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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지 말랄땐 언제고...中 "이제 돈 줘도 안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가족의 일이자 국가적인 일(生娃是家事也是国事)
 
8월 초, 인민일보(人民日报) 해외판에 나온 기사의 제목이다. 애국의 마음으로 아이를 낳으라는 논조다.  
 
관영매체에 출산을 대놓고 독려한 글이 게재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30여 년 간 가족계획을 권장해온 중국 당국이 입장을 바꿔 출산을 '국가지대사(国家之大事)'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 현상은 뚜렷하다. 중국 매체 신랑차이징(新浪财经)이 진행한 설문조사(6만 3000여명 참여)에서 절반 이상(51.78%)의 네티즌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1명만 낳겠다”는 응답자까지 합하면 정부의 출산 독려에 반대하는 비중은 70%까지 오른다. 아이 출산을 원치 않는 응답자의 60%가 "아이를 기를 (경제적) 형편이 안 된다" 혹은 “낳을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아이를 한 명만 낳도록 강제하던 시절에서, 이제 사정 사정해도 낳지 못하겠다는 상황으로 180도 반전된 것이다.
출산을 독려하는 기사 [사진 인민일보]

출산을 독려하는 기사 [사진 인민일보]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산아제한정책 관련 기관 3곳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산아제한 부서 폐지는 곧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철폐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인구 구조 변화와 만혼(晚婚), 비혼(非婚), 출산 기피등 사회 흐름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80년대부터 엄격한 산아제한정책을 통해 '한 자녀 낳기'를 추진한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단계적으로 산아제한을 완화해왔으며 이제 완전 폐지를 앞두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9월 10일, 중국 국무원 기구 개혁 방안이 발표됐다.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신설되거나 사라지는 부처들이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国家卫生健康委员会) 산하 3개의 산아제한(计划生育 계획생육) 관련 부서가 사라지고, 대신 노령건강(老龄健康), 직업건강(职业健康), 보건국(保监局)과 같은 신설부서가 생겨났다. 간단히 정리하면, '산아제한(계획생육)'에서 '건강' '고령화'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뉴스(澎湃新闻)는 해당 부서 폐지가 당국의 산아제한정책 완전 철폐의 예고장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 당국의 산아정책 폐지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양회(两会) 정부업무보고에서 2년(2017-2018) 연속 '계획생육(计划生育)'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3월 17일 진행된 제13회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회의에서는 '국가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를 지금의 '국가위생건강위원회'로 개편하는 안이 표결을 통해 통과됐다.
[사진 997788.com]

[사진 997788.com]

 
37년 만에 전환점 맞은 인구 정책
 
1980년  '한 자녀 정책' 실시, 1981년 국가계획생육위원회(国家计划生育委员会) 출범으로 국가의 기본 정책이 된 중국의 산아제한 노선은 37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80년대 인구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실시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一孩政策)'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완화돼왔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외동이어도 둘째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단독 두자녀 정책(单独二孩)을 도입했고, 2016년부터는 조건없이 둘째까지 허용하는 전면 두자녀 정책(全面二孩)을 시행했다.
 
**중국 역대 산아제한 정책 변화**
 
80년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만혼과 가족계획 권유)
90년대: 부모 둘다 외동이면 둘째 허용
2013년 11월:  두자녀 정책 (한쪽만 외동이어도 둘 가능)
2016년~:  전면 두자녀 (누구나 두자녀 가능)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번 중국의 산아제한 부서 폐지 결정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이 그에 따른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인구에 골치를 썩었던 중국은 이제 저출산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만혼(晚婚 늦은 결혼), 비혼(非婚)을 택하는 싱글들과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실시한 전면 두자녀 정책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얻고 있다. 2018년 1월 20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연간 출생인구 가운데 둘째 아이의 비중은 51.2%로 2016년에 비해 11%p 늘어났다. 그러나 2017년 출생인구와 출생률은 모두 1년 전 보다 하락했다. 최근 중국의 각 성(省)에서 실시한 2018년 상반기 전면 두자녀 정책 조사에 따르면 첫째, 둘째 모두 출산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8-2017 중국 인구 출생률 통계 [사진 중상산업연구원]

2008-2017 중국 인구 출생률 통계 [사진 중상산업연구원]

 
아이 출산을 원치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이 출생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부담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 출산을 기피하거나 포기한다.
 
가임 연령 여성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도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한자녀 정책' 시대, 아들을 낳으려고 딸을 유산하는 바람에 현재 가임 연령 여성 수가 줄어들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10년, 20~39세 여성의 수는 390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늘어나는 노년 인구, 아이 낳기 싫은 중국
 
한편, 노령 건강(老龄健康)부서를 신설했다는 점은 중국 정부가 고령화 문제에 주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노년인구가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할 때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2017년 연말 기준, 중국 60세 이상 노년 인구의 비중은 전체의 17.3%를 차지했다. 국무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중국 노년 인구 비중은 17.8%에 이를 것이며, 이 가운데 독거노인의 비중은 1억 1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사진 허쉰]

[사진 허쉰]

 
중국 노년 인구 중 1억 5000만 명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고, 신체적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37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노후 생활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점점 '늙어가는' 중국에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당국에서도 정책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우정국이 공개한 2019년 신년 우표에 새끼 돼지 3마리가 등장한 것도 중국 산아제한 정책 완화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매체 보도가 있었다.
[사진 펑파이]

[사진 펑파이]

 
앞으로도 출생률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증가세를 보인다면 중국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노년 인구는 늘어나는데 출생률이 낮으면 사회적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의 인구가 14억에 달하지만,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21세기말 경 10억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차이나데일리는 관측했다.  
 
중국이 '산아 제한'에서 '출산 장려'로 인구 정책의 방향키를 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중국은 산아제한 부서를 폐지하고, 고령화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랴오닝(辽宁) 후베이(湖北)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두아이 낳기 장려책을 도입했다. 의료, 교육, 출산휴가 연장, 양육비 보조금 지급, 영유아 시설 건립 등 다양한 측면의 지원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관심은 '산아제한' 내용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산아제한 관련 내용을 삭제한 민법 개정 초안을 심의해 전인대 전체회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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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