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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삼겹살김밥’ 들고 첨성대 밤 나들이

시장에서 놀자 : 경주 중앙시장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소개하는 연재기획 ‘시장에서 놀자’를 시작합니다. 흥과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은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입니다. 첫 번째 순서는 경북 경주 중앙시장입니다.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모두 26개 포장마차가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연다. 메뉴가 다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모두 26개 포장마차가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연다. 메뉴가 다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은 이름처럼 경주 시내 복판에 있다. 경주역·경주시외버스터미널·경주고속버스터미널이 모두 걸어서 10분이 안 걸린다. 대릉원·첨성대·월지 등 천년 고도의 야경 명소도 도보 10분 거리다. 잠깐 시장에 들러 소머리곰탕으로 배를 채워도 좋고, 야시장에서 산 삼겹살김밥 집어먹으며 밤거리를 다녀도 좋다.  
1910년 촬영한 경주 중앙시장의 모습(당시 이름은 경주시장이었다). 중앙시장은 보부상이 들르던 오일장에서 시작했다. [사진 경주 중앙시장상인회]

1910년 촬영한 경주 중앙시장의 모습(당시 이름은 경주시장이었다). 중앙시장은 보부상이 들르던 오일장에서 시작했다. [사진 경주 중앙시장상인회]

중앙시장은 100년 이상 묵은 전통시장이다. 조선 후기 보부상이 2, 7일마다 들렀던 오일장에서 비롯됐다. 오일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상설시장으로 거듭났고, 1983년 국내 시장 최초로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정동식(59) 상인회장은 “상인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한다”고 소개했다. 중앙시장이 법인 민영시장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시장 전체가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된다는 뜻이어서다. 중앙시장에서는 신용카드를 받는 점포가 95%에 이른다. 
 
시장 상인의 주인의식도 남다르다. 이를테면 중앙시장에는 ‘시장대학’이라는 교육과정이 있다. 35년 넘게 시장에서 곰탕을 끓인다는 ‘울산식당’ 박해경(72) 대표도 시장대학에서 공부를 한다. 시장대학에서 역점을 두는 교육은 친절·안전·청결이다. 박해경 대표가 곰탕을 내오며 “내가 옛날에는 ‘곰탕집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했다. 지금은 얼마나 상냥하냐”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상인들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다. 
경주 중앙시장. 여느 전통시장보다 통행로가 널찍하다. 바닥에 그은 노란 선 때문이다. '고객선'이라 불리는 이 선 너머로 상인들은 물건을 놓을 수 없다. 상점 위에 기와 모양의 지붕을 얹어 천년 고도의 분위기를 더했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여느 전통시장보다 통행로가 널찍하다. 바닥에 그은 노란 선 때문이다. '고객선'이라 불리는 이 선 너머로 상인들은 물건을 놓을 수 없다. 상점 위에 기와 모양의 지붕을 얹어 천년 고도의 분위기를 더했다. 손민호 기자

시장 면적은 4000평(약 1만1000㎥) 정도다. 11개 동에 점포 700개가 들어서 있다. 규모가 작은 편인데 비좁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시장 바닥에 그은 노란색의 ‘고객선’ 덕분이다. 상인들이 고객선 너머로 물건을 내놓지 않아 어른 서너 명도 넉넉히 다닐 수 있다. 어떻게든 손님을 차지하려는 악다구니 상술도 없다.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게는 포목점이다. 그러나 중앙시장은 먹거리 시장이다. 소머리곰탕·떡·김밥·족발이 유명하다. 한우도 특별하다. 중앙시장에서 파는 한우는 ‘비거세우’다. 쉽게 말해 옛날 소고기, 즉 황소 고기다. 화려한 마블링은 덜하지만, 졸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중앙시장은 시장에서 파는 한우 상표권도 등록했다.  
경주 중앙시장의 소머리곰탕집 '울산식당'의 박해경 대표. 박 대표의 어머니도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는 35년 넘게 여기에서 곰탕을 끓인다. 국물이 진하고 잡내도 없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의 소머리곰탕집 '울산식당'의 박해경 대표. 박 대표의 어머니도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는 35년 넘게 여기에서 곰탕을 끓인다. 국물이 진하고 잡내도 없다. 손민호 기자

오래된 시장이어서 식당도 오래됐다. 10동에 모여 있는 소머리곰탕집 9곳은 모두 최소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한우를 공동으로 구매해 각자 비법으로 끓여낸다. 가격도 똑같다. 소머리곰탕 7000원. 경주 시민의 추억이 서린 ‘홍아김밥(3000원)’은 올해로 34년째고 ‘애기족발’을 내는 ‘팔복원조족발(1만원)’도 25년 전통을 내세운다. 
 
최근엔 야시장이 인기다. 2016년 4월 야시장을 열자마자 밤 나들이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매일 오후 7시면 26개 포장마차가 일제히 불을 켠다. 포장마차마다 메뉴가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인기 메뉴는 막창(6000원)·육전(5000원)·삼겹살김밥(3500원) 등이다.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가마골막창'의 김광태 대표. 막창은 야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가마골막창'의 김광태 대표. 막창은 야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통삼겹살김밥. 김밥에 삼겹살을 통으로 올렸다.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통삼겹살김밥. 김밥에 삼겹살을 통으로 올렸다. 손민호 기자

주말이면 야시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가마골막창’ 김광태(59) 대표와 ‘대박통삼겹살김밥’ 김현숙(52) 대표 모두 “주말 하루에 100인분 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일손이 딸려 재료를 더 준비하지 않는단다.
 
야시장은 매일 자정까지 열리고, 주말에는 야시장 앞 무대에서 공연도 진행된다. 외국인 손님도 자주 눈에 띄는데, 특히 대만 관광객이 즐겨 찾는단다. 지난해 중앙시장은 관광객 약 5만 명이 방문했다. 
여행정보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의 세트 메뉴. 1만원을 내면 다른 종류의 메뉴 4가지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육전, 치킨 스테이크, 돼지고기 스테이크, 막창.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의 세트 메뉴. 1만원을 내면 다른 종류의 메뉴 4가지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육전, 치킨 스테이크, 돼지고기 스테이크, 막창. 손민호 기자

경주 중앙시장의 모든 점포가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한다. 1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내고 6000원어치 물건을 사면 현금 4000원을 거슬러 준다. 야시장에서 쓸 수 있는 ‘빅4 상품권’도 있다. 1만원을 내면 야시장에서 파는 음식 가운데 4가지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주차장이 넉넉하지 못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054-772-5322.  
 
 
 경주=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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