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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진짜 한복’ 감별 논란

이지영 아트팀 기자

이지영 아트팀 기자

인공지능 발전사에서 ‘개와 고양이 구별’은 난제 중의 난제였다. 세 살배기 아기도 척척 구별하는 개와 고양이를 수퍼컴퓨터는 가려내지 못했다. 초기 인공지능 시스템에선 개와 고양이의 특징들을 일일이 입력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했다. ‘다리가 네 개’ ‘털과 꼬리가 있다’ 등 개의 보편적인 특징을 입력하자 컴퓨터는 개 이외의 다른 동물까지 개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귀 모양, 털 상태 등을 세세하게 입력하니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개는 개로 알아보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방식이 적용된 뒤에야 인공지능은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개와 고양이처럼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대상도 그 구분 방법을 언어로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구분법을 한복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복 착용자에게 음식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해 온 서울 종로구청이 다음달부터 ‘전통한복에서 벗어난 퓨전 한복’엔 그 혜택을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또 고궁 무료입장 혜택에서도 제외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엔 토론회도 열었다. 고궁 앞 대여점에서 1만∼3만원씩에 빌려 입고 궁궐 안팎을 누비는 관광객들의 한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제기된 퓨전 한복의 문제는 ▶후프를 넣어 과도하게 부풀린 치마 ▶허리 뒤로 묶는 리본 ▶화려한 금·은박 장식 ▶싸구려 중국산 원단 등이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전통이 아닌 것에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니면 아니라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전통한복의 기준을 만들어 문화재청에 제안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부푼 치마가 ‘전통’이고, 얼마 이상의 원단을 써야 ‘전통’인지를 가이드라인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공연한 논란만 일으켜 명절에도 입지 않는 한복을 친구들과 이벤트 삼아 어울려 입고 자랑스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젊은이들의 문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한복의 전통가치 보전 차원에서 퓨전 한복 유행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국내 대학에서 한복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취업률 저조 등의 이유로 2016년 폐과된 배화여대 전통의상학과가 마지막이었다. 국립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도 한복은 전통미술공예학과의 세부 전공 중 하나로 다룰 뿐이다. 또 현재 서울대 의류학과에는 한복을 전공한 전임교수가 한 명도 없어 한복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기가 사실상 어렵다. 전통한복 훼손의 책임을 길거리 대여업체에 덮어씌우기 전에 우리의 전통 옷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시스템부터 점검해 볼 일이다.
 
이지영 아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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