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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靑에 전화해 끝냈어" 이해찬 체제 20일, 달라진 민주당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할 말 하는 당’으로 변신 … ‘대표만 보인다’는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이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이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졌다. 의원 경력 30년(7선)에 총리까지 지낸 이해찬이 지난달 25일 대표에 오르면서 군기가 잡히고,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당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당이 너무 앞서가고 원내대표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2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이해찬 체제에서 여권의 권력지형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급변한 여권 핵심인사들의 달라진 주가를 들여다본다. 
 
이해찬 체제서 달라진 여권 스타들 위상

이해찬 체제서 달라진 여권 스타들 위상

◆이해찬=일단 순풍이다. 그가 대표가 되자마자 청와대는 민주당 의원 전원을 초청해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박영선 의원 등 6~7명이 은산분리 완화에 반론을 제기하는 등 청와대에 벙어리였던 당의 관행을 깼다. “이해찬을 견제하려고 청와대가 군기잡기에 나선 것”(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란 지적도 있지만 “이해찬 덕분에 청와대가 당을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에 가로막혀 계류돼온 사안들도 이해찬이 대표가 되면서 해결된 사례가 많다. “‘그거, 내가 (청와대에) 전화해 끝냈어’라는 이해찬의 말을 듣고 환호한 당직자가 많다”고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전했다. 청와대의 관련 업무 수석과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별로 매주 한 번씩 정례모임을 갖기로 한 것도 높아진 당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의 당선을 도운 안민석 의원(오산·4선)은 “‘버럭’ 총리란 별명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 겪어보면 대단히 차분하고 이성적이다”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5살 많은 김진표가 더 젊어 보일 만큼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 아닌가. 그래서 전당대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매일 아침 30분씩 머리 손질을 한다는데 후보님도 얼굴에 조금만 신경 쓰시라’고 했는데 대꾸도 안 하더라”고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이해찬이 후보 등록 마감 전날 출사표를 던진 것은 추미애 전 대표 등 원래 친분이 깊은 당권파와 측근 참모들의 강력한 권유 탓이 컸다. 추 전 대표는 본인과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또 2012년 이해찬이 당대표를 맡았을 때 대변인이었던 김현 전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강력히 권했고 2008년 이해찬이 설립한 연구재단 ‘광장’ 멤버인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이화영 경기부지사도 강력히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반면 전해철 등 친문 그룹들은 김진표를 밀면서 이해찬의 출마를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도리어 이해찬의 출마 결심을 굳히게 만든 한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많다. 여야 원내대표 방미단 일원으로 방미한 홍영표가 미국에서 이해찬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를 말린 것이 한 사례다.
 
이해찬이 대표가 되면서 김태년 의원은 계속 정책위원장을 유지하면서 힘을 받는 형국이다. 반면 홍영표 원내대표는 위축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 5월11일 친문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원내대표가 된 그는 추미애 당시 대표를 압도하는 힘을 자랑했지만 이해찬 체제가 되자 “홍영표가 주어가 된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비문계 한 의원은 “이해찬이 매일 지방을 돌며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가 없거나 부족했을 공산이 크다.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원내대표 없는 ‘대표 온리’당이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당청관계가 수평화된 건 좋지만 대표가 부동산 등 핵심 현안에서 정부보다 너무 앞선 정책을 턱턱 꺼내 부담스럽다”고 했다.
 
홍영표의 사례에서 보듯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친문 그룹도 가만있지는 않을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체했던 부엉이 모임을 조만간 싱크탱크 형태로 되살리고 소속 의원 명단을 공개해 위력을 과시하며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부엉이 모임 수장 격인 전해철 및 황희 등 친문 의원을 중심으로 김진표와 송영길을 지지했던 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 중 이해찬을 지지한 의원들은 이 싱크탱크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향후 민주당이 이해찬파 대 부엉이파의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임종석=‘편했던’ 시절이 가고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그는 “청와대는 전당대회에 절대 개입하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엄명을 지켜 중립을 유지하면서 전당대회를 넘겼다. 그가 내심 누구를 지지했는지는 수수께끼다. 그러나 이해찬을 강력하게 민 추미애 전 대표의 측근은 “이해찬이 당 대표가 되면 임종석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당연히 불편해져야지”라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 시절 청와대가 당을 건너뛰고 정책과 인사를 독주한 데 불만이 컸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친노 좌장 이해찬이 청와대에 이견을 제시하면 허투루 넘기기 힘든 게 임 실장의 처지다.
 
