저는 전혀 걱정 안 하거든요.
 
숫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매출은 매년 늘고 있지만, 적자 역시 늘고 있습니다.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쿠팡이 초기부터 이랬던 건 아니에요. 초기엔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냈죠. 그때는 지금처럼 직접 물건을 사서 창고에 쌓아놓고 팔지 않았습니다. 백화점처럼 ‘오픈마켓’이었어요. 그러니까 쿠팡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연결만 해준 겁니다. 물건 파는 사람한테 입점 수수료를 받고요. 그렇게 비즈니스를 할 때는 지금 같은 ‘문제’가 없었어요. 수익을 내면서 성장했죠. 그런데 쿠팡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더 큰 돈을 투자받은 이유가 ‘혁신’을 일으켜 보겠다는 거였어요.
 
무슨 혁신인가요?
사람들에게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물건을 더 빠르게 전해주겠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하려면 직접 물건을 사들여서 창고에 쌓아놓고 배송도 해야 해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거죠.
 
쿠팡이 시도한 ‘혁신’은 전날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직접 사들여 창고에 쌓아놓고 직접 배송해야만 한다.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70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난 것 역시 이 덕분이다. 그 전엔 상품 거래액이 아니라 거래에 따른 수수료가 매출이었다. 쿠팡에 입점한 업체가 100만원 짜리 상품을 팔아서 쿠팡이 입점 수수료 10%를 뗐다면, 쿠팡의 매출은 10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직접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 100만원 어치 상품을 팔면 그대로 매출로 잡힌다.
 
로켓배송으로 쿠팡은 덩치를 드라마틱하게 키웠다. 하지만 그만큼 적자도 엄청나게 커졌다. 창고를 지어 물건을 사들여 재고관리를 해야 했고, 배송 시스템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창고사용율(fill rate)란 개념이 있어요. 창고를 꽉 채웠을 때 들어가는 물건 대비 실제 쌓여 있는 물건의 비중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창고사용률이 80~90%가 되기 전까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 수준으로 주문이 올라갈 때까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예요. 로켓배송은 직접 배송이에요. 오픈마켓일 때는 배송은 입점 사업자가 했지만, 쿠팡에선 쿠팡이 직접 합니다. 이것 역시 특정 지역 안에 있는 고객의 숫자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 유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 유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이 안 하면 아마존이 한다
 
고객의 숫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엄청난 이익을 얻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텐데요.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대표는 왜 리스크를 지겠다고 했나요?
김범석 대표가 그러더군요. 우리가 안 하면 아마존이 들어와서 한다고, 그러면 우리는 다 망한다고요. 아마존은 이미 미국에서 그 비즈니스 구조를 정착시켜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어요.
 
한 킴 대표가 말한 ‘그 비즈니스 구조’는 아마존 프라임이다. 아마존에는 일반 회원과 프라임 회원 두 종류의 회원이 있다. 연회비 119달러를 내는 프라임 회원에게는 무료 배송과 이틀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일반 회원은 배송료를 별로도 내고 주문 후 물건을 받기까지 3~5일을 기다려야 한다.  
 
2018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 따르면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1억 명이 넘는다. 미국 인구가 3억 명 넘는다는 걸 고려하면, 미국 내 거의 모든 가정이 프라임 회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숫자다. 한 가정은 보통 1~4인으로 구성되니 말이다. 아마존 프라임이 얼마나 강력한 서비스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강력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미국 내 아마존 시장 점유율은 49%, 경쟁사인 이베이와 월마트의 점유율은 각각 6.6%, 3.7%에 불과하다. 2018년 올해 아마존 내 거래액은 약 2580억 달러, 약 292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야심을 향한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작은 시장인데, 아마존이 할까요?
제가 늘 얘기하는 게 ‘25개 도시론’이에요. 미국의 내로라하는 서비스가 투자자에게 가능성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보는 게 미국 내 인구 상위 도시에서 얼마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전체 인구로 보면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하기 힘들지만, 인구 상위 25개 도시만 놓고 보면 미국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요. 밀도는 미국보다 훨씬 더 높고요. 사업자, 특히 배달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사업 효율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VC가 쿠팡에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것이겠죠.
 
