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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강남 살 이유 없다"던 장하성···고위직들 강남 집 팔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시세가 3.3㎡당 평균 7000만원이 넘는다. 최근엔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시세가 3.3㎡당 평균 7000만원이 넘는다. 최근엔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 제어할 수 없고, 제어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맨해튼이나 베벌리 힐스 등의 주택 가격을 정부가 왜 신경 써야 하나."
 
경제정책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한 발언이다. 그는 시세가 20억 원대인 서울 송파구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강남’은 강남·서초·송파구를 말하고 ‘강남3’구 혹은 ‘강남권’으로도 불린다.  
 
장하성 실장 외에 강남 신경쓰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니 그들끼리 놀게 하라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는 ‘일반인’이 들어가 살기에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 아파트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만5484가구로 서울 전체(166만5922가구)의 20.1%를 차지한다.  
 
강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전국의 3.3~4.5배, 서울의 1.5~2배다. 지난달 기준 평균 가격이 전국 3억2094만원, 서울 7억238만원인데 강남구 14억6057만, 서초구 13억5782만, 송파구 10억6254만원이다(한국감정원). 강남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합계는 434조원으로 서울(1170조원)의 37.1%다.
 
2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5940만원이다. 강남에서 평균 거래가격의 아파트를 사려면 18~25년을 돈 한푼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정상적으로 ‘사다리’를 타고 강남에 집을 사서 사는 것은 평생 불가능하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지난해 서울대 SSK동아시아도시연구단(단장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이 기획해 펴낸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 하기』는 부동산값이 너무 올라 중산층이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강남이 ‘상류층의 철옹성’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강남은 중산층의 꿈과 욕망을 낳고 키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인데 이제는 더는 중산층이 들어가기 어려운 ‘외딴 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눈을 감고 돌아선다고 강남이 사라지고 아무 상관 없어지는 게 아니다. 강남이 국민 관심사인 이유는 집값 불안의 진원지이고 선두 주자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지난 4월 이후 상승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언제든 확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최근 강북 집값 급등은 강남 과열이 확산한 것이다. 지난해 8·2대책 충격에서 벗어난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강남 아파트값 상승률이 구에 따라 7.4~12.8%였다. 이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은 5% 정도였다.  
 
집값이 천정부지인 강남을 보면서 경기장 윗자리에 들어선 고급관람석인 스카이박스가 떠오른다.  
 
전 세계에 정의론 돌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2012년 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서 야구장 이야기를 했다. 야구장에서 돈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함께 관람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섞였다. 비가 오면 함께 젖었다.
  
인천 문학야구장 스카이박스.

인천 문학야구장 스카이박스.

야구장에 부자가 앉는 스카이박스가 생겼다. 같이 어울리던 공간이 없어졌다. 계층이 섞이는 경험이 사라진 것은 스카이박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나, 그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 모두의 손실이다. 
 
샌델 교수는 모든 게 시장에서 돈으로 사고파는 것을 빗대어 “미국인 삶의 스카이박스화(skyboxfication)”라고 했다. 국내 주택시장으로 보면 ‘강남의 스카이박스화’인 셈이다.
 
샌델 교수는 스카이박스화가 행복한 삶이 아닐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이 필요한 게 아니다. 공통적인 삶을 사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다른 배경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서로 만나고 부딪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차이를 서로 조율하고 인정하며 공공선을 키울 수 있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이건 어떨까. 장하성 실장을 비롯해 이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에 가진 집을 파는 것이다. 
   
9·13대책에서 정부도 최근 집값 과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정한 매물 부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1년 새 수억 원씩 올랐으니 손해 볼 일은 없다. 최근 노컷뉴스가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공직자 10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33명이 강남에 42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이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때에 42채면 매물 물꼬를 충분히 틀 수 있을 것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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