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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 많은 시, 개성 넘치는 소설, 위축된 문학평론

지난 5일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장면. 왼쪽부터 문태준·조해진·전성태·김도연·이신조·심진경·조재룡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5일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장면. 왼쪽부터 문태준·조해진·전성태·김도연·이신조·심진경·조재룡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결과, 시 15명, 소설 13편, 평론 4편 본심 올라   
 
1021대 1. 올해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경쟁률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1021편이 응모했다는 얘기다. 당선작은 물론 한 편. 참가에 의의를 두는 작품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수치로는 실낱같은 당선확률이다. 
 신인 작가를 뽑는 가을 문학 축제.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이 최근 예심을 마쳤다. 8월 한 달간 접수 결과 시는 821명, 단편소설 1021편, 문학평론 26편(25명)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시 15명, 소설 13편, 평론 4편이 본심에 올랐다. 예심 심사는 시인 문태준, 소설가 김도연·이신조·전성태·조해진, 문학평론가 심진경·조재룡씨가 했다. 장르별 작품 경향, 심사 기준 등을 전한다. 
 
◇수작 많은 시 
"예년에 비해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작품이 많았다. 최소한 열 명 정도는 누가 당선돼도 놀랍지 않은 수준이었다."(조재룡)
 "본심에 올린 작품들이 상당히 수준 높아 본심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클 것 같다. 상상력이 탄력 있으면서도 시를 많은 써본 것 같은 솜씨가 여럿 보였다."(문태준)
 두 심사위원은 나란히 치열한 본심심사를 점쳤다. 
 소재 면에서는 폭염, 열대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지난여름 최악의 무더위가 시 소재로 들어온 것이다.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다. 미투 열풍을 타고 여성혐오, 성폭행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지만 거친 경우가 많았다. 기성 시인의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들도 보였는데, 윤동주·김종삼·이제니·신용목·문태준 등의 작품을 읽고 습작을 했거나, 노골적인 패러디, 이들 시인의 영향을 세련되게 소화한 작품들이 있었다.   
 조재룡씨는 "시라는 게 결국 스스로 자기를 정리해가는 말들인데, 당연한 얘기지만 잘 쓴 시, 말과 내용이 따로 돌지 않고 힘찬 말을 잘 쓰는 시를 본심에 올렸다"고 했다. 문태준씨는 "과도하게 사적인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작품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시적 대상이 잘 보이지 않고 세계에 대한 해석 없이 그 자체로 자족적인 것 같은 작품도 제외했다"고 밝혔다. 
 
◇개성 다양한 소설  
"투고된 작품 수만큼 이야기가 다양한 것 같다."(전성태)
"게임 장면 같은 소설, 아예 게임 장면을 작품 안에 삽입한 작품들이 있었다."(조해진)
 소설 응모 작품들은 개성이 다양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이 보인다는 평이었다. SF나 웹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대중서사를 고스란히 소설로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현실감각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달라진 세대가 어떤 이야기를 왜 굳이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야 하는지 장르특성에 대한 이해나 고민 없이 작품을 쓰는 것 같다는 진단이다. 웹툰의 말풍선에나 들어갈 것 같은 일상적인 대사나 상투적인 의성어(탕탕, 끼익)를 그대로 사용해 이상해 보였다는 소감도 있었다. 
 미투 소재는 소설에서도 예상보다 적었다. 비문 같은 엉터리 문장은 아니지만 촘촘한 언어장인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헐거운 문장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시대의 과제, 당대의 이슈보다 달라진 문화적 감수성, 다양한 직업군 등을 드러내는 작품이 많았다.  
 이신조씨는 "자기 개성이나 에너지가 뚜렷해, 자기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본심에 올렸다"고 했다. 심진경씨는 "이전 판단기준에 비춰 우수하면서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새로움을 갖춘 작품을 뽑았다"고 했다. 김도연씨는 "개인의 고독 속으로 파고들더라도 예전처럼 자폐적이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연대를 꾀하는 작품들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왜소해지는 평론 
시와는 반대로 전반적인 수준이 높지 않다는 평가였다. "결정적인 한끝이 없다"(조재룡), "작품 읽는 폭이 넓지 않은 것 같다"(심진경)는 진단이었다. 이제 막 작가가 돼 소설집이나 시집을 한두 권 낸 시인·작가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너무 현장성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시의 경우 최근 시적 경향을 관통하는 평론을 시도하기보다 젊은 시인들의 작품론, 작가론에 치우치다 보니 군소 비평으로 전락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평했다. 심진경씨는 "작품을 충실히 따라 읽는 건 좋은데 그런 읽기를 통해 작품이 과연 어떤 의의가 있는지 의미화하는 데까지 평론이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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