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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금융인] “보험사기로 새는 10조 막는 게 내 일”

김현수 현대해상 특수조사실장

김현수 현대해상 특수조사실장

“난 양지는 안 보고 음지만 보는 사람이에요. 보험금 부당수취 건에 관해서만 이야기합시다.”
 

김현수 현대해상 특수조사실장
석연찮은 사고 끝까지 파헤쳐
필요한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
조사권 없어 한계 … 탐정법 절실

지난 12일 오전 수도권 모처의 한 공원 벤치. 김현수(사진) 현대해상화재보험 보험조사부 특수조사실장이 조사 대상자인 김모씨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김씨는 조합원을 허위로 모집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설립한 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온 인물. 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 알선, 허위·과다 청구 등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수억원을 부당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씨는 김 실장이 증거를 제시하면서 한 시간 동안 추궁하자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만은 좋게 넘어가달라”는 김씨에게 김 실장은 “그럴 수 없다. 짚을 건 짚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김 실장은 18년 차 베테랑 보험사기조사원(SIU)이다. 2001년 현대해상 입사 전엔 13년 동안 경찰로 일했다. 김 실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하는 방식과 목적은 똑같다”고 말했다. 경찰이었을 때는 국민의 재산권을, 지금은 보험계약자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의 난도는 점점 높아졌다. 지난 18년 동안 보험사기 수법은 점차 대담해지고 지능화했다. 얼마 전엔 수도권 모처에서 의심스러운 차량 충돌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심야 시간대에 유흥가에서 법규위반 차량을 상대로 낸 사고라는 점 등 전형적인 보험사기의 냄새가 났지만, 증거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고를 낸 A씨의 교통사고 이력이 너무 깨끗했다. 모두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 김 실장은 A씨 주변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A씨가 보험금을 타간 계좌번호에는 과거에도 몇 차례 보험금 지급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차량 역시 과거 수차례 접촉사고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깨끗한 건 사람뿐이었다.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수법의 보험사기였던 것.
 
김 실장은 경찰과 공조해 사건을 파고 들어갔고 곧이어 연관된 다른 사건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져 나왔다. 전체 편취 금액은 4억6000만원. A씨를 비롯해 총 7명이 구속됐다.
 
김 실장은 보험사기 조사가 누적되면 큰 틀의 금융 질서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김 실장은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면 여러 수단을 동원해 면밀히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해가면서 끝까지 추적한다”며 “‘상호 신뢰’라는 금융 질서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물론 적발해내지 못하는 보험사기가 훨씬 많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보험사기 규모가 최대 5조45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7302억원에 불과했다.
 
김 실장은 “현장 실무자들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당 지급액이 커지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 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조사업법(탐정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 김 실장의 주장이다. SIU에게 법적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는 지금은 혐의자들이 금감원에 민원만 제기해도 조사를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게 눈앞에서 흘려보낸 보험사기 금액이 수조 원에 달한다는 게 김 실장의 얘기다. 그는 “법이 제정돼 꼭 필요한 업무에 한해, 자격을 갖춘 소수 인력에 조사권을 부여한다면 보험금 누수액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마지막으로 보험사기범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같은 범행을 반복하면 결국 적발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장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라. 보험사기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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