임 실장은 늦어도 내년 중 청와대를 나와 21대 (2020년) 총선 출마를 준비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장흥) 출신이지만 성동(16대), 성동을(17대) 등 서울 지역구에서 2번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6년 20대 국회에서는 은평에 출사표를 던졌으며(낙천), 박원순 서울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그런 만큼 다음 총선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출마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총선에서 당선돼 3선 의원이 되면 이를 바탕으로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낙연=이 총리도 상대적으로 ‘편안했던’ 추미애 대표 시절과 달리 여당 입장을 더 많이 의식해야 할 입장이 됐다. 그러나 친화력이 좋고 이해찬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예상보다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차기 대권을 향해 부지런히 뛰고 있는 양상이 뚜렷하다. 호남 출신 한 중진의원은 “요즘 총리한테 밥 못 얻어먹은 사람은 바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총리가 거의 매일 저녁 식사 자리에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 때문이다. 취재진과도 술잔을 곧잘 기울이며 스킨쉽이 좋다. 가족이나 측근과 주로 밥을 먹는 문 대통령과 대조적이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여권 인사에게 “(이 총리의) 권력 의지가 강하다. 문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김경수=‘부엉이 모임’ 친문 의원들과 달리 전당대회에서 이해찬을 지지했다. 공개 지지가 불가능한 광역지자체장(경남지사) 신분인 만큼 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김해을)를 물려받은 김정호 의원(초선)에게 이해찬 지지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이해찬을 도왔다. 김정호 의원은 민주당의 신천지로 떠오른 경남지역에서 이해찬이 득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발 벗고 뛴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경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자관계나 다름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를 바탕으로 의원 시절 민주당과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그를 대신해 지역구 의원이 된 김정호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본인도 경남지사로 가면서 주변에 “김정호 의원이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산대 경제학과 79학번인 김정호는 1985년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됐는데 당시 변호사가 노무현·문재인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과 연을 맺은 김정호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하며 문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었다. 또 노무현 별세 이후엔 9년 가까이 봉하마을 영농법인 대표를 지내며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당장 김정호는 의원이 되자마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의 관문공항화’에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당초 농림수산위원회에 배정될 예정이었지만 신공항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토교통위원회로 자청해 옮길 만큼 문 대통령의 공약 실현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김경수가 경남지사가 되면서 일단 중앙정치와 멀어졌지만 김정호 의원을 통해 여의도에 메시지를 발신하며 차기 대권 도전을 준비할 공산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전당대회 당시 김진표가 각종 스캔들을 이유로 ‘출당’까지 거론해 코너에 몰렸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이 지지한 이해찬이 당 대표가 되면서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이재명이 경기부지사로 임명한 이화영이 이해찬의 최측근인 데다 이번 전당대회에 이해찬의 출마를 강력히 권한 인물이란 점도 이재명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재명이 지사로 있는 경기도는 호남 다음으로 민주당원 숫자가 많은 최고의 전략지역이다. 당초엔 올 초까지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아 지역조직력이 강한 전해철이 김진표를 미는 바람에 이해찬의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열성 팬클럽인 ‘손가혁’ 등을 중심으로 이재명 지지그룹들이 김진표와 전해철 지지그룹에 맞서 경기지역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인 이해찬 지지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 이해찬이 경기도에서 선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이 ‘문빠’(문재인 열혈 지지층)에겐 반감을 많이 샀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선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다”며 “이해찬이 이재명을 연합군으로 쓰고 있는 건 차기 대선에서 당이 친문,비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후보군을 보유해야 이길 수 있다는 구상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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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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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