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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혜산 장마당 혜선씨의 하루...한달 벌이 500위안

※양강도 혜산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탈북한 A씨를 인터뷰해, 그의 일상생활을 나레이션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성명은 혜선(가명)이라 부릅니다. 혜산에 살았고, 나이는 35살입니다. 평남도에 살다가 10년 전 소형 버스를 운전하는 제대군인 세대주(남편)를 만나 두 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3년전까지 공설운동장 관리원이었지요. 그런데 영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아이 공부도 배워(가르쳐)줘야 하고, 옛날 같지 않아서 시장에서 싸(사)야 할 물건도 많다나니(보니). 고민하다 3년전 어렵게시리 돈을 구해 혜산시장 매대를 쌌(삿)죠. 강(두만강) 건너 세대주(남편) 친척이 보내주는 정구화(테니스화)를 파는데, 이제는 평양이랑 평성이랑, 고향에도 쏘면서(보내고) 거저 네 식구가 사는데 일없었습니다.(그럭 저럭 살만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언젠가는 피곤했는지 곤하게 자다가 그만 야섯(여섯)시가 돼서야 눈을 뜨고 말았지 뭡네까.(ㅋㅋㅋ) 아침장에 가서 뭘 좀 팔려고 했는데, 못갔으니 그런 날은 오후 장사가 잘 되길 빌어야디요. 10년 전만해도 아침 9시부터 장(장마당)이 섰는데 요즘엔 오후가 돼야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는 집체(집단)활동을 하라는 거 아닙니까. 대신 2시부터는 국가에서 아야(아예) 공식적으로 장사를 하도록 해 주지요. 옛날에는 시장에 가도 여기저기 단속원 피해 다니며 장사하는 처지였는데 훨씬 좋아졌디요. 요즘에도 4시(오전)부터 단속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몰래 장이 서기는 하는데 남쪽(한국)에선 메뚜기 장이라 그럽네까. 단속을 피해서 하는거디요.
<혜선씨의 하루>

오전 6시 기상 후 남편 출근·자녀 탁아소 보낼 준비

오전 8시 청소 등 집안일

오전 10시 조선여성총연맹 생활총화 참석

오전 12시 점심식사

오후 1시 순이네 보관소에서 짐 찾기

오후 2시 장마당 장사 시작

오후 4시 전화로 물건 거래

오후 6시 시장관리소에 자릿세 납부

오후 8시 장마당 장사 마감 및 순이네 보관소에 짐보관

오후 9시 선이네 사설 탁아소 방문
 
 
(평소엔) 애들 학교랑 유치원 보내고, 세대주 출근준비 도와 주고, 여맹(조선여성총연맹) 활동좀 하고... 시장얘기 마저 하갔습니다. 저는 1시 쪼금 지나 시장 앞 순이(가명)네 집에 들렀다 갑니다. 시장서 팔아야 할 물건들을 거기다 맡겨 놨지요. 장사를 끝내면 매대를 비워야 하는데, 물건들을 집까지 가져오기가 어려워서리…한 달에 30위안(4900원)을 주는데 다들 이런 식으로 합니다. 저 말고도 열집(매대 열 곳)이 순이네 집을 창고처럼 쓰고 있습니다.
 
(※북한 생활을 놓고 대화하다가 다시 시장 얘기를 꺼내며) 참, 시장생활이 궁금하시다 그러셨습니까?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매대를 싸야 합니다. 3000위안(약 49만원)을 시장관리소에 바쳐야 하는데. 여긴 중국과 가까워 그런지 달러가 아니라 중국돈(위안)을 많이 씁니다. 시장관리소에선 폭이 40㎝되는 매대자리를 내주는데, 얼마나 좁은지 운동화 몇켤레 놓으면 끝이지요. 그나마 벌이가 좀 좋아져서 저는 옆에 있는 매대를 하나 더 샀지요.  
 
보통 손전화로 거래합니다. 이런 식이디요. “선화야! 오늘 저녁 야덟(여덟)시에 출발하는 차(기차)로 활동복이랑 정구화랑 쏠(보낼)테니까 역전에 가서 잘 찾으라요. 그리고 금컵(금컵체육인식료공장)에서 나온 과일향 단설기랑 딸기향 알껌이랑 회령 충성이네로 좀 보내달라요. 내가 그쪽에 줄 돈이 있는데 그렇게 처리하면 될끼야. 그럼 부탁하자요.” 손전화가 없으면 장사하기도 힘듭니다. 시장관리원도 챙겨야 해요. 장세(자릿세)는 북한돈으로 받는데 남새(채소) 매대는 500원이고 이문(이윤)이 많은 고기 매대는 2000원입니다. 전 1500원을 냈습니다. 전화비도 그렇지만 매대를 팔때는 중국돈으로, 사용비(자릿세)는 국돈으로 냅니다. 국가에서 정한거라 장사를 못나오는 날도 내야 하니까, 몸이 아파도 쉬지를 못하지요. 그나마 요즘은 혜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내다 팔 수 있으니 그나마 좀 나아졌지요. 관리소에선 수리비를 받으러도 옵네다. 지붕에 금이 갔는지 비가 샌다고 장사치들에게 수리비를 조금씩 내라고 해요. 단속이요? 초코파이 단속이 심합네다. 한때는 그냥 먹고 살라고 봐줬는데, 요즘은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남쪽 물건들을 아야 철저히 단속합니다.  
 
한달 수입을 합치면 500위안(약 8만원)정도 법니다. (장마당에서 보이는) 다리 옆에 고층 살림집(아파트) 새로 짓는 걸 보면서 얼른 벌어서 저기로 이사를 가야 할텐데 생각했디요. (호호호) 장사를 언제 끝내냐구요? 원래 4시에 탁아소가 끝나는데 장사하느라 보통은 선이네 집에 맡겨놨어요. 여기 시장 사람들 몇몇이서 돈을 내고 탁아소 끝나고 다섯 시간 정도 봐주니. 9시까지 데리러 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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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