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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직격 인터뷰] 헌재가 이념에 경도되면 국회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의 안창호 헌법재판관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지난 7일 법복을 입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섰다. 그는 ’지난 6년간 헌정 사상 초유의 역사적 사건 선고들이 이곳에서 이뤄졌다“며 ’헌법적 가치 탐구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지난 7일 법복을 입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섰다. 그는 ’지난 6년간 헌정 사상 초유의 역사적 사건 선고들이 이곳에서 이뤄졌다“며 ’헌법적 가치 탐구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노무현 정부 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5명의 대법관을 두고 사람들은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다. 대법원과 최고 법원 자리를 놓고 다퉈온 헌법재판소에도 5형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9월 19일에 동시 취임한 5명의 헌법재판관이다. 헌재 5기 재판부의 주축을 이룬 이들은 출생 성분이 여당, 야당, 여야 합의, 대법원장 추천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간통죄 폐지, 통합진보당 해산, 양심적 병역 거부 등 주요 사회적 이슈에 따라 각자 색깔을 드러냈다. 이른바 ‘배다른 형제들’인 셈이다. 하지만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고 정당의 해산을 선언한 것도 이들이다. 퇴임을 앞둔 안창호(61·사법시험 23회) 재판관을 지난 7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집무실에서 만나 헌재 재판관 구성에 대한 생각과 나라를 뒤흔든 헌재 결정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헌법 재판관의 성향이 크게 바뀐다. 요즘 인선을 어찌 보나.
“이번에 후보자로 지명된 분들과는 개인적 교류가 있거나 근무를 같이한 적이 없어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정권교체에 따라 구성원 성향이 급격히 바뀌면 헌재 결정이 편향적 해석으로 보일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독일은 16명의 헌법 재판관이 있다. 상원과 하원에서 반반씩 선출한다. 하원에선 출석의원의 3분의 2, 재적의원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 지명한다. 좌나 우로 치우친 인사를 배제하고 신망과 능력을 기준으로 인선할 수 있는 장치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3명씩 지명하게 돼 있으나 이젠 국회에서 모두 뽑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대법원이나 헌재는 선출된 권력인 국회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헌재 구성이 진보, 좌든, 보수, 우든 편향되면 뭐가 문제인가.
“국회는 다수결로 의결한다. 법률 제정과 관련해선 5분의 3(현재 180석)이 마지노선이다. 180석 이상을 얻기가 여야 모두 어렵다. 그런데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처벌조항은 합헌, 대체복무 미규정은 위헌 결정)에서 보듯 헌재 재판관 3분의 2가 합의하면 법률을 위헌으로 만들 수 있다. 헌재가 치우치면 국민이 만든 국회의 상호 견제 구도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국민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헌재 구성이 특정 이념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비화는.
“당시 박한철 헌재 소장이 집중심리제로 결정을 빨리 내리려고 했던 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대행하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데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탄핵 사유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탄핵하라는 국민의 요구만으로 결정을 내리긴 어려웠다. 재판을 하면서 자료를 보고 끝날 때쯤 심증을 형성했다. 끝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분들이 있었다고만 말하겠다. 막판에는 8대 0 예상을 했다. 재판관들 전원이 무엇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인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보충의견에도 썼지만 이것은 단순히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사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 결정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순실씨가 설립에 관여한 K스포츠재단 등에 기부금을 정상적으로 냈다면 그 대기업 출연자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이 두 가지 있다. 정관 작성과 이사 선임이다. 이 두 가지를 하면 출연자들이 이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사 선임이 출연자들과 무관하게 이뤄졌다. 이것을 용인하면 또 다른 권력형 비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탄핵이 불가피했다. 우리 헌정사에선 모든 대통령이 불행해진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다. 대통령의 힘이 분산되면 지금처럼 사활을 걸고 이전투구처럼 하지도 않고 지역갈등도, 여야갈등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안 재판관은 박한철 전 헌재 소장과 같은 검사 출신이다. 2014년 12월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 선고 때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에 따르면 안 재판관이 해산 찬성, 이 재판관이 반대 결정문을 각각 작성했다. 평의 결과는 8대 1 해산 결정.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는데.
“정치적 입장에 따라 헌재 결정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통진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진보 정당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것이다. 결정문에 ‘민주적 기본질서를 넘지 않는 한 진보 정당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적시한 그대로다. 통진당 해산을 편향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편향적 시각이다. 그러면 재판관 8명은 편향이고 한 사람만 옳은가. 해산 결정은 문 대통령의 당선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종북 프레임에 걸리지 않았다고 본다.”
 
