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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 드론레이싱 … 하늘 위의 쇼트트랙

시속 150㎞로 날아가는 드론이 장애물을 피해 창공에서 스피드를 겨룬다.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쇼트트랙’ 드론 레이싱의 세계적인 강자들이 강원도 영월에서 숨 막히는 레이스를 펼쳤다.
 
2018 DSI 국제 드론스포츠 챔피언십(중앙일보·강원도·영월군 공동 주최)이 14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영월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엔 한국·미국·일본·콜롬비아·이스라엘 등에서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14개국 16개 단체 4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교준 중앙일보 대표이사, 최명서 영월군수, 박관민 드론스포츠인터내셔널(DSI) 회장도 참석했다.
 
16일 강원도 영월실내체육관에서 DSI 국제 드론스포츠 챔피언십 대회가 열렸다. 최대 시속은 220㎞까지 낼 수 있는 드론이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6일 강원도 영월실내체육관에서 DSI 국제 드론스포츠 챔피언십 대회가 열렸다. 최대 시속은 220㎞까지 낼 수 있는 드론이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론레이싱은 길이 25㎝, 무게 600g 정도의 레이싱 드론(경주용 무인항공기)으로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고글을 쓴 파일럿(선수)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보고 조종한다. 평균 시속 150㎞, 최대 시속은 220㎞까지 나온다. 국내 선수는 200여 명 정도인데 이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우승자인 ‘드론 천재’ 김민찬(15·한국)을 비롯한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최연소 참가자인 니라차 온마(태국)는 10세 소녀다.
 
경기장은 1~2층을 오가는 길이 500m가량의 실내 코스로 설계됐다. 덕분에 관객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드론의 묘기를 눈앞에서 느낄 수 있었다. 숨막히는 접전이 펼쳐질 땐 관중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쇼트트랙처럼 짧은 구간을 2~4대의 드론이 함께 날아다니기 때문에 쇼트트랙처럼 치열한 자리다툼과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경기장을 찾은 김준서(44)씨는 “오늘 처음 봤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었다. 드론끼리 부딪치기도 해 박진감이 넘쳤다. 규칙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론레이싱계의 스타’인 루크 배니스터. 김경록 기자

‘드론레이싱계의 스타’인 루크 배니스터. 김경록 기자

세 명이 한 팀을 이루는 클럽 대항전에선 DR1(미국·영국 연합팀)이 우승했다. DR1은 결승에서 팀 FPVR(호주)을 2-1로 꺾고 상금 1만 달러(약 1000만원)를 받았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세 번째 경기에 출전한 루크 배니스터(18·영국)였다. 샘 힙스(16)와 대결한 배니스터는 경기 초반 힙스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두 바퀴를 돈 뒤 슬라럼 코스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배니스터는 드론이 코스에 충돌해 잠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끝내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배니스터는 “우승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정말 기쁘다. 앞선 상황에서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상대 선수도 실수를 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니스터는 ‘드론레이싱계의 스타’다. 그는 2016년 만 15세의 나이로 세계 드론프리에 출전해 우승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가 개최한 드론프리 우승 상금은 25만 달러(약 3억원)나 됐다. 세계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배니스터는 통산 상금 100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다른 팀 선수들이 배니스터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할 정도다.
 
배니스터는 “12세 때까지는 무선모형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드론을 접했다. 내가 직접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스릴 넘치는 박진감이 드론레이싱의 매력”이라며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세계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밝혔다. 3·4위전에선 한국 대표 아스트로엑스가 멀티 GP(미국)를 이겼다. 개인전으로 치러진 국가대표 결승전에선 김민찬이 제로드 퀼렌(미국)을 2-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이 담긴 1인칭 시점 고글을 쓴 한국 대표팀 AstroX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이 담긴 1인칭 시점 고글을 쓴 한국 대표팀 AstroX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한편 대회 개막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17개국 31개 단체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DSI 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에서 드론 스포츠 국제조직인 DSI의 이사진을 선출했다. 이들은 드론레이싱의 표준화와 국제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국제 스포츠 대회에 드론레이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DSI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드론 스포츠 산업 활성화 및 드론 분야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박관민 DSI 회장은 “이번 대회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앞으로 드론스포츠의 체계화·표준화·기술 선점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국제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론 스포츠는 앞으로 국내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드론을 조종하고 정비할 수 있는 드론병 선발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이스라엘에선 적 동향을 정찰하는 한편 소형 화물 수송과 때로는 공격까지 감행하는 군사 드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포츠·산업·군사 분야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영월=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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