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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교도소, 패자부활전의 장이 돼야

윤호진 탐사팀 기자

윤호진 탐사팀 기자

“유난히도 길고 지루한 무더운 여름입니다. 가을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하얀 우편봉투 안엔 검은 펜으로 적힌 글씨가 가지런했다. 오랜만에 받아 본 손편지엔 인간적 감성이 묻어났다. 절도 전과 7범의 재소자가 보낸 편지다. 포항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원식(55·가명)씨였다.
 
박씨는 7번의 전과를 모두 절도로 채웠다. 31세 때인 1994년에 빈집털이를 하다 붙잡힌 게 첫 범죄였다. 그 뒤로 3~7년 간격으로 절도를 반복했고 올해 초 비슷한 범죄로 다시 징역을 살게 됐다. 그 사이 박씨의 가정은 해체됐다. 부인과는 4년 전 연락이 끊겼고, 장애가 있는 딸과는 출소 때마다 가끔 봤던 게 전부라고 했다. 마음먹고 애견 사업, 배달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박씨는 변명하지 않았다. 편지에서 자신을 “용서받지 못할 자”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저희들 같이 소외된 자는 관심의 대상에서 항상 제외된다. 단지 경계의 대상일 뿐”이라며 “이런 사정을 헤아려 (재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취재팀과의 한 시간의 인터뷰를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끄집어내 가슴 답답함을 푼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전과 7범 박원식(55가명)씨가 중앙일보의 교도소 실태 보고서를 보고 지난 8월 말 자필 편지를 보냈다.

전과 7범 박원식(55가명)씨가 중앙일보의 교도소 실태 보고서를 보고 지난 8월 말 자필 편지를 보냈다.

취재팀이 만난 다른 상습 절도자, 생계형 절도 전과자들은 대부분 인터뷰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범죄와 회한으로 가득 찬 삶을 꼼꼼히 되짚어나가는 일이 무척 고통스러웠을지 모른다. 취재팀은 국선 변호사를 만나, 또 판결문을 구해 이들의 삶을 다각도로 재구성했다. 취재팀은 이렇게 ‘2018 교도소 실태보고서(7회 시리즈)’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수없이 들락였던 교도소에서 새 삶의 기회가 생긴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범죄자여서 형기는 짧았고, 이 때문에 교도소에선 교도작업, 직업훈련을 하지 못했다. 출소 뒤엔 전과자 낙인이 찍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생계형 절도는 그렇게 반복됐다. 취재팀은 박씨같은 징역 3년 미만의 단기 수형수들이 ‘교정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현실을 조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점에 공감한다”며 “징역 3년 미만의 생계형 범죄자와 재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재소자를 선별해 전용 개방교도소를 짓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실행되면 한국엔 새로운 형태의 교도소가 머지않아 문을 연다. 그곳에서, 소외됐던 한국판 ‘장발장’들이 바라던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윤호진 탐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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