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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레터]'트럼프의 공포'는 우리 몫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다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Trump gestures as he walks across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to depart by Marine One, in Washington, DC, USA, 29 May 2018. Trump travels to Nashville to deliver remarks at a rally.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다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Trump gestures as he walks across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to depart by Marine One, in Washington, DC, USA, 29 May 2018. Trump travels to Nashville to deliver remarks at a rally. [EPA]

 

지난해 4월 백악관 블루룸. 트럼프 대통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부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저녁을 함께 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였다. 자연스럽게 북한 이슈가 화제에 올랐다. 대북 강경파인 그레이엄이 김정은 제거 작전을 검토하자고 말했다. 매케인은 “그러면 북한이 재래식 방공포로 적어도 서울 사람 1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그레이엄이 되받았다. “1백만명이 죽어도 여기서 죽는 건 아니다. 거기서 죽는다(If a million people are going to die, they’re going to die over there, not here)”. 이 말에 천하의 트럼프조차 “참 냉정하군(pretty cold)”이라고 말했다….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쓴 『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에 나오는 일화 한토막(105페이지)입니다.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책을 읽으며 두 번 놀랐습니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 얘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첫째입니다. 우드워드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딥백그라운드(Deep Background)’로 썼다고 밝혔습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실제 발언을 토대로 썼지만, 취재원이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책에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마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처럼 생생합니다. 백악관 안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트럼프의 불규칙한 감정 변화, 충동적인 의사결정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다른 나라 얘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엿보기의 재미는 있지만, 내 얘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한국 사람으로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책 곳곳에선 약육강식의 국제정치 질서가 21세기에도 예외가 아님을 선뜻선뜻 느끼게 합니다.
 
공포

공포

 책 속의 트럼프는 집요합니다.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협정 폐기를 고집합니다. 10억달러 사드도 한국 정부가 돈을 내거나, 아니면 포틀랜드로 가져다 놓으라고 윽박지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과 상황실에선 수시로 그레이엄 같은 강경파들이 드나들며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한만큼 선제타격하거나 김정은을 제거하자는 제안들을 합니다. 주한미군 철수론도 등장합니다. 트럼프는 그 말들에 솔깃합니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심장이 쫄깃해집니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지가 아닌 전쟁 속으로 끌려들어갈 수도 있는 순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백악관의 참모들이 기를 쓰고 그걸 막습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3월 사임, 후임에 존 볼턴 임명)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3월 사임)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을 그때그때 원군으로 불러 트럼프를 설득합니다. 설득 논리 속엔 그동안 몰랐던 군사 기밀도 등장합니다.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 ICBM이 LA에 도달하려면 38분 걸립니다. 주한미군은 7초만에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선 15분이 걸립니다. 7초만에 발사를 탐지할 수 있다는 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시간도 충분해진다는 겁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있는 겁니다. 세계3차대전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매티스 국방장관, 305~306페이지 등)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18.9.4 [청와대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18.9.4 [청와대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과 한국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불신도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올해 1월19일 맥매스터 보좌관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준비했습니다. 트럼프는 곧바로 “왜 우리가 한반도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느냐”고 ‘시비’를 겁니다. 이 말을 하면서 트럼프는 “왜 우리가 한국과 친구가 돼야 하느냐(Why are we even friends with South Korea?)”고도 묻습니다. 304페이지에선 한미 FTA를 문제삼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소개됩니다. 그 대목을 우드워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반복되는 대화는 ‘그가 싫어하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The refrain was jeopardizing relations with Moon, whom he disliked)”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보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이유도 모른 채 삶이 위협받는 민초들의 모습이 비칠 때입니다. 100년도 더 이전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 속 상황들은 21세기 백악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록한 책『FEAR』속에서 섬찟하게 되살아납니다. 우리가 진영이라는 틀, 여의도 정치라는 더 작은 틀, 그리고 세상을 보지 못하는 아집에 갇혀있는 동안 태평양 너머에선 우리의 운명을 놓고 '조크'도 하고, 가상 전쟁시나리오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합니다. 워싱턴 정치를 강타하고 있는 『FEAR』는 그래서 다른 의미의 ‘공포’로 우리를 깨우고 있습니다.
 
중앙SUNDAY는 지난 주 한국 정치의 새로운 돌파구로 검토되고 있는 블록체인 정치를 스페셜리포트로 다뤘습니다. 원희룡, 박원순, 남경필 등이 추구하는 블록체인 정치의 미래가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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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현대식 제사상을 소개하는 기사를 프런트로 선보였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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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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