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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갈수록 드세지는 태풍…온난화 '부메랑'인가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남서부 지역을 상륙한 지난 4일 고치(高知)현 아키(安藝)시의 항구 앞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남서부 지역을 상륙한 지난 4일 고치(高知)현 아키(安藝)시의 항구 앞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이달 초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을 강타해 9명이 사망하고 간사이 공항이 물에 잠기면서 5000명이 고립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태풍 제비는 일본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 지난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이번에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22호 태풍 '망쿳'이 15일 오전 필리핀을 강타했다.
 
미국에서는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14일(현지 시각) 남동부 해안에 상륙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 6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17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플로렌스는 한 때 중심 최대 풍속이 시속 225㎞에 이르렀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하비와 일마, 마리아 등 허리케인 3개가 낸 재산 피해를 더하면 약 2650억 달러, 우리 돈 약 300조 원에 이른다.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접근하면서13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접근하면서13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상전문가들은 인류가 내뿜는 온실가스로 지구가 더워지는 온난화가 지속할 경우 앞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메랑'인 셈이다.

지구온난화가 태풍의 세력을 강화하고, 피해를 키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은 대략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해수 수온 상승이 초강력 태풍 만든다
2013년 11월 큰 피해를 낸 태풍 하이옌의 모습 [중앙포토]

2013년 11월 큰 피해를 낸 태풍 하이옌의 모습 [중앙포토]

2013년 11월에는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 상륙했는데, 당시 필리핀에서만 6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에 상륙하기 전 중심 최대풍속(10분 평균)이 시속 280㎞ 안팎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번 태풍 '망쿳'도 14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중심 최대 풍속이 202㎞에 이르렀다.
 
태풍이나 허리케인같이 열대저기압은 더운 바닷물에서 탄생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세력이 더 강한 태풍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심 기압이 낮고 더 강해지면서 파괴력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해수 온도는 평균 1도가량 상승했다.
 
물론 해수 온도가 상승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해 태풍·허리케인 숫자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태풍 발생 빈도 자체는 줄어들 수도 있지만,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세력이 강한 태풍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인 문일주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전체적으로 태풍 숫자는 줄겠지만 강력한 태풍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적도 부근에 쌓인 열을 중위도 지방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게 태풍이므로 초강력 태풍이 한꺼번에 에너지를 이송하기만 한다면 태풍이 자주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파워 유지한 채 북쪽까지 올라온다
2016년 10월 5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북상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집채 만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0월 5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북상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집채 만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23일 제21호 태풍 '란'이 일본 열도를 강타해 7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다쳤다. 10월 말에도 22호 태풍 '사올라'가 일본 열도로 접근했다.
 
한반도에도 2016년 10월 초 태풍 '차바'가 강타해 부산·울산 등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이처럼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여름철이 길어진다면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더 북쪽까지 이동하고, 더 늦은 시기까지 북쪽으로 진출하게 된다.
 
2016년 10월 '2016년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가 지속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최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와 부산대·한국해양대·극지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와 홍콩시립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2100년경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와 일본으로 향하는 열대저기압(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약 4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태풍 제비로 인해 침수된 일본 간사이 공항 침수.[일본 NHK 방송]

태풍 제비로 인해 침수된 일본 간사이 공항 침수.[일본 NHK 방송]

북상하는 태풍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지금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연평균 3.1개로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문 교수는 “태풍의 경우 북위 27도 부근, 즉 대만 부근 해역에서 가장 강력해지고, 그다음부터는 약해지는데 해수 온도가 높게 유지되면 태풍이 세력을 잃지 않고 한반도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태풍 ‘차바’처럼 10월 초인데도 한반도에 강력한 태풍이 불어왔다는 것은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기준에 따르면 ‘슈퍼 태풍’은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67m 이상인 태풍이다.
 
