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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돈, 돈, 돈…공짜 줄이는 북한

지난 2002년 6월말. 북한 당국은 “1946년 토지개혁 이후 최대의 개혁”이라고 평가했던 ‘경제관리개선조치’(7ㆍ1조치)를 앞두고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해설 자료를 배포했다. 사회주의 경제를 고수하던 북한이 시장경제를 대폭 도입하기에 앞서 충격을 완화하려는 취지였다. 중앙일보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조동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지금 국가에는 돈이 없지만 개인들에게는 국가의 2년분 예산액이 넘는 돈이 깔려 있다”고 봤다. “지금 국가가격이 농민시장가격보다눅은(값싼)데로부터 장사행위가 성행하여 국가에는 상품이 부족하나 개인들에게는 상품이 쌓여 있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당시 경제 실상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강원 인제스피티움 북한 상품 전시관에 진열돼 있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의 살라미. [인제=정용수 기자]

강원 인제스피티움 북한 상품 전시관에 진열돼 있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의 살라미. [인제=정용수 기자]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전진했다. 국가의 ‘간섭’을 더 줄였다. 북한의 경제 정책수립에 관여했던 탈북자 A씨는 “7ㆍ1조치 당시 시장경제 요소를 대거 도입하려 준비했지만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아 실제 조치는 준비한 것의 일부만 반영됐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직후 상무조(태스크포스)를 무어(만들어) 2002년에 준비했던 안을 다시 검토하게 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연구토록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업과 농촌에 대거 자율권을 부여했다”며 “교육과 의료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공짜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도 ‘공짜’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평양~의주, 평양~원산,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운영 중인데, 100㎞당 2유로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과거엔 무료였다. 평양에서 원산에 다녀 오려면 10유로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래카드’라 불리는 통행료 지불전용카드를구입(3유로)해 충전한 금액으로 결재하는 방식이다. 혹시나 정산원들이 슬쩍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생산한 과자. [평양=이정민 기자]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생산한 과자. [평양=이정민 기자]

 
또 주택사용료도 과거엔 가구당으로 받았지만 이젠 면적별로 차등을 뒀다. 전기세 역시 쓴 만큼 내야 한다. 기업간 거래를 허용하는 대신 부가가치세를 부활하는 등 과세대상을 넓혔다. 국가에서 거둬가는 세금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 부동산사용료 등 일부 세금을 부과하긴 했지만 사실상 무상에 가까웠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세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액수도 늘어나 국가에 납부하는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을 위해 건설한 공장에서 무상 배급이 아닌 일반인 대상의 판매를 늘리거나, 같은 제품을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쟁 체제도 등장했다. 북한 체육성이 2011년 체육인을 잘 먹이기 위해서라며 평양 청춘거리에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을 완공했는데, 최근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공장에선 빠다(버터)과자, 참깨과자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북한돈 100~200원(공식환율 1달러 안팎)에 판매중이다. 이상근 국가안보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 무상 공급일 정도로 저가(低價)로 공급할 때는 포장이 형편없었다”며 “진공포장을 하고, 상품의 질도 높여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1월 이곳을 방문해 “뭘 도와주면 되겠냐. 당에서 400만불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공장 책임자가 “(체육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민들에게 제대로 된 봉사(서비스)를 하자면 1000만달러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견(예상)된다.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하겠다”고 보고했고 이후 중국 등에서 투자를 받아 설비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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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