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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자금줄 차단”…프랑스 ‘할랄 세금’ 도입하나

무슬림 여성들이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히잡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무슬림 여성들이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히잡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과 관련 이들을 지원하는 자금이 해외에서 불법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랄 세금(halal tax)’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게 허용된 제품으로 할랄 세금은 할랄 푸드 등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더 로칼 프랑스와 영국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등에 따르면 프랑스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슬람의 공장(The Islamist Factory)’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 일간 더 내셔널은 이 보고서가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으로 전해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심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쓴 하킴 엘 가로이 컨설턴트는 “프랑스 등 유럽의 급진적 이슬람 단체를 지원하는 자금의 주요 원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라며 “할랄 세금은 무슬림들이 프랑스 사회에서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증가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해외 자금줄 차단이 필요하단 얘기다. 과세는 순례와 기부, 할랄 푸드 등을 사는 행위 등에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할랄 세금을 제안한 하킴 엘 가로이의 보고서 '이슬람의 공장' 표지. [싱크탱크 몽테뉴 홈페이지 캡쳐]

할랄 세금을 제안한 하킴 엘 가로이의 보고서 '이슬람의 공장' 표지. [싱크탱크 몽테뉴 홈페이지 캡쳐]

프랑스 내 무슬림의 모국뿐 아니라 모스크(이슬람 사원) 관계자들으로부터도 독립된 이슬람 협회를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세금을 걷고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 가로이의 주장이다. 기존의 무슬림 세력들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국가가 아닌 이슬람 협회를 과세주체로 정해 무슬림을 억압, 차별하는 듯한 오해를 피하자는 것이다. 
 
가로이는 할랄 세금으로 조성된 돈으로 모스크 운영을 지원하고, 이맘(이슬람 성직자)에 교육과 급여 등을 제공해 젊은이들 사이에 팽배한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 무슬림층에서 점점 강력해 지고 있는 살라피스(이슬람 원리주의 신봉자)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는 자체적인 무슬림 종교 담론을 만들어 살라피 담론에 도전해야 한다. 이런 담론을 퍼뜨리기 위한 중요한 수단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할랄 세금을 추진하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4년 찰스 파스쿠아 당시 내무부 장관도 프랑스 내 이슬람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제안한 바 있다. 프랑스는 지난 1905년 제정된 정교 분리법에 따라 어떤 종교도 국교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무슬림들이 사원에 모여 낮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공정식]

무슬림들이 사원에 모여 낮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공정식]

프랑스 내 무슬림은 약 570만명으로 이슬람교는 가톨릭을 뒤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1950년대부터 무슬림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인 영향이다. 
 
하지만 다른 종교와 달리 분파가 다양하고 중심조직이 없어 프랑스 정부는 30여 년 전부터 국가와 종교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해줄 이슬람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03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프랑스 이슬람교도 대표기구인 프랑스 무슬림평의회(CFCM)를 설립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몽테뉴 연구소가 201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프랑스 내 무슬림의 3분의 2는 이 단체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고 더 내셔널은 전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최근 3년 간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단체가 배후 조종한 테러로 230명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2016년 프랑스 내 저명한 무슬림 41명은 “이슬람이 공공 이슈가 됐고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무슬림 청년들의 급진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무슬림 재단이 새롭게 출범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JDD)에 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안에 이슬람교의 전반적인 제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이슬람교 조직과 운영을 관할하는 법정 기관을 설립하고 회계, 감독 등을 투명하게 하는 방안을 강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할랄 세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프랑스 현지 언론 BFM 방송은 “법적 측면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평등세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리옹시의 모스크 지도자 카멜 캡타인은 “할랄 세금은 터무니없다. 무슬림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알아서 필요한 수단을 찾을 능력이 있다”며 “할랄 세금은 무슬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아흐메트 오그라스 CFCM 대표는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면 할랄 세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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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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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