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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킵초게, 인간의 한계를 달리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세계기록을 세우며 골인한 뒤 2시간1분39초가 새겨진 전광판 앞에서 두손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킵초게는 이날 마라톤 사상 최초로 2시간 1분대를 기록했다. [베를린 AP=연합뉴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세계기록을 세우며 골인한 뒤 2시간1분39초가 새겨진 전광판 앞에서 두손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킵초게는 이날 마라톤 사상 최초로 2시간 1분대를 기록했다. [베를린 AP=연합뉴스]

 
42.195㎞를 뛰는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세계 마라톤에서 사상 최초로 2시간 1분대 기록이 나왔다. 케냐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34)가 ‘인간 한계’에 근접한 대기록을 달성했다.
 
킵초게는 16일 독일 베를린 일대에서 열린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1분39초에 달렸다. 2014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세운 세계 최고기록(2시간2분57초)을 4년 만에 무려 1분18초나 앞당겼다. 킵초게는 반환점을 1시간1분6초에 돈 뒤 25㎞ 지점부터는 홀로 독주한 끝에 아무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작성했다. 킵초게는 “어떤 표현을 해도 부족할 만큼 기쁘다. 세계기록을 세워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16일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AP=연합뉴스]

16일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AP=연합뉴스]

 
킵초게는 남자 마라톤의 강자다.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0m에서 우승했던 킵초게는 2012년 마라톤에 입문한 뒤 이듬해인 2013년 함부르크 마라톤에서 2시간5분30초로 1위로 오르며 국제 마라톤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어 두번째 풀코스에 도전한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4분5초를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런던 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2시간3분5초)을 세운 뒤 같은 해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2시간8분44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킵초게는 지난해엔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의 지원을 받고 ‘마의 벽’에 도전했다. 나이키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몬차의 포뮬러 원(자동차경주) 서킷에서 치른 ‘브레이킹 2(2시간 기록 깨기)’ 프로젝트 레이스에 나서 2시간00분25초를 기록했다. 2시간의 벽을 깨기에 불과 26초 모자란 기록이었다. 물론 이 레이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공인을 받지 못했다. 주최 측이 20여 명의 페이스메이커를 배치해 맞바람을 막아줬고, 모터 자전거를 탄 스태프가 선수에게 물을 건네주는 등 인위적으로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당시 킵초게는 무게가 184g 밖에 되지 않는 마라톤화를 신고 뛰어 육상계에 ‘기술 도핑’ 논란을 일으켰다. 이 신발 깔창엔 특히 스프링 역할을 하는 탄소 섬유재가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마라톤 역대 최고 기록

마라톤 역대 최고 기록

 
마라톤 세계기록은 100m 기록과 함께 ‘육상의 꽃’으로 불린다. 1967년 데렉 클레이턴(호주)이 사상 처음으로 2시간10분대(2시간9분36초) 벽을 깨뜨린 뒤 2003년 폴 터갓(케냐)이 2시간4분55초를 기록했다. 2시간5분대의 벽을 깨뜨리기까지 36년이 걸린 것이다. 이어 2시간1분대까지 기록을 단축하는 데는 15년이 소요됐다.
 
베를린 마라톤은 세계기록이 많이 나오는 대회로 유명하다. 영상 10도 내외의 쾌적한 날씨와 적은 바람, 평탄한 코스 덕분에 ‘기록의 산실’로 불린다. 2003년 대회에서 폴 터갓이 세운 기록부터 올해 킵초게의 기록까지 베를린 마라톤에서만 8차례 연속 세계 최고기록이 나왔다.
 
16일 열린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운데). [AP=연합뉴스]

16일 열린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운데). [AP=연합뉴스]

 
킵초게는 올해 대회에선 완벽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친 끝에 세계기록을 1분18초나 앞당겼다. 1967년 무려 2분24초를 앞당겼던 클레이턴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단축한 선수가 됐다.
 
킵초게가 2시간1분대까지 마라톤 세계기록을 끌어내리면서 ‘인간 한계’로 불려왔던 2시간대의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마라톤의 인간 한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로이터=연합뉴스]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로이터=연합뉴스]



2000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로버트 W.슈츠 교수는 “인간 능력의 한계로 기록 경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50년간 세계 최고기록(당시 2시간5분42초)을 3분 정도 단축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킵초게는 이 전망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이에 앞서 1999년엔 미국 켄터키 주립대 스포츠생리학자 존 크릴 교수팀이 날씨, 코스, 러닝화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한계 기록이 1시간57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풀코스를 2시간 안에 주파하려면 100m당 평균 17초06에 뛰어야 한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수석연구위원은 “신체 조건이 점점 좋아지는 데다 스포츠 과학의 뒷받침 덕분에 기록이 크게 단축됐다. 향후 케냐, 에티오피아 선수들 간의 경쟁 효과까지 더해 빠른 시간에 마라톤에서 2시간대의 벽이 깨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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