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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적 정책 전환 있어야 경제 활로 열린다

정확하게 10년 전인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뉴욕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는 극단적인 저금리와 양적 완화 조치를 통해 위기 탈출을 꾀했다. 한국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적극적인 재정·금융 정책과 수출 확대로 비교적 조기에 위기를 수습했다.
 
10년이 지난 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사정이 뒤바뀌었다. 추락했던 미국·유럽 경제는 금리 인상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고용과 투자 지표가 추락하고, 성장률 전망까지 낮추는 등 위기 신호가 울리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포연이 짙어지고 보호 무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등 외부 경제 환경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제조업 등 성장 기반이 위축되면서 기업·가계 같은 경제 주체의 자신감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리막으로 가고 있는 각종 경제 지표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사정도 아랑곳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한 것과도 딴판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고용 참사와 자영업자 위기로 확인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은 기미조차 없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경제 멘토들까지도 정책의 무모함을 경고하는데도 정부는 귀를 틀어막고 있다.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잘못 기획된 정책 결과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질타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장.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현 정부와 가까운 브레인들마저 문제점을 지적하는 판이다.
 
청와대의 소득주도 성장 아집에 경제 관료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잘못 방향을 잡은 정책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재검토가 나올 리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조심스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내세우지만, 청와대의 서슬에 묻히는 형국이다. 문제는 경제 현장의 답답함이다. 인터넷 은행 금산분리, 빅데이터 활용, 의료 산업 등에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메아리가 없다. 일부 시민 단체와 현 정권 지지층의 반발에 막혔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정부가 경제 운영의 또 다른 축으로 내건 혁신 성장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겠나.
 
정부는 엊그제 보유세 인상과 다주택자 금융 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대책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시장 특성을 무시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른다. 저절로 균형을 찾게 될 시장에 대해 과도한 시그널(신호)을 보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반면, 막상 분명한 시그널이 필요한 정책 기조 전환에는 소극적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다시 풀어 끼워야 한다. 지금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친노동·반기업적 정책 기조를 극적으로 바꾸겠다는 시그널이 절실하다. 경기가 주저앉고 실업자가 쏟아지는 판에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할 것인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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