해수면 상승이 침수·해일 피해 키운다
지난달 11일 오후 해수면 상승으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일대 도로에 물이 유입돼 한 시민이 양말과 신발 등을 손에 들고 걷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오후 해수면 상승으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일대 도로에 물이 유입돼 한 시민이 양말과 신발 등을 손에 들고 걷고 있다.[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같은 세력의 태풍이라도 해수면이 상승하면 연안 침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태풍 해일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
극지방 빙하가 아니더라도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바닷물 부피가 팽창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관련 당국에서는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경우 4m, 태풍 '망쿳'은 6m 높이의 폭풍해일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필리핀 공군 관계자가 13일(현지시각) 마닐라에 위치한 국립재난위험저감관리위원회에서 태풍 진로를 분석하고 있다. 배경에 등장한 것은 태풍 '망쿳'의 인공위성 이미지다. [AP=연합뉴스]

필리핀 공군 관계자가 13일(현지시각) 마닐라에 위치한 국립재난위험저감관리위원회에서 태풍 진로를 분석하고 있다. 배경에 등장한 것은 태풍 '망쿳'의 인공위성 이미지다. [AP=연합뉴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한반도 해역에서는 평균 해수면이 최근 40년간 약 10㎝ 상승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산정된 해수면 상승률은 연평균 2.48㎜였고, 해역별로는 남해가 2.89㎜, 동해는 2.69㎜, 서해는 1.31㎜ 상승했다.
이는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2013년 발표한 전 세계 평균값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진행된다면 2100년까지 한반도 연안의 해수면은 1.36m 상승하고, 남한 국토 면적의 4.1%에 해당하는 4149.3㎢가 해수 침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토지와 주택 침수 피해, 주민 이주비용, 경제활동 손실 등으로 2100년까지 286조원(현재 가치)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수증기 증가로 '물 폭탄' 장착한다
지난해 8월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을 강타한 가운데 구조 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중앙포토]

지난해 8월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을 강타한 가운데 구조 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중앙포토]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일주일 넘게 이 지역에 연간 총 강수량과 맞먹는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1000㎜가 넘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8월 23~24일 이틀 동안에만 텍사스 남동부 1만8495㎢ 일대에 강수량 최소 30인치(76㎝)에 이르는 폭우를 뿌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올해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 등에 40인치(1m)의 폭우를 쏟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허리케인 플로렌스. 13일(현지시각) 미국 동부 해안에 접근 중이다. [AP=연합뉴스]

미국 해양대기국(NOAA)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허리케인 플로렌스. 13일(현지시각) 미국 동부 해안에 접근 중이다. [AP=연합뉴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는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 시대가 오기 전을 가정한 환경과 비교해 하비가 뿌린 폭우 양이 15% 증가했다고 관측했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도 지구온난화가 하비 강수량을 19~38%는 끌어올렸다고 추산했다.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폭우는 멕시코 만(灣)의 해수 온도와 기온이 높았던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멕시코 만의 경우 최근 20~30년 동안 평균 표층 수온이 0.5도 상승했고, 이로 인해 대기 중의 수증기가 3~5%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열역학 관련 클라우시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포함할 수 있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 상승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하게 된다.
 
느리게 이동하며 계속 타격한다
지난 7월 일본에 영향을 준 태풍 종다리의 이동 경로 [자료 기상청]

지난 7월 일본에 영향을 준 태풍 종다리의 이동 경로 [자료 기상청]

태풍 이동속도가 느려지면 더 큰 피해를 키우게 된다.
지난 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물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을 비롯한 열대 저기압의 이동속도가 70년 전보다 10% 정도 느려져 호우 피해를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새벽(현지시각) 태풍 '망쿳'의 영향으로 필리핀 마닐리 시에 강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망쿳'은 올해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15일 새벽(현지시각) 태풍 '망쿳'의 영향으로 필리핀 마닐리 시에 강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망쿳'은 올해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특히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북태평양 서쪽 지역의 경우 태풍 이동속도가 20%나 느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대기와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열대지역의 대기순환이 약해져 열대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떨어지고, 태풍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면 같은 지역에 내리는 강우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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