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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중 추돌 막을 기술, 터널에선 왜 못 쓰나”

조풍연(한국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 메타빌드 대표가 18일 인천 영종대교에 도입된 레이더를 활용한 도로 감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풍연(한국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 메타빌드 대표가 18일 인천 영종대교에 도입된 레이더를 활용한 도로 감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5년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짙은 바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진 차들이 앞차를 들이받아 12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사고 이후 영종대교엔 레이더 센서를 통해 차 사고 같은 돌발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돌발상황 레이더 검지 시스템(스마트 IDS)’이 도입됐다.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인 메타빌드가 10년간 60억여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조풍연 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
영상 장비만 된다는 규제 못 박아
유럽·중국 수출 레이더 기술 외면
원격제어기술은 국정원 규정 묶여

1년간 개정 요구해도 ‘기다려라’
공무원 인사평가 현장과 연계를

이 회사 조풍연(58) 대표는 18일 중앙일보와 만나 “교통사고나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 도우미 기술”이라며 “유럽과 중국에도 수출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 대표의 신기술 자랑은 ‘거미줄같이 촘촘한 규제’를 성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신기술조차 규제에 막혀 터널과 지하차도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레이더 검지 시스템은 한 사례일 뿐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후배들에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쓴소리를 해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규제가 스마트 IDS에 걸림돌인가.
“도로와 터널의 방재시설을 지을 때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적용된다. 여기서 교통·화재사고를 검지하는 장비를 ‘영상설비’로 정의하고 있다. CCTV를 말하는 건데, 레이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IDS 기술은 들어갈 틈이 없다. 1년 가까이 국회와 국토교통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조금 더 검증해 보자’는 대답뿐이었다.”
 
이런 사례가 더 있나.
“SW·ICT총연합회 회원사 중 원격제어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원격 모니터링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원격 규제만 풀어도 모니터링 관제 분야에서 상당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국가정보원 시설보안규정에 묶여 원격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바꿔야 하나.
“간단하다. 거미줄처럼 조항을 늘어놓는 열거식이 아니라 ‘어떤 성능을 만족해야 한다’고만 밝히면 된다. 정부나 지자체는 제도 운용이 쉬워지고, 기업인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장에서 부닥치는 또 다른 어려움은.
“우수신기술(NET)이나 우수신제품(NEP), 우수조달제품(P) 등 현행 신기술 인증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인증을 단일화하고 수의계약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신기술을 가진 전문기업을 지원하려면 수의계약 예산을 현행 10%에서 20%로 늘려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정부 지원이 옛날보다 꽤 늘지 않았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좋은 상품 팔아서 제값 받으면 된다. 최저가를 적어내야 낙찰받는 제도도 문제다. 기술 최고점을 받아도 탈락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최저가 경쟁으로 어떻게 세계시장으로 나가나. 선진국처럼 최고가치 입찰제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왜 안 바뀌는 것일까.
“관료는 규정이 있어야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1960년대부터 뿌리박힌 것이다. 지금은 기업을 대하는 애정도 부족해 보인다. 얼마 전 한 후배 기업인에게 ‘사전 약속을 해도 공무원 5분 만나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무원과 기업인이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국 문화가 부럽다. 아예 인사평가를 현장 연계형으로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공무원도 혁신과 연계해 평가받아야 한다.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실패해도 면책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대기업과의 협력관계는 어떤가.
“투자와 고용이 부진하면 정부는 으레 대기업에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낙수효과가 미미하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 대기업은 많이, 1차 협력업체가 그다음, 2차 협력사는 그보다 적게 가져가는 ‘다단계 마진 공유’ 시장만 있을 따름이다. 혁신성장의 주역은 기술 기업이 돼야 한다.”  
 
◆조풍연
진로와 동원그룹을 거쳐 1998년 SW업체인 메타빌드를 창업했다. 지난해 3월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 관련 기관·단체 100여 곳이 모여 창립한 한국SW·ICT총연합회 상임의장과 한국SW산업협회 수석부회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과학기술혁신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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