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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 "세계대회 우승, 더는 늦어지면 안 된다"

 
국내 랭킹 2위 신진서 9단 [사진 한국기원]

국내 랭킹 2위 신진서 9단 [사진 한국기원]

요즘 신진서(18) 9단이 심상치 않다. 나날이 성장세가 돋보인다. 절정을 맞이할 때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신진서 9단은 12일 중국갑조리그에서 양딩신 7단을 꺾으며, 갑조리그 시즌 성적 8승 1패를 기록했다. 첫판을 패한 후의 8연승이며 주장전에서 7승 1패(7연승)를 올리고 있다. 전체 승률과 주장전 승률 1위. 
 
신 9단의 올해 성적은 78전 60승 18패다. 77%에 달하는 승률이다. 현재 그는 15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4~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전에서 신 9단은 중국의 우광야 7단과 리샹위 5단에게 연달아 승리하며 가볍게 16강에 올랐다. 6일 기자와 만난 신진서 9단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리샹위 5단을 꺾고 16강에 가볍게 오른 신진서 9단(오른쪽). [사진 사이버오로]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리샹위 5단을 꺾고 16강에 가볍게 오른 신진서 9단(오른쪽). [사진 사이버오로]

  
이번 삼성화재배 32강전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두 판 모두 초반이 잘 풀렸다. 이번에는 평소보다도 더 쉽게 이긴 것 같은 느낌이다. 두 판을 비교하자면, 두 번째 판(리샹위 5단과의 대국)이 더 어려웠다."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시합을 위해 저녁에 시간이 날 때마다 초반을 연구했다. 인공지능(AI)으로도 연구하고 바둑판에 혼자 놓아보면서 초반 포석을 연구했다."
 
요즘 AI로 훈련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는 기사들이 많다. 컴퓨터를 구매했는지.
"그래픽 카드 2장짜리(1080 TI) 컴퓨터를 몇달 전에 구매했다. 높은 사양 컴퓨터인데 부모님이 결제해 주셔서 가격은 정확히 모르겠다. 집에 있는 컴퓨터와 핸드폰과 연결해서 원격으로 AI를 이용할 때도 있다."
 
AI로 공부하면 도움이 많이 되나.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포석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는다. 내가 포석이 약한데, AI로 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요즘에는 포석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복기할 때도 유용해서 훌륭한 복기 선생님이 생긴 것 같다."   

프로에 입단한 다음해(2013년)의 신진서 9단 [사진 중앙포토]

프로에 입단한 다음해(2013년)의 신진서 9단 [사진 중앙포토]

 
중국 기사들은 주로 '줴이'를 사용하지만, 한국 기사들은 '엘프고'를 사용해 바둑을 공부한다. 프로그램의 수준 차이가 실력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은.
"줴이나 엘프고나 포석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바둑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서 둘 수 없기 때문에 어떤 AI를 쓰든지 큰 차이가 없는 거 같다. 엘프고도 충분히 좋은 거 같다."
 
AI가 정답을 가르쳐주니까 바둑의 개성이 점점 사라지는 거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현재 바둑이 더 자유로워진 거 같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몇 년 동안 비슷한 포석만 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포석이 등장했고 바둑이 자유로워졌다."  
 
AI의 도움 없이는 바둑을 잘 두기 어려워진 거 같다.
"혼자 바둑을 연구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AI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성적이 좋아진 이유가 있을까.
"나의 단점인 경솔한 면을 고치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보완이 됐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바둑 실력은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해도 그에 근접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 같다."
 
신진서 9단(오른쪽)은 신민준 9단과 함께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됐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 9단(오른쪽)은 신민준 9단과 함께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됐다. [사진 한국기원]

 
경솔한 면을 고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바둑을 두기 전에 스스로 '신중하게 두자'고 다짐을 많이 했다. 또 경솔하게 두다가 패배할 때마다 반성과 자책을 많이 했다. 프로기사라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느 정도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너무 심해서 다음 판에 지장을 주면 안 되지만 어느 정도 경각심은 필요하다."
 
자신감이 많이 붙은 거 같다.
"AI로 공부한 결과, 포석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고, 포석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낀다. 끝내기도 많이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은 하는데 내 바둑 스타일이 끝내기까지는 많이 가는 편이 아니다. 끝내기도 좋아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중국 선수 가운데 어려운 상대는.
"천야오예 9단에게 과거에 많이 져서 상대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당이페이 9단의 경우는 과거에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백령배 8강전에서 이기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천야오예·양딩신·판팅위 같은 선수들은 두텁게 지키는 스타일인데, 그런 선수들을 상대할 때 내가 특히 약한 거 같다."
 
동갑내기 중국 선수들 가운데 경계 대상은 누구인가.
"세계대회 우승자들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생 가운데 특히 셰커, 랴오위안허, 딩하오 세 명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백령배와 삼성화재배, 천부배 중에서 무조건 하나 이상 우승하고 싶다.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미뤄지면 개인적으로 부담이 커져 힘들 거 같다. 그런데 우승하려면 커제·박정환 9단과 5대 5 승부가 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서 더 노력해야 할 거 같다."  
  
심리적 부담이 승부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가. 
"요즘 들어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바둑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담감은 나를 풀어지지 않게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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