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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총수 평양행 유력…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

이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에 재계 인사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대거 동행할 전망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오너경영인들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주요 경제단체장을 더하면 8~9명의 재계 인사가 방북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요 재계 인사들과 방북 관련한 면담을 했다”며 “다만 어떤 분이 갈지는 해당 기업에서 내부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이 최종 결정한 사안이지만, 청와대의 공식 요청이 있었던 만큼 4대 그룹 총수들 모두 문 대통령을 수행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도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이 부회장은 남북 정상회담 때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도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이 부회장은 남북 정상회담 때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또는 윤부근 대외담당 부회장이 수행할 예정”이라며 “두 사람이 함께 가는 방안을 포함해 (방북을) 고민 중이고, 누가 갈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청와대에 참석 의사를 밝혔고, 북한 관련 내부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동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재계 총수들의 참석 여부에 따라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에 최 회장과 정 부회장을 포함한 4대 그룹 오너경영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에 최 회장과 정 부회장을 포함한 4대 그룹 오너경영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은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10여 년 전 북한을 방문했는데 그 이후 경영 승계가 많이 이뤄졌다”며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기업들이 SK 측에 당시 상황에 상세히 문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이 준비한 북한 관련 경제자료를 읽으면서 방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2000년과 2007년 방북에 동행했다. 한때 평양 인근에서 컬러 TV 임가공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주도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고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당시 SK 회장,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이 수행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2차 회담엔 윤종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고 구본무 회장,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바 있다. 이번에 4대 그룹 오너경영인들이 모두 평양에 가면 1·2차 회담 때보다 중량감이 커진다.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포시에 위치한 평화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지배인의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재계에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동행했다. 사진:연합뉴스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포시에 위치한 평화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지배인의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재계에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동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주요 경제단체장들도 방북 길에 나선다. 올 4월에 열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인으로 유일하게 초청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박 회장을 포함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동행할 예정이다. 중기중앙회 측은 “중소기업계는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 (박 회장이) 중소기업계의 대표로 초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주요 현안이 걸린 현정은 회장의 참석 가능성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함께 간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가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앞에서부터)손경식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손 회장과 박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예정이다. 김경록 기자

지난 4월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앞에서부터)손경식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손 회장과 박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예정이다. 김경록 기자

 
이 밖에도 KT와 코레일·현대건설 등 건설·통신·철도 기업들은 별도의 대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속도를 내면 인프라 투자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다만 재계는 주요 대기업이 문 대통령의 평양행을 수행한다고 해도 마땅히 내놓을 ‘선물’이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서 대북 협력 사업이나 지원을 펼치기 마땅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개성공단 같은 현안이 있지만, 대기업으로선 어느 것 하나 보따리 풀기가 쉽지 않다”며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청와대 뒤에서 병풍을 서는 보여주기식 수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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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윤정민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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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