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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활어와 죽은 생선의 200배 격차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수년 전 서울의 유명 사립대 특강을 갔다. 과목은 ‘창업학’. 100명가량 수강생에게 물었다. “이 중 졸업 후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손을 든 학생은 불과 10명(10%). 창업학을 듣는 학생조차 이렇다니…. 이 국장은 이후 미국 대학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고 한다. 결과는 70%.
 

미·중 젊은이 팔딱팔딱 뛰는데 우리는 …
젊은이의 패자부활 없인 미래도 없다

이건 약과다. 지난해 국내 대학생 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한 이는 각각 2.8%와 1.1%에 그쳤다. 죄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원했다. 청년 체감실업률 23%, 대학가 편의점 알바 경쟁률마저 10대 1인 구직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수치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니 문제다. 땅은 좁고 교육 수준은 높은 우리에게 믿을 건 두뇌와 개척정신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의 창업자 비율은 0.8%, 중국은 8.0%. 10배다. 인구는 20배 차이니, 이대로라면 단순 계산으로 200배의 격차가 생기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 젊은이들이 팔딱팔딱 뛰는 활어라면, 우린 수족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움직일 생각을 않는 가자미다. 어찌해야 하나.
 
지난주 워싱턴의 한 대담 행사에 참석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말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베이조스는 이 시대 최대의 혁신 아이콘. 그런데 그는 성공보다 ‘실패’를 논했다. “실패와 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란다. 심지어 “아마존이 혁신을 이루려면 앞으로 더 많이, 더 크게 실패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은 지난 22년간 70개에 가까운 사업을 시작했고, 그중 18개 사업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게 재기의 자양분이 됐다. 우버의 창업자 캘러닉은 파산하고 3년간 월급 없는 생활을 견뎠다. 네 번의 큰 좌절을 겪고 우뚝 섰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여덟 번이나 실패했다.
 
미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평균 2.8회의 실패 경험을 갖는다. 우리 창업 CEO들은 평균 1.3회다. 우리 CEO들이 똑똑해서일까. 아니다. 미국·중국의 창업자들은 실패해도 두려워 않고 재창업 내지 재기한다. 창업 실패자의 구직 비용을 지방정부가 보조하고 가산점도 준다. 창업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하고 사회보장보험을 제공한다. 실질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단, 심사는 엄격히 한다. 우린 그게 안 된다. 창업만 촉진했지 실패에 관대하지 못하다. 아니 징벌을 가한다. 실패하는 순간 온갖 보증에 묶인다. 재도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구조다. CEO 창업 실패 횟수가 실리콘밸리보다 두 배 이상 적을 수밖에 없는 숨은 이유다.
 
창업을 않고 공무원이 된 우리 똑똑한 인재들은 뭘 할까. 규제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갑으로 남는 길을 알기 때문이다. 매년 신설·강화된 규제 건수만 봐도 안다. 2009년 855건, 2013년 1099건, 2016년 1454건이다. 이 먹이사슬의 첫 고리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매한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흘 전 ‘재기’를 노리는 이들을 위한 ‘실패 박람회’를 찾아 “다시 희망을 품고 꿈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한가한 메시지만으로는 한국의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나올 턱이 없다. 패자부활 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성장동력도, 일자리도 생긴다.
 
둘러보면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쉽게, 그리고 자주 패자부활 하는 부류가 있다. 정치인, 연예인이다. 난 이제 그 자리를 ‘도전하는 젊은 창업가’가 차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건강한 사회이고, 우리가 살길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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