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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통보받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쓴 편지엔...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 중 첫 외국인 수장인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첫 임기만 채우고 오는 12월 13일 물러난다. 마리 관장이 3년 임기로 관장직을 종료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절차가 10월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2일 "미술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미술 정체성 확립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새 관장을 공모하기로 했다"며 "규정에 따라 마리 관장에게는 연임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12일 오후 자신의 임기 종료 결정이 알려지자 관장직을 종료하게 된 소회를 담은 편지를 작성해 배포했다. 그는 "11일 화요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제 임기가 종료된 이후 후임 관장을 찾기 위한 공고가 곧 게재될 것이라고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미술관을 위해 일하는 기간 경험했던,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이 영광스럽고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시간 모두가 저에겐 소중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마리 관장은 또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주요 미술관 중 하나이자 아시아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으로 훌륭한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제겐 한국 근·현대 미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앞으로도 한국미술의 국제적 인지도 상승에 제가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연속성과 안정성, 미술관의 성공조건  
 마리 관장은 이어 자신의 신념을 밝히며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기대도 솔직하게 밝혔다. "연속성과 안정성이야 말로 미술관의 성공조건이라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신념"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향후에 이런 조건이 갖춰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3년이란 시간이 짧았다는 아쉬움도 살짝 비쳤다. 마리 관장은 "여러모로 제한적이고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미술관을 위한 저의 노력이 긍정적인 기여로 평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올해 열린 여러 차례의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연임을 해서 미술관 수장으로서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하기에 짧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 출신의 마리 관장은 지난 2015년 공개 공모에 지원해 사상 첫 국내 문화예술계 공공기관 외국인 수장이 됐다. 취임 초기 외국인 관장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고, 지난 1월 간담회에서도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마리 관장은 네덜란드 현대미술센터인 비테 데 비트 예술감독,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을 지냈다.
 
 전문성·혁신성 갖춘 관장은 누구? 
 현재 미술계에선 신임 관장의 유력한 후보로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김홍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김선정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이용우 전 상하이히말라야미술관장 등이다. 
 
 문체부에서는 '한국예술의 정체성' 이슈를 마리 관장 임기 종료의 이유를 들었지만, 미술계에선 과연 국립현대미술관의 혁신을 이끌만한 새로운 얼굴이 수장으로 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으로는 넓은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성,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자칫 안이하게 과거의 방식으로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면 시계를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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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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