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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네트워크병원에 요양급여 안 주려고 건보공단이 입김?

이슈 포커스 의료법 개정안 깨진 독에 물을 부을 수는 없는 법. 현행 의료법 일부가 국민의 혈세(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누수를 야기하고 있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달리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20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상정되는 의료법 개정안이 잡음을 내며 논란을 낳고 있다. 심지어 의료 선진화를 막는 ‘독소 조항’이 들어 있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이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슈 포커스가 살펴봤다. 
 

“ 삽입된 ‘의사 사무장병원’은
네트워크병원 규제하려는 것”
국회 복지위 상정 앞두고 논란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지난해 2월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요지는 ‘의료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이 개설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의료인의 면허대여 금지 조항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또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의 환수 처분 대상을 확대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쉽게 풀면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사무장병원을 뿌리째 뽑자는 것이다.
 

사무장병원 vs ‘의사 사무장병원’ 
이 개정안이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는 ‘사무장병원’의 범주를 놓고 최도자 의원을 비롯한 개정안 발의 의원 13명과 의사 단체의 견해가 달라서다. 이 논란의 핵심을 알기 위해선 사무장의 개념에 대해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병원의 ‘사무장’은 병원의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인사, 구매, 재무 및 기타 사무 업무를 관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일반인이 자신의 돈을 투자해 병원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의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비의료인이 운영권을 쥐고 있는 병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돈벌이에 급급해 의사들로 하여금 과잉 진료를 하게 하거나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편법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사무장병원은 근절 대상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는 ‘의사 사무장병원’이란 신조어가 등장한다. 13명의 발의 의원은 이 개정안에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을 취하는 이른바 ‘의사 사무장병원’도 횡행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명시했다.
 
그래서 이 개정안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다른 의료인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한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제재 규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자칭 ‘의사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의료인 A씨는 “사무장병원과 관련 없는 ‘독소 조항’을 이 개정안에 교묘하게 삽입했다”며 “이 ‘독소 조항’에 언급된 의사 사무장병원은 네트워크병원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병원이란 여러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고 주요 진료기술·마케팅 등은 공유하는 병원을 통칭하는 용어다. 네트워크병원은 공동구매 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를 절감해 환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값 임플란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무장병원 vs 네트워크병원
개정안이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자칭 ‘의사 사무장병원’에도 칼끝을 겨눈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해 3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대한의사협회 의견’을 내고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다른 의료인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한 경우엔 ‘의사 사무장병원’이 아니라 ‘이중 개설’이란 표현이 더 맞다”고 주장했다. 의사 사무장병원이란 표현이 잘못됐다는 것.

 
또 의협은 “이 개정안은 의사가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면 무조건 면허 대여 행위라는 (잘못된) 전제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면허대여 행위’와 ‘의료기관 개설’은 별도라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의사의 면허증 대여 행위 자체가 모두 면허 취소 사유라는 가정하에 접근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무장병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명목 아래 ‘네트워크병원’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싣는다. 의료계에선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과 의료인끼리 동업해 운영하는 네트워크병원을 똑같이 취급해 네트워크병원의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게 하는 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무장병원을 처벌한다는 핑계로 건보공단의 ‘의도’가 숨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네트워크병원이 불법 병원으로 판정될 경우 건보공단은 네트워크병원에 요양급여를 주지 않아도 ‘합법’이다. 수년간 도마에 오른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지 못한 채 졸속 통과되는 건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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