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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벚꽃 원조 논란의 허무한 끝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일제강점기에 많이 심어진, 그래서 우리가 흔히 보는 일본 왕벚나무는 사실 제주도 왕벚나무에서 기원했다.’ 이 학설은 한국인들이 벚꽃을 즐기면서 ‘일제 잔재가 아닐까’ 하는 민족주의적 죄책감을 편리하게 덜어주었다. 벚꽃축제가 한국의 대표적인 봄축제가 되고 관련 상품이 수없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 때마다 민족주의적 방패막으로 나오는 게 ‘제주도 원산지설’이었다.
 
하지만 그 방어논리는 이상했다. 꽃의 원산지와 그 꽃을 즐기는 문화의 발생지는 별개니까 말이다. 설령 세계 벚꽃의 기원이 제주도라고 하더라도, 우리 조상이 벚꽃을 즐긴 예는 옛 시와 그림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대신 우리 조상은 매화, 진달래, 복사꽃을 훨씬 사랑해서 시와 그림으로 예찬하고 매화음(梅花飮)에 취하고 진달래 화전놀이를 했다. 벚꽃을 사랑해서 밤에 등을 켜고 벚꽃을 보는 밤벚꽃놀이, 벚꽃 화과자 등을 만든 건 일본이었다. 벚꽃에 대한 하이쿠 시와 우키요에 목판화도 셀 수 없이 많다. 한마디로, 원산지가 어디건, 오늘날 한국에서 벚꽃을 즐기는 풍습은 우리 전통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거쳐 일본에서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왕벚나무의 기원이 제주도라는 학설조차 맞지 않다는 게 최근 한국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명지대·가천대팀과 함께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게놈)를 해독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따로따로 발달한 별개의 식물인 걸로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저널 ‘게놈 바이올로지’ 9월호에 게재됐다.
 
결국 ‘일본 벚꽃 제주도 원산지설’을 내세워 우리 전통이 아닌 벚꽃축제를 어정쩡한 민족주의로 포장하는 자기기만은 이제 끝났다. 대안은 두 가지다. 민족주의 정신을 결벽증적으로 발휘해서 벚꽃축제를 다 폐지하든지, 아니면 벚꽃축제의 전통이 일본에서 왔음을 인정하면서, 이제 한국식으로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든지.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벚꽃에 밀려난 봄꽃들 중에 우리 전통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꽃들을 돌아보고 그와 관련한 축제를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진달래는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부터 김소월의 사뿐히 즈려밟는 ‘진달래꽃“까지 많은 명작에 영감을 주었다. 적어도, 인기 많은 벚꽃에 상업적으로 편승하면서 ’일본 벚꽃 원산지는 제주도니까 이건 우리 전통이야‘라고 주장하는 자기기만은 이제 그만뒀으면 한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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