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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자율주행 버스가 ‘투명 누에고치’처럼 생긴 이유

 
경기도 자율주행 버스 '제로셔틀'을 디자인한 정연우 UNIST 교수를 지난 12일 울산 UNIST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은경 기자

경기도 자율주행 버스 '제로셔틀'을 디자인한 정연우 UNIST 교수를 지난 12일 울산 UNIST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은경 기자

“제로셔틀과 다른 차, 탑승자와 보행자 간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버스 ‘제로셔틀’을 디자인한 정연우(43)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를 12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 버스는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3년 걸려 개발했다. 디자인 개발은 정 교수가 맡았다. 11인승 제로셔틀은 지난 4일부터 내년 말까지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와 판교역 사이 5.5㎞를 시속 25㎞ 이내로 시험 운행한다. 
 
제로셔틀의 외관은 둥그스름한 누에고치를 닮았다. 탑승객에게 애벌레처럼 보호받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고안한 모양이다. 내부 좌석은 빙 둘려 있는 형태로 탑승객끼리 둘러앉아 소통하기 좋다. 네트워킹·협업이 발달한 IT 클러스터라는 판교 특성을 살린 것. 소재는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가볍다.   
운전자 없는 버스 제로셔틀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를 다니고 있다. 이 버스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차량이다. [연합뉴스]

운전자 없는 버스 제로셔틀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를 다니고 있다. 이 버스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차량이다. [연합뉴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야 하지만 그게 다여서는 안 된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리려 했다. 보통 센서와 카메라 같은 것을 디자인 장애 요소로 생각하는데 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하이테크 운송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더듬이처럼 밖으로 빼낸 식이다. 또 외형의 좌우·앞뒤가 대칭이다. 생산 시 4분의 1만 설계하면 돼 공정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제로셔틀 디자인이 안전·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주나.
사방이 투명해 주변에서 자율주행 버스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다른 차가 피해간다. 주변의 난폭운전도 줄일 수 있다. 전기차라 친환경이다. 과하고 튀는 요소 없이 내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차량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정 교수가 제로셔틀 초기 모형을 보며 디자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정 교수가 제로셔틀 초기 모형을 보며 디자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서울대 디자인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GM에 입사한 정 교수는 신입사원 때 크루즈 외형을 디자인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국왕립예술대학원(RCA) 유학 후 영국 벤틀리 본사에서 외장 디자인을 담당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대차에서 현재 제네시스G80·EQ900 모델 개발의 외장디자인 그룹장을 맡았다. UNIST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4년이다. 현재는 현대기아차·LG전자 등 대기업과 함께 미래 이동수단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자동차가 궁금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승용차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 자동차 역시 유선형에 네 바퀴라는 형태와 차체 크기는 그대로일 거다. 다만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과 운전석이 없어지면서 내부 모습은 달라진다. 탑승객이 꼭 앞을 보지 않아도 된다. 내부 공간은 거실 같은 라운지 형태로 다양한 목적에 따라 꾸밀 수 있다. 단순히 편해지는 것 이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외출을 꺼린 장애인이나 노인이 밖으로 많이 나와 교통 서비스·인프라가 달라질 것이다.
정 교수와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정 교수와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그는 “인증 과정에서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아쉬웠나. 
명확한 이유 없이 규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령 와이퍼와 전조등은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있는 것이다. 운전자가 없는 차인데도 규정상 꼭 필요하다고 해 디자인을 수정했다. 전조등이 없다고 해도 차폭등·데이라이트·방향지시등·정지등 같은 신호 등은 모두 갖춰 다른 차가 인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비가 올 때 와이퍼가 없어도 탑승자는 창밖을 잘 볼 수 있다. 이를 포함해 국토교통부의 주문대로 디자인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대통령이 규제를 풀겠다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혁신이 어렵다. 또 디자인보다 기술을 우선하다 보니 초기 디자인보다 실내공간이 좁아졌다. 기획 단계부터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디자인을 포장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아쉽다. 
 
판교 외에 자율주행 차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적합한 지역은.
자동차 산업이 몰려 있는 울산이다. 미국·독일·일본 모두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테스트 베드로 쓴다. 울산에는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UNIST도 있다. 프로젝트에 성공하려면 주체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지자체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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