독일의 정당 해산과 통진당 해산 간의 차이가 있나.
“심리 과정에서 독일 헌법재판소가 공산당 해산을 결정할 때의 자료를 참고했는데 자료가 매우 적었다. 반면 통진당 관련 자료는 방대해 강령 등 공식 자료만 갖고도 해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독일에서는 공산당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으로 많은 사람이 구속됐다. 우리는 주도세력을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적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로 제한했다. 주도세력을 언급하면서 전과를 나열했다. 민혁당 사건, 일심회 간첩 사건 등은 주사파에 의한 사건이다. 통진당 관련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었지만 우리는 형사처벌은 없었다. 통진당 해산 선고는 여전히 정당하다.”
 
대체복무제 관련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선 소수의견(합헌)을 냈다.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는데 우리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내가 남북문제 전문가다. 1999년부터 2년간 통일법제와 북한 법률을 담당하는 법무부 특수법령과장으로 근무할 때 북한에 네 번 다녀왔다. 당시 6·15 남북공동선언, 북한과 경협 4대 합의 등이 나왔다. 북한은 수령 중심 체제다. 우리 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청구인들(여호와의 증인)이 요구하는 대체복무의 내용은 집총 거부뿐 아니라 군사 업무를 안 하고 그야말로 사회봉사만 하겠다는 것이다. 사회봉사도 병무청·국방부 등이 감독하는 건 거부한다. 오늘날 국방의 개념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럼 소방도 국방인가. 국방은 국토 방위다. 논리 비약이 엄청나다. 헌법에 있는 국방의 의무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위헌 쪽 논리는 대상자가 500~600여 명으로 적은 숫자라 국방에 영향이 없다는 것 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해 7월 시민단체인 부산경실련 기장지역자치모임 회원 2명이 기장군의회가 임시회의 방청을 불허한 것은 잘못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임시회의에 출석한 군 의원 3분의 2가 의결하면 회의를 비공개로 할 수 있게 해 놨다. 원래 4명이 인용 의견이었으나 막판에 한 분이 돌아서 최종적으로 각하됐다. 지방의회는 의원들이 멋대로 운영한다는 비난이 많다. 시민들이 직접 방청을 하면 이른바 ‘예산 나눠먹기’도 방지하고 지방의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자율권을 존중한다며 방청 불허권이 행사된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면 국회나 지방의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시민들의 직접 통제와 감시가 중요해진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봤기에 각하됐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 언젠가 헌재가 인용할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어떻게 보나.
“적폐 청산은 헌법적 용어가 아니라서 ‘사법부에 의한 사회적 폐습과 불의’라고 칭하겠다. 그게 실재한다면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다만 사법부 수사는 사법부 독립 및 신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 사법부에 미치는 입김을 최소화해야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이수 재판관과 같은 의견을 낸 적도 있던데.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의견이 같았다. 지난달 30일 결정이 선고된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판결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에선 나란히 소수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은 ‘고문·간첩조작 등 과거사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의 국가배상 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6개월)를 적용하는 건 헌법에 어긋나지만 대법원의 과거사 판결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는 거였다. 나와 김 재판관은 판결까지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해당 판결들이 ‘긴급조치 1·9호가 위헌’이라는 2013년 3월 헌재 결정에 배치된다고 봤다. 이처럼 헌법 재판은 좌·우 또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문제다. 국민과 국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가 최우선 고려대상이고 그에 입각해 사안별로 소신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게 헌법 재판관의 일이다.”
 
검사 출신인데 지난 6년이 버겁지 않았나.
“헌재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선 수사 전문가인 검사 출신 재판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를 판단하는 기관인데 공권력 행사의 대표적인 게 수사아닌가 그동안 현장의 다양한 얘기를 듣고 결정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이나 간통죄 폐지 사건도 우리 현실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판단을 시작해야 한다. 큰 틀에서 사법기관은 사회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안정적,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퇴임 후 계획은.
“공익 활동을 할 생각이고 뭘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잉여 질문.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기 헌재 소장으로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인가? “...” 빙글빙글 웃기만 하는 표정, 부정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운명은 있구나, 잠시 생각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
사법시험 23회(1981년)에 합격한 뒤 대검 공안기획관, 형사부장, 대전지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냈다. 독일 통일을 연구해 검찰 내 통일 전문가로 통하며 서울중앙지검 2차장 때는 ‘일심회’ 간첩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이명박 정부 때 새누리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독립운동가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한자 이름이 같고, 독실한 기독교인인 것도 겹친다. 집무실에는 항상 성경책이 놓여 있다.
 
조강수 논설위원, 정리=변은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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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