김범석, 그는 누구인가
 
창업 8년 만에 매출 2조6846억원의 회사를 만든 김범석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누구나 ‘비범한’ 인물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비범한 사람이 됐을까. 타고 난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비범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유일 것이다.
 
김 대표는 쿠팡의 투자 유치 이력만큼이나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와 글로벌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하다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한 말 그대로 ‘재원’이다. 어린 시절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재미교포 1.5세대가 이룰 수 있는 최대치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그는 ‘커런트’라는 대학잡지를 만들어 뉴스위크에 매각한 적이 있는가 하면 MBA에서 공부하며 ‘빈티지 미디어’를 만들어 애틀란틱미디어에 매각하기도 했다. 두 차례의 창업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게 된 매각대금은 이후 그를 연쇄 창업가의 길로 인도했다.
 
김범석 대표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쿠팡에 처음 투자할 때만 해도 초기였잖아요. 김범석 대표가 자신의 꿈, 그리고 쿠팡의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선뜻 믿어주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에서 신뢰를 느꼈나요?
저희가 투자할 때만 해도 사업을 1년 이상 해오던 때였어요. 그 기간 김범석 대표가 무엇을 실행해왔고 어떤 성과를 일궜는지를 보면 앞으로 얼마만큼 더 할 수 있을까 가늠할 수 있습니다.
 
김범석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2010년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 회사에 저희랑 같이 투자한 투자자가 한 분 있어요. 그 친구가 쿠팡에 엔젤 투자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소개를 해줬어요.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한국 가서 사업을 하는데, 괜찮은 친구니까 만나보라고요.
 
첫인상이 어땠나요?
똑똑해 보였어요. 그리고 회사를 착실하게, 차근차근 키우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니까, 특히 적자를 내면서도 성장을 추구하니까 그렇게들 생각하지 않는 데, 첫 만남 이후로 저는 늘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숫자를 높이더라도, 그러니까 성장을 하더라도 그냥 숫자만 높이는 게 아니라 내실 있는 성장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어떻게 보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랑 다르네요. 예를 좀 들어주시겠어요?
저희가 만났을 때 회사가 막 크고 있을 때여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오픈마켓형 모델일 때니까요. 리스크 없이 회사가 크고 있을 때여서 오겠다는 사람을 다 채용해서 모자랄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김범석 대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쿠팡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뽑고 싶고, 그 철학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고 난 뒤에 일하는 걸 원한다고 했어요.
  
‘4화. 몰입과 노력...쿠팡 김범석 대표(1)’에서는 네 개의 챕터가 소개됐습니다.
 1)쿠팡은 문제적 기업인가
 2)혁신으로부터 시작된 '예고된 적자'
 3)쿠팡이 안하면 아마존이 한다
 4)김범석, 그는 누구인가
 
 쿠팡과 관련한 나머지 챕터는 ‘5화. 몰입과 노력...쿠팡 김범석 대표(2)’에서 이어집니다.
 5)몰입과 노력, 스펙을 넘어서다
 6)쿠팡의 문화는 냉혹(harsh)하다?
 7)홈런을 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8)Editor's Note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목차
1회 (Intro) 왜 한 킴인가   
2회. 사심 없는 정직함… 블루홀 장병규 의장
3회. 몰입과 노력… 쿠팡 김범석 대표
4회. 실행력…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5회. (부록)“배민에 1조의 꿈을 심은 사람”… 김봉진 대표가 본 한 킴
6회. 미션…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7회. (부록)“투자자를 넘어 파트너로”… 이승건 대표가 본 한 킴
8회.빈 틈 없는 성실함… 직방 안성우 대표
9회.절박함…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10회.여우형보다 고슴도치형…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
11회.주목해야 할 창업가…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 마이쿤 최혁재 대표, 봉봉 김종화 대표
12.(Outro) 한 킴이 주목하는 창업가들 그리고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 VC 한 킴이 발굴한 한국의 유니콘>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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