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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평양 워터파크에 17만 … 주민 피서 양극화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평양·평양사람들① 
평양 주민들이 평양판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북한 주민 17만 명 이상이 올여름 이곳을 찾아 피서를 즐겼다. [AFP=연합뉴스]

평양 주민들이 평양판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북한 주민 17만 명 이상이 올여름 이곳을 찾아 피서를 즐겼다. [AFP=연합뉴스]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던 올여름 평양은 지난달 2일 37.9도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적십자사가 북한 주민들의 식수와 식량 지원을 위해 긴급구호단을 지난 8월 파견했는데 다른 쪽에선 평양 내 수영장 시설이 문전성시였다. 대북 소식통은 16일 문수물놀이장 관계자를 인용해 “7월 1일부터 8월 중순까지 약 17만 명이 문수물놀이장을 찾았다”며 “입장료 3유로(우리 돈 3900원)에 추가로 10유로(1만3000원)를 지불해야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연인이나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았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평양 대동강구역에 위치한 문수물놀이장은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2013년 재개장한 평양판 ‘워터파크’다.  
 
이곳은 파도풀장, 대형 미끄럼틀, 피트니스센터, 실내 클라이밍장, 뷔페식당을 갖추고 있다. 능라유원지 물놀이장(능라도)이나 대형 찜질방을 갖춘 식당·쇼핑 시설인 해당화관(대동강구역) 역시 평양 주민들의 여름 나기에 활용됐다. 이들 시설을 이용해 봤다는 평양 출신 탈북자 A씨는 “한국의 놀이공원이나 사우나에 버금간다”며 “이들 시설은 모두 달러나 유로, 엔, 위안 등 외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게 엄청난 사치였지만 몇 년 전부터 외화가 있는 사람들이 이런 시설을 많이 찾는다”며 “주민들 속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위 계층이 이용했던 이들 시설로 외화를 가진 일반인들이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평양은 현재 변화 중이다. 외양에서도 그렇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 대대적인 평양 개·보수를 주도했다. 평양 내 신도시로 꼽히는 미래과학자거리나 여명거리가 대표적이다. 여명거리는 금수산태양궁전과 영생탑을 잇는 도로 양쪽에 들어선 평양 내 신시가지다. 90만㎡ 면적에 들어선 여명거리의 연건축 면적은 172만8000여㎡에 달한다. 여기에는 70층짜리를 비롯해 44동, 4804가구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과학자 우대 차원에서 대동강변에 건설한 미래과학자거리도 평양의 새로운 얼굴이다. 198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후계자로 대외에 공표된 이후 문화예술인 우대 차원에서 창광거리를 리모델링했던 것과 유사하다. 과거 시외버스터미널 수준이었던 낡은 순안공항도 허물고 새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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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스위스 유학을 하며 세계 일류 공항을 접했던 김 위원장은 북한의 관문인 낡은 순안공항을 본 뒤 공항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1년 만에 평양을 다녀온 민간단체 인사는 “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섰고, 회색빛 도시에서 화사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대적인 평양 개·보수 공사를 위해 당 자금을 일부 풀었고, 해외에서 근무 중인 외화벌이 일꾼들에게 공사비 일부를 부담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공사 자재와 장식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공사가 지체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원유나 아스팔트 수입이 막혀 도로 상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 격인 만수대의사당 앞 광장도 갈라진 아스팔트를 포장하지 못해 거북 등을 연상시켰다는 게 이곳을 찾았던 방북 인사들의 전언이다. 
 
◆어떻게 취재했나
월급 4000원(북한 돈)을 받는 사람이 한 끼에 만원이 넘는 식사를 한다? 최근 북한 경제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탈북자들은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근과 경제난으로 대규모 아사자를 냈던 북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중앙일보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으로 최근 입국한 탈북자와 국내외 정보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북한’을 들여다봤다. 북한 당국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간부급 탈북자들과 국경 및 지방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을 심층 면접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탈북자들은 익명으로 보도한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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