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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진미, 송이버섯이 사라졌다

충북 제천 금수산 일대에서 야생 버섯을 채취하는 임동춘(61)씨는 요즘 울상이다. 가을철 짭짤한 소득을 안겨주던 송이 버섯이 올해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아서다. 임씨는 “어제 종일 소나무가 많은 산봉우리를 샅샅이 훑었는데 어린 송이 싹을 한 개도 못봤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동료 20여 명과 하루 20~30㎏를 캔 적도 있는데 올 가을에는 송이는커녕 능이·싸리버섯 구경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송이로 유명한 충북 보은 속리산은 올해 작목반 활동을 접어야 할 판이다. 주민 13명으로 구성된 속리산 산림부산물작목반은 지난주 보은군과 국ㆍ공유림 임대차 계약을 하고 송이 채취에 나섰지만 수확이 전혀 없었다. 이 작목반은 지난해 9월 중순~10월 초 사이에 송이 80㎏를 팔았다. 1㎏당 20~30만원을 받았다. 보은 산외면 신정리 박경화(60) 이장은 “송이는 고사하고 잡버섯도 없다. 추석 전에 목돈을 만져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 진미’ 송이버섯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폭염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40년째 송이판매점을 운영해 온 박호원(73)씨는 "7~8월에 기온이 너무 많이 올라 땅 속에 있던 송이 포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거나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폭염 후유증으로 올해 송이버섯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폭염 후유증으로 올해 송이버섯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송이는 땅 속 20~30㎝ 깊이에 있던 포자가 봄~여름 동안 영양분을 비축했다가 싹을 틔운다. 이후  날이 선선해지는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채취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문제는 지표 기온이 15∼25도 안팎을 유지할 때 잘 자란다는 데 있다. 지표면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포자 발아에 이상이 생기고 35~40도를 넘으면 죽는다. 기온이 너무 낮거나 습해도 문제다.  
 
국립산림과학원 가강현 박사는 “강원 영서 지방과 충북 내륙은 7~8월 기온이 35도 이상 되는 날이 지속하면서 송이 포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며 “올해는 열 피해에 가뭄까지 겹쳐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확 줄어든 수확량은 공판장에서도 확인된다. 강원도 양양군에서 양양송이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화원농산에서는 지난 12일 자연산 송이가 처음으로 거래됐는데, 그 양이 1㎏에 불과했다. 양양송이는 8월 말부터 나오기 시작해 10월 말까지 채취할 수 있다. 양양송이의 지난해 공판량은 모두 1389㎏이었다. 이는 풍작이던 2016년 9349㎏보다 7960㎏나 줄어든 수치다. 양양군 관계자는 “올해는 송이가 없어 수확 시기가 10일 정도 늦어지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한달 가량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 수확량이 그나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양산림조합 안종화 지도과장은 “폭염이 심했지만, 송이 포자가 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비가 1~2번 정도 내리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유지될 경우 열흘 뒤에는 송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양양=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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