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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메르스 3년 만에 또 발병, 초기 대응 뭐가 달라졌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지난 8일 발생했다. 2015년 5월 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큰 혼란을 겪은 이후 3년여만이다. 그해 12월 23일 정부가 상황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7개월간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졌다. 1만6752명이 격리됐다.
 
이번에 쿠웨이트를 다녀온 확진 환자(61)는 국가지정 격리 병상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닷새째인 12일 의심 환자(11명) 중 10명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1명도 검사 중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최소 2일, 최대 14일, 평균 5일이다.
 
3년 전 메르스 환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발생했다. 이번 확진 환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격리돼 집단 발병할 뻔한 위기를 일단 넘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료원 측이 초기 대응을 잘해줬고 방역 당국은 국가지정 격리병상(서울대병원)으로 환자를 신속히 이송 조치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 직후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도 신속히 이뤄졌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의료 현장 한복판에서 쓰디쓴 아픔을 함께했던 필자는 지난 3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사건이 발생해 정신없이 대응하다 보면 나름 중요한 문제인데도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3년 만에 발생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 평가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할 부분들이 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확진 환자의 인권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9일 서울시의 메르스 대책회의는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역학조사 내용이 언급됐고 환자의 상황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감염병 위기 관련 정보공개를 제때 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켰던 2015년의 메르스 유행 경험 때문에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투명성을 높이려고 회의과정을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환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빠진 것은 아주 아쉬운 대목이다.
 
시론 9/13

시론 9/13

인천공항 검역소의 역할도 아쉬움이 남는다. 수많은 입국자가 지나치게 되는 검역소는 양면성이 있다. 입국자 중 해외에서 감염병을 얻어 증상이 발현됐을 경우 잘 걸러내 국내에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기능과 함께 입국 시간 지연에 따른 불편을 줄여야 하는 측면이 동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국자들이 여행한 국가의 감염병 위험 정보를 이른 시간에 충분히 받아야 하고 입국자들 스스로 문제가 있을 경우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의 입국자가 검역소에서 붙들리면 몇 시간씩 잡혀서 시간을 허비할 수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검역소를 통과하려고 한다. 검역소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혹시나 모르는 본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편안한 곳이 돼야 자발적인 신고가 늘어날 것이다.
 
밀접 접촉자들이 호텔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실 그 승무원들은 한국에 집이 없어 호텔에 머물다가 다음날 환자가 확진되면서 격리통보를 받은 상황이었으니 일단 호텔에 격리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천공항 검역소 측이 숙소를 준비했다고 한다. 보건 당국이 처음부터 이런 전후 사정을 잘 설명했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외국인 중 10명이 아직 보건당국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선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외국인들의 연락처나 숙소가 입국서류나 건강 기록지에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외국인들이 국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면 기피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국이 외국인 밀집지역에 여러 국가의 언어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외국인이 많이 찾는 외국인 진료센터 운영의료기관에 메르스 의심환자의 내원 가능성을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
 
정부의 많은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종종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세심하지 못한 작은 실수들이 신뢰를 잃게 하고 이후에 예상되지 않은 여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새롭게 시행되는 대책들의 신빙성을 의심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공식대응은 신속 정확해야 한다. 그래서 메르스 같은 감염병 대응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다.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최대 잠복기(2주일)를 감안하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는 21일까지 보건 당국과 의료진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3년 전의 뼈아픈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메르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길 바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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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