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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라돈 수치, 가정집이 지하철역보다 높았다

지난달 다중이용시설의 라돈 검출량을 기자가 직접 측정한 결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는 0.95 피코큐리(왼쪽), 경기도 포천시의 한 유치원에서는 0.59 피코큐리가 나왔다. [장은희 대구일보 기자]

지난달 다중이용시설의 라돈 검출량을 기자가 직접 측정한 결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는 0.95 피코큐리(왼쪽), 경기도 포천시의 한 유치원에서는 0.59 피코큐리가 나왔다. [장은희 대구일보 기자]

3살 난 딸을 둔 주부 정모(34·서울 종로구)씨는 지난달 28일 ‘라돈 측정기’를 대여해 집안 가구 등의 라돈 농도를 측정했다. 온 가족이 인체에 해로운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정씨는 “침대·침구류에서 라돈이 기준치 넘게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직접 확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돈은 토양과 건축자재 등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다. 정씨가 이용한 측정기는 공기 중 라돈의 양을 재서 측정값을 화면에 표시했다. 기준치인 148 베크렐(Bq/㎥)을 초과하면 측정기에선 알람이 울리게 돼 있다. 한 장소당 1시간씩 집안 곳곳을 측정해 본 결과 기준치인 148 베크렐을 넘는 곳은 없었다. 정씨는  “일단 안심은 되지만 딸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지하철역 등은 어떨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라돈 침대 사태’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공포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노원구 등 9개 자치구에서 빌려주는 라돈 측정기(총 267대)를 대여하려고 기다리는 시민만 4300여 명에 이른다. 자치구에 따라 최대 5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여료는 1000원 정도다. 일반 대여 업체에서는 1박 2일에 3만원선에 빌려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 정한 라돈의 권고 기준은 148 베크렐 또는 4 피코큐리(pCi/L)다. 해외 논문 등에 따르면 4 피코큐리는 1년 동안 엑스레이를 50번 찍을 때 인체에 노출되는 방사능과 같은 양이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높은 농도의 라돈에 장시간 노출되면 인체에 해롭고, 라돈은 폐암 유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생활 공간에서 라돈은 얼마나 검출될까. 중앙일보는 라돈 측정기로 시민들이 오래 머무는 영화관·집·카페·식당·화장실·유치원·지하철역 등 8곳을 직접 측정해봤다. 그 결과 권고 기준인 4 피코큐리를 넘는 곳은 없었다. 라돈 수치가 가장 높게 나온 곳은 서울시 성동구의 한 영화관(1.48 피코큐리)이었다. 성동구의 가정집(1.42 피코큐리),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0.95 피코큐리) 등의 순이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만은 없다. 해외 논문 등에 따르면 1 피코큐리는 담배 2개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노출 시간’도 문제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는 “기준치 이하라도 장시간 머무는 주택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건 문제다. 호흡기 등을 통해 몸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실내 라돈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1990년대 초반 전국 실내 라돈 지도를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1979년 이후 전국의 실내 라돈 조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조승연 교수는 “하루에 최소 두 번은 환기를 하고, 라돈을 꾸준히 측정해 기준치 이상이 나오면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장은희 대구일보 기자, 임선영 기자 jang.eunhe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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