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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하면 '너구리'되는 마스카라 만들던 북한, 이젠 기억기·머리칼고착제 생산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평양·평양사람들①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은하수 샴푸와 린스 광고.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다. [중앙포토]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은하수 샴푸와 린스 광고.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다. [중앙포토]

 북한은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하는 등 순우리말 사용을 즐긴다. 그러나 샴푸와 린스에 관한 한 북한도 남한과 차이가 없다. 2년 전 입국한 30대 탈북 여성 A씨는 “북한에서 몇 년 전부터 생산돼 판매하는 제품 용기엔 아예 샴푸와 린스라고 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과거에 해외생활을 했거나 외화상점에서 외국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샴푸와 린스라는 표현을 쓰긴 했다”며 “하지만 (북한)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거의 없어 비누를 대부분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몇몇 화장품 공장에서 샴푸와 린스를 생산하면서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금강산 합작회자의 화장품. [중앙포토]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금강산 합작회자의 화장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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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최근 입수한 북한 상품 카탈로그(『조선상품』, 2018년 4월 제작)에 따르면 평양화장품공장과 룡악산(용악산)비누공장이 현재 샴푸와 린스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평양화장품공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며 “우리(북한)가 만든 마스카라는 여성들이 하품 한 번 하면 너구리가 될 지경”이라며 “제품의 질을 향상하라”고 지시한 곳이다. 이곳에서 ‘은하수’라는 상표로 생산한 샴푸는 200mL, 500mL, 750mL짜리다. 이른바 ‘영양 샴푸’도 생산 중이다. 용악산비누공장에선 500ㆍ700mL를 생산하는데 ‘머리칼(머리카락)영양용’ 등 기능성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홍보용으로 책자에 실은 사진의 용기도 펌프식으로 한국산과 유사하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상품이 다양해졌고 제품 포장이 과거에 비해 세련됐다”며 “지역별·계층별 차이는 있겠지만 멋과 영양을 강조하고 나선 건 먹거리 걱정을 하던 단계를 벗어난 수요계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 상품 카달로그 『조선상품』에 실린 북한 화장품. 머리칼고착제, 살결물 등이 포함돼 있다. [중앙포토]

북한 상품 카달로그 『조선상품』에 실린 북한 화장품. 머리칼고착제, 살결물 등이 포함돼 있다. [중앙포토]

실제 이 카탈로그는 북한의 43개 기업에서 생산한 904개 제품을 담고 있는데 북한은 보습살결물(보습용 스킨), 보습물크림(보습용 로션)을 비롯해 노화방지용 화장품도 개발해 시판 중이다. 또 머리칼고착제(스프레이)나 은으로 만든 혀긁개, 천연미안막(얼굴팩) 등과 함께 곡선형수자식레드텔레비전(커브형 디지털HDTV)도 수록돼 있다. 화장품만 아니라 푸른하늘연합회사와 아침컴퓨터합영회사가 만드는 컴퓨터나 노트북, 태블릿 PC, USB 등도 소개돼 있다. 그러나 32기가바이트 저장용량 USB가 최고 사양일 정도로 제품의 질이나 디자인은 한국산과 차이를 보였다. 
북한 상품 카달로그 『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노트북과 USB(기억기). USB의 최대 용량은 32G다. [중앙포토]

북한 상품 카달로그 『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노트북과 USB(기억기). USB의 최대 용량은 32G다. [중앙포토]

북한은 “고성능 컴퓨터”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품 제원을 공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 등에서 반제품 형태로 수입해 조립하는 것으로 안다”며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새로운 제품이나 고성능 부품 반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손목걸이(팔찌) 한 개로 뇌혈전을 방지한다”고 선전하는 ‘천연활성토시’는 제품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제품의 성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곡선형 텔레비전. 락원기술교류사에서 만들었다. [중앙포토]

북한 상품 카달로그『조선상품』 책자에 실린 곡선형 텔레비전. 락원기술교류사에서 만들었다. [중앙포토]

북한은 과거에도 개별 회사별로 카달로그를 만들어 상품을 선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모아놓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책자를 만든 오태봉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은 “무역거래를 활성화하고 합영, 합작 및 투자 기회를 마련하고 국내 기업체들의 협력과 교류를 위해 상품종합알림책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어떻게 취재했나
월급 4000원(북한 돈)을 받는 사람이 한 끼에 만원이 넘는 식사를 한다? 최근 북한 경제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탈북자들은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근과 경제난으로 대규모 아사자를 냈던 북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중앙일보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으로 최근 입국한 탈북자와 국내외 정보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북한’을 들여다봤다. 북한 당국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간부급 탈북자들과 국경 및 지방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을 심층 면접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탈북자들은 익명으로 보도한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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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