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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아삭아삭, 푸르스름한 ‘청배’ 돌아왔다

올 추석 소비자들은 평소에 못 보던 특별한 배를 맛볼 수 있다. ‘푸른 배’라는 뜻의 ‘청배’ 다.
 
지난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약 3300㎡(약 1000평) 면적의 배 과수원(농장주 정윤균씨)에선 나무마다 어른 주먹보다 큰 청배 수십 개가 종이에 싸인 채 달려 있었다. 일주일 전쯤 추석 선물세트용으로 일부를 수확하고 남은 배들이었다.
 
청배는 새로운 품종이 아니다. 대중적인 신고 품종과 같은 품종을, 재배 방법만 바꿔 푸르스름하도록 한 것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배를 감싸는 종이를 3겹의 착색지에서 2겹의 일반지로 바꾸면 더 많은 빛과 열이 투과해 배의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지고, 결국 색깔이 푸르스름해진다. 이 과정에서 당도가 높아지고 육질은 단단해진다.
 
직접 일반 신고 품종의 배 1개와 청배 1개를 비교해가며 먹어봤더니, 청배는 일반 배보다 훨씬 달았다. 실제 당도는 일반 배가 평균 11브릭스, 청배가 평균 13브릭스 수준이라고 한다. 또 청배는 육질이 단단해 아삭아삭한 식감을 제공했다. 콜라비(양배추과 채소)를 씹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럼 맛 좋은 청배가 왜 이제서야 선보이게 된 걸까. 사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먹는 배는 거의 청배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배보다는 완전히 노란 배가 선물용으로나 차례상용으로 더 보기 좋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청배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통업자들이 노란 배일수록 비싸게 쳐주기 시작하자 청배의 퇴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농장주 정씨는 “일부 농민이 노란 색깔을 내는 착색제까지 쓰면서 청배는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올해 청배가 부활한 것이다.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이 대형마트 이마트에 “청배를 만들어 팔아보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고, 시범적으로 나주시 전체의 배 재배면적 2000만㎡(605만평) 중 0.02%인 3300㎡에서 청배를 길렀다. 여기서 나온 청배는 전부 이마트를 통해 판매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청배를 다시 불러들이게 된 건 국내 시장에서 배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기존 배와 다르게 보이는 청배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계산이다. 또 최근 소비자들이 당도 높은 수입산 과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반 배보다 달콤한 청배는 이 흐름에 부합한다. 문성식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 과장은 “색깔 같은 과일의 겉모습보다 맛 등의 실속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배 출하량은 20만8800t으로 전년 26만5800t 대비 21.4% 줄어들 전망이다. 냉해와 여름 폭염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와 더불어 대표적 추석 선물용 과일인 사과도 배와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많이 부족하다”며 “바이어들 사이에서 사과와 배 물량을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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