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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없어 산불도 안나는 北민둥산, 서울 47배 크기

북한당국의 통제에 못 이겨 ‘산림애호’라고 씌여진 구호판만 세워놓은 황해북도 평산군 민둥산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당국의 통제에 못 이겨 ‘산림애호’라고 씌여진 구호판만 세워놓은 황해북도 평산군 민둥산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엔 산불이 안 납니다.”
지난 4월 충북도청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 세미나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훈일 민족화해위원회 정책실장이 던진 말에 회의실이 웅성댔다. 김 실장이 “산에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설명하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산림 복원 사업은 유엔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으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남북교류 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산림녹화 지원 사업이 물꼬를 틀지 관심이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장기간 지속한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탓에 산지에 농경지 조성이 이뤄졌고, 연료용 나무를 획득하는 등 산림 벌채가 이뤄진 결과다. 통일부는 2008년 기준 북한의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73%에 해당하는 899만ha로, 이 중 284만ha가 황폐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47배에 달한다. 황폐화 면적은 1999년(163만ha)보다 121만ha가 증가했다.
2011년 JSA내에 위치한 241GP에서 바라본 북한개성공단일대 민둥산. 국회사진기자단

2011년 JSA내에 위치한 241GP에서 바라본 북한개성공단일대 민둥산. 국회사진기자단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지원사업 관계자는 “마을 반경 20㎞ 이내에 특별한 보전지역이 아니면 대부분 민둥산”이라며 “함경도와 평안도처럼 큰 산맥이 있는 험지가 아닌 평야나 강을 끼는 도시, 낮은 구릉 지역은 산에 거의 나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석탄 채광량이 상당한 데도 이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쓰는 바람에 주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게 문제”라며 “산림복구 지원과 함께 대체 에너지 보급을 병행해야 조림사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단 공식수행원에 김재현 산림청장도 이름을 올렸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산림을 되돌리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관심 사안이다. 산림녹화 작업은 먼저 진행할 남북 협력사업”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대북 산림녹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강원 철원군 근남면 통일양묘장에서 한 근로자가 북한 산림복구를 지원할 낙엽송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강원 철원군 근남면 통일양묘장에서 한 근로자가 북한 산림복구를 지원할 낙엽송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은 강원 고성군에 3ha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 중이다. 이곳이 완공되면 철원 통일양묘장,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양묘센터와 함께 대북용 양묘장 3곳을 운영하게 된다. 대북 지원용 종자저장시설도 준비 중이다. 산림청 남북산림협력추진단 송영림 사무관은 “산림 병해충 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조림 선진국인 남한의 임업기술을 북한에 전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충주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연간 5t씩 30t의 나무 씨앗도 비축해 놨다”고 말했다.
 
강원 철원군 근남면에 문을 연 ‘통일양묘장’은 북한과 가장 비슷한 기후 조건에서 묘목을 기르고 있다. 통일양묘장은 지난해 9월 강원도와 아시아녹화기구, 통일과나눔이 공동으로 건립했다. 2만8000㎡ 규모에 양묘 하우스 13동과 야외생육시설을 갖췄다. 소나무·낙엽송 등 100만 그루의 침엽수 묘목이 자라고 있다. 지난해 파종한 묘목은 40~60㎝, 올해 것은 15㎝로 자랐다. 유창혁 철원군 산림조합 기술지도 과장은 “묘목 100만 그루를 모두 보내면 산림 30㏊ 정도를 복구할 수 있다”며 “북측에서는 식용으로 쓸 수 있는 밤나무·마가목·헛깨 등 과실수 지원을 원하고 있지만, 마을 주변에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해 소나무와 낙엽송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5일 강원 철원군 통일양묘장에서 열린 '통일로 가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이날 심은 나무는 황무지 복원을 위해 북한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4월 5일 강원 철원군 통일양묘장에서 열린 '통일로 가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이날 심은 나무는 황무지 복원을 위해 북한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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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